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시(田園詩) 16

田家雜詠 三首 (전가잡영 3수) - 李山海 (이산해)

田家雜詠 三首 전가잡영 3수 李山海 이산해 蒻笠靑簑野水頭 약립청사야수두들녘 물가에 푸른 도롱이에 삿갓 쓰고村翁活計在西疇 촌옹활계재서주시골 늙은이는 서쪽 논밭에서 사는구나移秧正趁黃梅雨 이앙정진황매우황매우 내릴 때를 맞춰 모내기를 하고 刈稻常期紫蟹秋 예도상기자해추붉은 게 살찌는 가을에 항상 벼를 베네 釀得濁醪修社禊 양득탁료수사계갖 빚어낸 막걸리로 사계를 지낸 뒤에炊成雪餠當珍羞 취성설병당진수쪄낸 흰 떡을 먹으니 진귀한 별미구나 田家此樂年年事 전가차락연년사농가의 이 즐거움 해마다 있는 일이니 不羨人間萬戶候 불선인간만호후인간 세상의 만호후가 부럽지 않구나 十月高風振樹林 십월고풍진수림시월 거센 바람이 숲의 나무를 흔들 때면 山村處處起寒砧 산촌처처기한침산촌 곳곳에 다듬이 소리 서늘하게 이네 稌秔收盡空場..

村居雜興 (촌거잡흥) - 申翊聖 (신익성)

村居雜興 촌거잡흥 申翊聖 신익성 시골에 사는 이런저런 흥취 枕上靑天近 침상청천근베갯머리는 푸른 하늘에 가깝고 身邊白日斜 신변백일사몸 가에는 밝은 햇살이 비꼈네 春禽煙外語 춘금연외어봄 새는 안개 밖에서 지저귀고 野蔌雪中芽 야속설중아들나물은 눈 속에서 싹이 트네 外物那爲累 외물나위루외물이 어찌 누가 될 수 있을까 幽居此足誇 유거차족과은거하는 삶이 자랑할 만하니 數杯成小醉 수배성소취몇 잔의 술로써 조금 취하고 沃渴瀉新茶 옥갈사신다햇차를 마셔 마른 목을 축이네 其二 服食扶衰疾 복식부쇠질병든 몸 부지하며 살아오다가 歸休似隱淪 귀휴사은륜돌아와 쉬니 은거하는 듯하네半生叨禁籍 반생도금적반평생 금적을 차지했었는데晩歲作閑人 만세작한인만년에 한가로운 몸이 되었네 城市塵塵幻 성시진진환성안 저자는 속세의 헛..

田家行 (전가행) - 徐居正 (서거정)

田家行 전가행 徐居正 서거정 田家田家樂未樂 전가전가낙미락농가여 농가여 즐거운가 즐겁지 못한가 一家辛苦皆仰力 일가신고개앙력온 집안이 모든 힘을 다하여 고생하네 主翁白髮親扶犁 주옹백발친부리백발의 늙은이가 직접 쟁기질을 하고 大兒小兒皆耕耨 대아소아개경누큰아들 작은아들 모두 김을 매는구나去年種粟田力薄 거년종속전력박거년엔 벼를 심었으나 토질이 박하여 充租納糶猶未足 충조납조유미족조세 충당과 환곡 납부에도 모자라서今年種秫因旱澇 금년종출인한로올해는 차조를 심었지만 가뭄과 수해로 一粒不收命如繰 일립불수명여조한 톨도 수확 못 해 목숨이 실낱같구나 南池菱芡猶未飽 남지능검유미포남지의 마름 풀로도 배를 못 채우는데 昨夜府帖徵靑苗 작야부첩징청묘어젯밤 부첩이 내려와 청묘전을 거두네 欲向東隣賣黃犢 욕향동린매황독동쪽..

