嶺南樓와 密陽 64

영남루(嶺南樓)와 문인들의 교류

영남루(嶺南樓)는 수려한 자연경관과 웅장한 규모, 그리고 점필재 김종직(佔畢齋 金宗直), 춘정 변계량(春亭 卞季良), 고승 사명대사(四溟大師), 통신사 일행으로 일본 사람들을 시문으로 굴복시킨 청천 신유한(靑泉 申維翰) 등을 배출한 밀양지역의 문화적 배경으로 인해 역대로 문학 창작의 자산이 되었다. 따라서 영남루는 휴식이나 제영(題詠)의 장소로 쓰이다가 부사가 관리하는 객사(客舍)의 일부로 되어 자연스럽게 사신과 관리들이 공적으로 묵고 가는 공간으로 자리 잡아 당대의 유명한 학자나 문인들, 그리고 관찰사를 비롯한 인근 지역의 수령들이 거의 필수적으로 등림(登臨)하여 시문을 남겼다. 특히 이들 문인들이 서로 교류하면서 시문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기존의 시를 차운한 것도 많지만 독자적으로 운자를 내어 지은 것..

嶺南樓와 密陽 2022.03.26

매산(梅山) 洪直弼(홍직필)과 영남루(嶺南樓)

매산(梅山) 洪直弼(홍 직필, 1776~1852)은 조선 후기의 학자로 초명은 홍긍필(洪兢弼)이고. 자는 백응(伯應) 백림(伯臨), 호는 매산(梅山)이다. 그는 재능이 뛰어나 7세 때 이미 한자로 문장을 지었으나, 이후 여러 번 관직에 추천되었으나 벼슬을 사양하고 성리학에만 전념하였다. 그러나 그가 35세 때인 1810년(경오년)에 부친인 홍이간(洪履簡)이 밀양 부사를 지낸 인연으로 그의 저서인 매산집(梅山集)에 다수의 영남루(嶺南樓)와 관련한 차운시가 전해지고 있다. 憶妹用杜陵憶弟韻 庚午 억매용두릉억제운 경오 누이를 그리며 두릉의 ‘아우를 생각하다’의 운을 사용하다. 경오년 家君得邑去 가군득읍거 가친께서 읍재가 되어 떠나셔서 高坐嶺南樓 고좌영남루 영남루에 높이 앉아 계신다네 憐爾望雲思 련이망운사 구름 ..

嶺南樓와 密陽 2022.03.23

영남루 차운시(嶺南樓 次韻詩) 7

登嶺南樓次韻 등영남루차운 兪好仁 유호인 嵬眼東南一壁天 외안동남일벽천 동남으로 눈 드니 벼랑은 하늘에 닿고 溪山鬱鬱在尊前 계산울울재존전 산천은 우거져 앞에 높이 솟아 있구나 大江遙凸露華外 대강요철로화회 큰 강은 멀리 밖에서 나타나 굽어 들고 南紀先明梅樹邊 남기선명매수변 남쪽 마당가엔 매화나무 먼저 드러나네 奔走幾回消歲月 분주기회소세월 분주하게 보낸 세월 그 얼마나 되는지 英雄從古管風煙 영웅종고관풍연 예부터 영웅은 바람 안개를 다스렸네 襟懷老去無多子 금회노거무다자 늙어갈수록 포부는 점점 줄어 들 테니 只迓氷輪上綺筵 지아빙륜상기연 화려한 주연에 올라 둥근달이나 맞이하세 ※氷輪(빙륜) : 얼음처럼 맑고 차게 보이는 둥근달 *유호인(兪好仁, 1445~1494) : 조선 전기 의성 현령, 공조 좌랑, 검토관 등을 ..

