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完譯』蓬萊詩集(완역 봉래시집)-楊士彦/五言絶句(오언절구) 8

卽事 (즉사) 外

卽事  즉사 孤煙生曠野 고연생광야 빈 들판에 한 줄기 연기 피어나고殘月下平蕪 잔월하평무 조각달은 거친 지평선을 넘어가네爲問南來雁 위문남래안 남으로 날아오는 기러기에 묻노니家書寄我無 가서기아무 집에서 내게 부친 편지는 없느냐  佛頂臺次紫洞韻  불정대차자동운 불정대에서 차식의 시를 차운하여 山岳爲肴核 산악위효핵 산악을 술안주와 과일로 삼고 滄溟作酒池 창명작주지 푸른 바다는 술 못으로 만들었으니狂歌凋萬古 광가조만고 미친 듯 힘 다하도록 노래 부르며不醉願無歸 불취원무귀 취하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으리 懸瀑風前水 현폭풍전수 폭포에 걸린 물 앞에 바람불고 瑤臺天外山 요대천외산 하늘 밖의 산은 요대로구나蕭然坐終日 숙연좌종일 종일토록 조용히 앉았노라니孤鶴有餘閑 고학유여한 외로운 학처럼 한가할 뿐이네  圭峯入紫微 규봉입자..

南浦夕眺 (남포석조) 外

南浦夕眺  남포석조  남포에서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落日沈殘景 낙일침잔경 지는 해는 남은 햇살마저 가라앉혀서群峯生積陰 군봉생적음뭇 봉우리들에 그늘이 짙어지는구나我行如子美 아행여자미 나의 행로는 두자미를 따라갔는데虛杜暮年心 허두모년심 두보의 노년처럼 마음이 허무하네  ※ 子美(자미) : 자미(子美)는 당(唐) 나라 시인 두보(杜甫)의 자이다.  剪林  전림  숲을 베어내다 剪林盤石出 전림반석출 숲을 베어내니 반석이 드러나고吹火暖風生 취화난풍생 불사르니 더운 바람 일어나네與爾煉金骨 여이련금골 그대와 더불어 금골을 달여서千秋駕玉笙 천추가옥생 천 년 동안 옥피리를 불어야지 ※金骨(금골) : 신선(神仙)이 먹는다는 불로장생(不老長生)의 선약(仙藥)  俯仰  부앙 굽어보고 우러러보다. 俯臨石澗水 부임석간수 구부려 시..

雪梅詩軸 (설매시축) 外

雪梅詩軸  설매시축  설매 두루마리에 시를 쓰다. 雪梅雙白堂 설매쌍백당쌍백당의 눈 속에서 매화가 피어나坐我聞暗香 좌아문암향 앉아있는 내게 그윽한 향기 풍기네始識春風面 시식춘풍면 비로소 봄바람을 느낄 수 있는데何須在艶陽 하수재염양 어찌 따스한 봄날만 기다리는가  風流巖 前有綠水  풍류암 전유녹수  풍류암. 앞에 푸른 물이 있다. 蕭瑟風流喦 소슬풍류엽 풍류암에 바람 쓸쓸하게 불고 長吟淥水曲 장음녹수곡 녹수곡을 길게 읊조리는데且加鄒子吹 차가추자취 또 추자의 피리 소리 보태어暖律主寒谷 난율주한곡 찬 계곡에 난율이 일게 하리  ※鄒子吹(추자취) : 전국 시대 제(齊) 나라의 추연(鄒衍)이 연(燕) 나라의 곡구(谷口)에 있을 때, 피리를 불어 양율(陽律)을 일으켜 기온을 따뜻하게 하여 곡식을 자라게 했다는 전설이 ..

元德優松齋八詠 (원덕우송재팔영)

元德優松齋八詠   원덕우송재팔영 원덕우의 송재에서 여덟 수를 읊다 俯瞰如茨稼 부감여자가굽어보니 띠 풀 심어 놓은듯하고雲屯十畝間 운둔십무간 구름이 열 이랑 사이에 머물렀네知君多美酒 지군다미주 좋은 술이 많은 걸 그대가 아니 終日對雲山 종일대운산 해 지도록 구름과 산을 마주하세右 栗亭觀稼 우 율정관가 위는 율정에서 모심는 일을 구경하다.> 登崖於二子 등애어이자 백이 숙제 따라 언덕에 올라가서 天遠盍歸來 천원합귀래 하늘이 아득하여 돌아오지 않는가西山近落日 서산근락일 서쪽 산에는 곧 해가 지려하는데 猶有舊採薇 유유구채미 아직도 예처럼 고사리 캐고 있네右 西崖採薇 우 서애채미 위는 서쪽 기슭에서 고사리를 캐다.>※二子(이자) : 두 사람의 성인(聖人), 즉 백이숙제(伯夷叔齊)를 말함. 古人思不見 고인사불견 옛사람..