村居暮春 (촌거모춘) - 黃玹 (황현)

村居暮春   촌거모춘     黃玹   황현  시골집에서 저문 봄에  竹牖經旬始暢開 죽유경순시창개열흘 만에 비로소 대나무 창을 활짝 여니 晴天姸日滿池臺 청천연일만지대화창하게 맑은 하늘 연못 누대에 가득하네 不知春暮已如許 부지춘모이여허이미 이 정도로 봄이 저문 줄을 몰랐는데飛絮紛紛去又來 비서분분거우래버들 솜이 이리저리 어지러이 날리는구나  桃紅李白已辭條 도홍이백이사조붉은 복사꽃 흰 자두꽃은 이미 떨어지고轉眼春光次第凋 전안춘광차제조눈 돌려보니 봄빛이 차례대로 사라는구나好是西簷連夜雨 호시서첨연야우서쪽 처마 아래 연일 내린 밤비를 반기며 靑靑一本出芭蕉 청청일본출파초푸르고 푸른 파초 한 뿌리가 나오고 있네  一蝶西來一蝶東 일접서래일접동나비가 한 마리씩 동서쪽에서 날아오더니 偶然群蝶鬪成叢 우연군접투성총어느새 나비 떼..

村居卽事 八首 (촌거즉사 팔수) - 金三宜堂 (김삼의당)

村居卽事 八首   촌거즉사 팔수     金三宜堂   김삼의당  시골에 살면서 여덟 수 (1)比簷茅屋自成村 비렴모옥자성촌 나란히 선 초가집들이 마을을 이루었는데細雨桑麻晝俺門 세우상마주엄문 가랑비 오니 이웃들이 낮에도 문 닫았네洞口桃花流水去 동구도화류수거 마을 앞 흐르는 시냇물에 복사꽃 떠가니却疑身在武陵園 각의신재무릉원 이 몸이 무릉도원에 있는 듯하구나 (2)老樹碨礌偃臥村 노수외뢰언와촌 마을에 쓰러져 누워있는 구부러진 노목은 一身生意半心存 일신생의반심존 한 몸 살고자 하는 마음 반쯤은 남아있네白頭故老不知種 백두고로부지종 흰머리에 늙었으니 씨 맺을지는 모르지만閱盡風霜但固根 열진풍상단고근 세상 풍상에 시달려서 뿌리만은 견고하네 (3)老楡連抱立村邊 노유연포립촌변 오래된 느릅나무가 마을 어귀를 품어서嫩葉團團疊小錢 ..

村居春日偶吟 (촌거춘일우음) - 成運 (성운)

村居春日偶吟   촌거춘일우음     成運   성운 시골집에 살며 봄날 우연히 읊다  草合蓬門掩 초합봉문엄허름한 집을 풀이 뒤덮여 가렸지만幽居氣味長 유거기미장산골에 은거하여 사는 맛도 좋구나 松篁衣染翠 송황의염취솔과 대숲에 옷이 푸르게 물들었고 筍蕨箸生香 순궐저생향죽순 고사리에 젓가락이 향긋하네 波暖魚顋動 파난어시동물결 따뜻해 물고기 아가미 움직이고 花酣蝶翅忙 화감접시망꽃이 무르익어 나비 날갯짓에 바쁜데 南窓罷午讀 남창파오독남쪽 창가에서 한낮에 글 읽다 말고 高枕夢羲皇 고침몽희황베개 높이 베고 희황 시대를 꿈꾸네  ※蓬門(봉문) : 쑥으로 지붕을 이은 문이라는 뜻으로, 가난한 사람이나 숨어 사는 사람의 누추한 집을 이르는 말.※羲皇(희황) : 희황상인(羲皇上人)의 준말로 복희씨(伏羲氏) 이전 즉 태고(太古..

村居有感 (촌거유감) - 李稷 (이직)

村居有感   촌거유감     李稷   이직  시골에 살면서 느끼는 감회 何用浮名絆此身 하용부명반차신어찌 뜬구름 같은 명예에 이 몸을 얽매리오 每吟斯句每傷神 매음사구매상신매번 이 시구 읊을 때마다 마음 상하는구나 黃扉昨日靑雲滿 황비작일청운만벼슬살이하던 지난날에는 꿈이 가득했는데 明鏡今朝白髮新 명경금조백발신오늘 아침 거울을 대하니 백발이 새롭구나 三逕陶窓曾寄傲 삼경도창증기오도연명은 이미 당당하게 은거지로 돌아갔고一瓢顏巷不違仁 일표안항불위인안회는 비록 가난해도 인을 저버리지 않았네想看賢聖得眞趣 상간현성득진취성현이 참된 길을 걸었던 뜻을 생각하니 山木野花同是春 산목야화동시춘산의 나무 들꽃에도 한 가지로 봄이로구나  ※黃扉(황비) : 정승의 직위 말한다. 옛날 승상이나 삼공(三公) 등의 집무실에는 황색으로 문을 ..