영남루 차운시(嶺南樓 次韻詩) 6

경주부윤 慶州府尹 권극화 權克和 吾鄉風景似壺天 오향풍경사호천 내 고향의 경치는 마치 신선세계와 같아 今古騷人幾詠前 금고소인기영전 고금의 시인들이 얼마나 많이 노래했던가 瓊邑隱排平野畔 경읍은배평야반 아름다운 마을이 들판과 물가에 늘어섰고 玉樓高起大川邊 옥루고기대천변 아름다운 누각은 큰 강가에 높이 솟았네 鷺飛沙堤晚來雨 로비사제만래우 저녁 비 내리니 모래둑 해오라기 날고 牛臥草堤晴後煙 우와초제청후연 소 누운 풀 언덕에 개인 뒤 안개가 피네 此日遲行同去魯 차일지행동거로 오늘의 더딘 걸음 노나라 떠날 때와 같아 閑看父老遞陳筵 한간부로체진연 연회에 머물며 한가로이 부로들 바라보네 ※壺天(호천) : 호리병 속의 세계. 호천(壺天)은 속세와는 달리 경치나 분위기가 아주 좋은 세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중국 한(漢..

영남루 차운시(嶺南樓 次韻詩) 5

감천 甘川 임건 林乾 納納臺隍接海天 납납대황접해천 광대한 누대와 해자는 바다와 하늘에 닿고 一區形勝盡籠前 일구형승진롱전 한 고을 앞을 둘러싼 경치는 빼어났네 西山雨過風欞外 서산우과풍령외 서산에 비 지나니 창밖으로 바람 불고 南浦雲橫月欖邊 남포운횡월람변 남포에 구름 비끼니 난간에 달 비치네 身御半空淩汗漫 신어반공릉한만 몸은 허공에 떠서 넓은 하늘을 달리며 眼騰千里瞥霞煙 안등천리별하연 눈 들어 먼 곳의 노을을 흘깃 쳐다보네 迎將宦客直唐肆 영장환객직당사 벼슬아치 손님 맞으려 빈자리 지키며 幾度張筵幾散筵 기도장연기산연 몇 번이나 자리를 펼쳤다가 치웠던가 ※汗漫(한만) : 물이 (질펀하게) 아득히 넓은 모양으로, 광대무변한 공간을 가리키며 공허하다, 허황하다는 뜻도 있다. ※唐肆(당사) : 唐(당)은 비었다는 뜻..

영남루 차운시(嶺南樓 次韻詩) 4

陜川郡守 합천군수 河孟晊 하맹질 高樓一上可携天 고루일상가휴천 높은 누각에 처음 오르니 하늘을 잡을 듯하고 萬景無窮眼界前 만경무궁안계전 온갖 경치가 끝없이 눈앞에 펼쳐지는구나 霞映長林孤鶩外 하영장림고목외 따오기 외로운 긴 숲 밖으로 노을이 비치고 鷺窺清澗戱魚邊 노규청간희어변 백로는 맑은 물가에 노는 물고기를 엿보네 短牆影動竹篩月 단장영동죽사월 대밭에 스민 달그림자 낮은 담장에 일렁이고 平野光凝草浥煙 평야광응초읍연 들판의 안개에 젖은 풀은 엉기어서 빛나네 逸興遄飛吟造蕩 일흥천비음조탕 좋은 흥이 날듯이 일어나 호탕하게 노래하고 忘機爛醉勝仙筵 망기란취승선연 몹시 취해 세상일 잊으니 신선보다 낫다네 ※霞映長林孤鶩外(하영장림고목외) : 당나라의 시인 왕발(王勃, 647 ~ 674)의 등왕각서(滕王閣序)에 落霞與孤鶩..

영남루 차운시(嶺南樓 次韻詩) 3

都觀察使 도관찰사 權孟孫 권맹손 權孟孫(권맹손,1390~1456) : 조선 전기 이조판서, 중추원사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효백(孝伯), 호는 송당(松堂). 閑上層樓四月天 한상층루사월천 층층 누각이 사월의 하늘을 높이 가로막고 一區形勝列於前 일구형승렬어전 한 고을의 빼어난 경치가 눈앞에 늘어섰네 山圍平野連雲塞 산위평야련운새 들을 에워싼 산은 구름 같은 성채에 닿았고 江繞豊林入海邊 강요풍림입해변 강은 울창한 숲을 휘돌아 바다로 들어가네 牧笛短長橫犢雨 목적단장횡독우 목동의 피리 장단에 송아지 비를 가로지르고 漁蓑隱現白鷗煙 어사은현백구연 어부의 도롱이 안갯속 백구처럼 가물거리네 登臨已負探春興 등림이부탐춘흥 올라 보니 봄날 흥취 찾을 생각 이미 사라져 擬向清和醉倒筵 의향청화취도연 화창한 사월에 취하여 자리에 ..