八竹詠 (팔죽영)

八竹詠   팔죽영 여덟가지의 대를 읊다 枯 筍 新 雨 雙 老 叢 風 朴生光世 將朴詠八竹屛 求詩 書贈고 순 신 우 쌍 노 총 풍 박생광세 장박영팔죽병 구시 서증고죽 순죽 신죽 우죽 쌍죽 노죽 총죽 풍죽은 박광세가 여덟 가지 대를 그린 병풍을 읊고자 하여 시를 지어달라고 해서 써주었다.  亦知等一死 역지등일사 모두가 알듯이 누구나 한 번 죽지만堅貞磨不滅 견정마불멸 굳은 절개는 갈아도 없어지지 않네君看萬木春 군간만목춘 그대 봄에 많은 나무를 보았겠지만不換千霜骨 불환천상골 오랜 세월에도 강직함은 바뀌지 않으리右 枯竹 우 고죽 위는 말라서 시든 대이다.> 介六七筍嘉 개육칠순가 가느다란 예닐곱 죽순이 맛있어忘千萬錢肉 망천만전육 천만금의 고기 맛도 잊었노라始覺夫子嗟 시각부자차 공자님이 감탄한 처음 느낀 맛이 盡美齊..

擬古二首 (의고이수) 外

擬古二首 의고이수   玉細珊瑚釵 옥세산호채 아름답고 가느다란 산호비녀 꽂고金鞲明月環 금구명월환 금팔찌에 달 모양 귀고리를 달고粧成向君奚 장성향군해 단장을 한 계집종이 임을 향하니謂妾是無顔 위첩시무안 첩이 무안하지 않도록 말을 거네 又 우 盈盈十四五 영영십사오 자태 고운 열네댓 살이 되어學彈琵琶絃 학탄비파현 비파줄 타는 법을 배웠는데琵琶曲幽怨 비파곡유원 비파 곡조 그윽하고 슬퍼서垂淚對君前 수루대군전 님 앞에 마주하며 눈물짓네.※擬古詩(의고시) : 옛날의 일을 거론하면서 은근히 당시의 폐풍을 풍자하거나 전대의 고사를 읊으며 자기의 뜻을 붙이는 시.  岑樓 잠루  自咸山東距有嶺踰是退朝社倉 자함산동거유령유시퇴조사창 함산에서 동쪽에 떨어져 있는 고개를 넘으면 퇴조사창이다. 上上岑樓上 상상잠루상 높고 높은 잠루 위..

東村十詠 (동촌십영)

東村十詠 동촌십영  동촌에서 열 수를 읊다 泠泠磵中水 령령간중수계곡 시내 사이로 물은 흘러내리고灼灼巖上花 작작암상화 낭떠러지 위에는 꽃이 활짝 피었네 城市亦春事 성시역춘사 성안 저자는 봄 일로 크게 바쁘니風光此地多 풍광차지다 봄날 풍광은 이곳에도 많이 있구나右 靈谷賞春 우영곡상춘 위는 영곡의 봄을 감상하며.>  萬里瑤臺鏡 만리요대경 만 리에 뜬 요대의 거울이요千秋白玉盤 천추백옥반 긴 세월 동안 흰 옥쟁반일세不分盈臼藥 불분영구약 절구에 찬 약은 분명치 않은데空照片心丹 공조편심단 공연히 단심 조각만 비추는구나右 東臺翫月 우 동대완월 위는 동대에서 달을 감상하며.>※瑤臺(요대) : 신선이 사는 궁궐을 말함.※盈臼藥(영구약) : 달 속의 옥토끼가 절구질하는 약으로 비유함. 丹染靑楓枝 단염청풍지 푸른 단풍 가..

題僧軸山水圖 (제승축산수도) 外

蓬萊詩集卷之一  五言絶句  題僧軸山水圖 제승축산수도 스님의 산수도 두루마리에 쓰다 畫出蓬萊影 화출봉래영 봉래산 모습을 그려 내고는求詩向世間 구시향세간 세속을 향하여 시를 구하네逢人如有問 봉인여유문 사람을 만나 산수를 묻거든休道我家山 휴도아가산 나의 집과 산은 말하지 말게  金剛山 금강산   吾聞天下人 오문천하인 내 듣기로 천하의 사람들이 願生高麗國 원생고려국 바라는 건 고려국에 태어나서親見金剛山 친견금강산 금강산을 직접 보고자 한다네 萬二千峯玉 만이천옥봉 옥 같은 일만 이천 봉을  畵有溪橋歸僧 화유계교귀승  그림 속 시내 다리로 돌아가는 스님  雲山不負我 운산불부아 구름과 산은 나를 버리지 않았건만我自負雲山 아자부운산 나는 스스로 구름과 산을 저버렸네溪橋西日暮 계교서일모 시냇가 다리 서쪽에는 해가 저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