村居雨後偶吟 (촌거우후우음) - 成運 (성운)

村居雨後偶吟   촌거우후우음     成運   성운 시골집에서 비 온 뒤에 우연히 읊다  好雨當春足四郊 호우당춘족사교봄을 맞아 반가운 비가 사방 들판을 적시니 深紅淺綠上林梢 심홍천록상림초숲의 가지마다 붉은 꽃 옅은 녹음이 펼쳤네 溪魚騰出迎新浪 계어등출영신랑시내 물고기는 새 물결 맞이하러 뛰어오르고 梁燕飛來戀舊巢 양연비래연구소제비는 처마 끝에 날아와 옛 둥지를 찾는구나 學稼慵耕田父笑 학가용경전부소농사지으며 밭갈이 게으른 농부를 비웃고 尋山隔日嶽僧嘲 심산격일악승조하루 걸러 산을 찾아가니 산승이 조롱하네 古人獨慕陶彭澤 고인독모도팽택옛사람 중에는 유독 도연명만을 사모하니歸臥潯陽請息交 귀와심양청식교심양에 돌아가 누워 교유를 끊어야겠네 ※歸臥潯陽請息交(귀와심양청식교) : 도연명(陶淵明)이 팽택 영(彭澤令)을 그만두고..

田家詠 (전가영) 外 - 申欽 (신흠)

田家詠   전가영     申欽   신흠  雉乳麥苗秀 치유맥묘수보리 이삭이 패니 꿩이 새끼를 낳고 蠶飽桑陰瘦 잠포상음수뽕나무 그늘 희미하고 누에 배부르네 上壠泥滑滑 상롱이활활밭이랑 위에는 진흙이 질척거리고 下壠水汨汨 하롱수골골언덕 아래에는 물이 졸졸 흐르는데 壠頭饁已罷 농두엽이파언덕 머리에서 들밥을 이미 다 먹고 翁姑鋤在手 옹고서재수시부모가 호밋자루를 손에 들었네 日暮向坂去 일모향판거날이 저물어 언덕을 향해 가노라니 逕指西江口 경지서강구오솔길이 서쪽 강어귀를 가리키네   田家詞   전가사     申欽   신흠  一聲二聲蟬語鬧 일성이성선어료한두 번 울어대는 매미 소리 시끄럽고 三點兩點鷗飛輕 삼점양점구비경두세 마리 갈매기는 가벼이 나는데 前山後山雨脚収 전산후산우각수앞산과 뒷산에는 비가 흠뻑 내려서 東畝西畝溝水..

村居 (촌거) - 成運 (성운)

村居   촌거     成運  성운시골집  趨世羞爲蟻子忙 추세수위의자망개미처럼 바빴던 세상살이가 부끄러워서 退歸三逕手鋤荒 퇴귀삼경수서황물러나 삼경에 돌아와 손수 잡초를 매네林丘人絶蒼雲合 구인절창운합인적 끊긴 숲 속에는 푸른 구름 자욱하고 草屋春深白日長 초옥춘심백일장초가에는 봄이 깊어 밝은 낮이 길어지네 衝雨打魚魚轉美 충우타어어전미빗속에 물고기 잡으니 고기 더욱 맛나고 踏花沽酒酒偏香 답화고주주편향꽃 밟으며 술 사 오니 유달리 향기롭네 猶嫌村近聞鷄犬 유혐촌근문계견그래도 시끄러운 민가와 가까운 게 싫어 更向煙蘿築小堂 갱향연라축소당다시 이끼 낀 안개 속에 작은 집 지었네 ※三逕(삼경) : 세 개의 오솔길이라는 뜻이나, 전하여 은자의 집 안에 있는 뜰 또는 주거를 말한다. 도연명(陶淵明)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