嶺南寺竹樓 外 - 林椿

영남사(嶺南寺)는 현재의 영남루의 자리에 있던 신라시대에 세워진 절이다. 영남사(嶺南寺)에는 절과 함께 종각으로 금벽루(金壁樓)라는 작은 누각이 있었는데, 고려시대에 절은 없어지고 누각만 남아 있었던 것을 1365년(공민왕 14) 누각을 새로 짓고 절의 이름을 따서 영남루라 하였다. 고려시대의 문인 林椿(임춘)은 嶺南寺竹樓(영남사죽루)와 題嶺南寺(제영남사)란 시에서 영남루가 세워지기 약 200년 전 영남사의 절경을 신선이 살던 원교(圓嶠)나 무릉도원(武陵桃源)에 비유하여 잘 표현하고 있다. 嶺南寺竹樓 영남사죽루 林椿 임춘 嶺南山水甲吳興 영남산수갑오흥 영남사의 산수는 오흥에서도 제일인데 樓上春來偶一登 누상춘래우일등 봄이 와 누각 위에 우연히 한 번 올랐네 橫皺愁眉孤岫遠 횡추수미고수원 근심스레 눈 찌푸리니 ..

嶺南樓와 密陽 2021.12.14

아랑각과 이상사(李上舍)

영남루를 가면 영남루 왼편 언덕에 아랑사(阿娘祠)라는 사당이 있다. 아랑사는 통상 아랑각(阿娘閣)으로 알려져 있는데 우리나라 귀신 전설 중 가장 잘 알려진 아랑의 전설이 있는 곳이다. 마침 앞에 소개한 묵암 배극소(默庵 裵克紹)가 쓴 아랑과 이상사(李上舍)에 관한 시가 있어 전설과 함께 소개한다. 嶺南樓月夜逢李上舍說前生寃債 영남루월야봉이상사설전생원채 -裵克紹(배극소) 영남루 달밤에 이상사(李上舍)를 만나 전생의 원한을 말하다 劍痕欲磨春江碧 검흔욕마춘강벽 푸른 봄 강물에 칼자국 갈아 없애고자 해도 恨水年年花血瀉 한수년년화혈사 한스런 물은 해마다 붉은 꽃처럼 쏟아지네 林煙曳雨郭南村 임연예우곽남촌 짙은 안개는 성곽 남촌에 비를 끌어 오고 竹風吟燈堂北榭 죽풍음등당북사 댓(竹) 바람 사당 북쪽 정자의 등불을 탄식..

嶺南樓와 密陽 2021.05.03

嶺南樓次韻詩 - 배극소(裵克紹)

배극소(裵克紹)의 嶺南樓次韻詩(영남루 차운시) 한수를 감상한다. 배극소(裵克紹:1819~1871)의 字는 내휴(乃休)이고 호는 묵암(默庵)이다, 효행(孝行)과 문학으로 높이 평가를 받았다. 1850년(철종 1) 생원시(生員試)에 1등으로 합격하였으나 영달(榮達)에는 뜻이 없어 벼슬길에 나아가지 않고 은거하였다. 문집 3권이 있고, 사례간요(四禮簡要) 일부(一部)와 묵암목판(默庵木板), 개몽자학(開蒙字學) 이천자(二千字)가 전하며, 그가 지은 영남루(嶺南樓) 시(詩)는 일세(一世)에 전해지고 있다. 嶺南樓蓮謹次上韻 영남루연근차상운 영남루에서 시판의 운을 따라 一樓無伴獨支天 일루무반독지천 누각 하나 짝 없이 홀로 하늘을 지탱하고 百巧參差畫供前 백교참차화공전 온갖 기교 부린 그림을 그 앞에다 바치네 興發有時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