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完譯』蓬萊詩集(완역 봉래시집)-楊士彦/七言絶句(칠언절구) 25

題琴腹 (제금복) 外

題琴腹 得之江陵士人家   제금복 득지강릉사인가 거문고의 몸체에다 쓰다. 강릉의 선비 집안에서 얻어갔다. 玲瓏石上桐 영롱석상동  바위 위에서 영롱한 거문고를一鼓一吟三十春 일고일음삼십춘한번 타며 한번 읊은 지 삼십 년이구나當年鍾子棄我去 당년종자기아거그 옛날 종자기가 나를 버리고 떠난 뒤玉軫金徽生素塵 진금휘생소진옥진 금휘에 하얀 먼지가 쌓였으나陽春白雪廣陵散 양춘백설광릉산양춘 백설곡과 광릉산을 연주하여倘寄蓬萊山水人 당기봉래산수인혹여 봉래 산수인에게 부칠까하네 ※江陵士人家(강릉사인가) : 강릉 출신으로 허균(許筠)의 부친인 초당(草堂) 허엽(許曄)을 말한다. 조선 후기 실학자 홍대용(洪大容)의 담헌서내집(湛軒書內集)에 허엽의 외손 박종현(朴宗賢)이 봉래공(蓬萊公)이 이 시를 적은 거문고를 외할아버지 허엽(許曄)..

洛山寺 (낙산사) 外

洛山寺  낙산사 青青霧閣三千丈 청청무각삼천장 푸른 안개 속 누각은 삼천 장이나 솟았고白白雲窓萬里天 백백운창만리천 창밖 흰 구름은 만 리 하늘에 밝은데望望乘槎人不見 망망승차인불견 바라봐도 뗏목 탄 이 보이지 않으니不知何處恣飄然 부지하처자표연 모습이 훌쩍 사라진 곳을 알 수가 없네 ※승차인(乘槎人) : 본래 뗏목 탄 사람이란 먼 곳으로 사신 가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인데, 여기서는 신선이 되어 깨끗하고 먼바다에 뗏목을 타고 상제(上帝)에게 간다는 뜻으로 쓰였다.  寄平海倅紫洞先生 기평해졸자동선생 평해수령 자동선생에게 보내다 西關曾嘆三年別 서관증탄삼년별일찍이 서관의 삼 년 이별을 탄식하고東海還嗟數日程 동해환차수일정동해의 며칠 여정에서 돌아와 탄식했네東君早識相思苦 동군조식상사고봄 신도 그리는 고통 일찍 알아챘는지..

寄拘犴諸生 (기구안제생) 外

寄拘犴諸生  기구안제생  옥에 같힌 여러 선비에게 보내다. 筆勢自是詩眼苦 필세자시시안고시는 보기 괴로워도 필세는 스스로 자만하며 轍環猶有畏佳人 철환유유외가인오히려 수레 타고 다니는 가인을 두려워하네東隣豈乏西施笑 동린기핍서시소어찌 동린이 서시보다 못하다고 비웃으며不識今逢古壬申 불식금봉고임신지금 만난 고임신을 알아보지 못하는구나 ※轍環(철환) : 수레를 타고 돌아다닌다는 말로, 교화(敎化)를 위하여 세상을 돌아다님을 뜻한다. ※東隣豈乏西施笑(동린기핍서시소) : 서시(西施)는 중국 4대 미인 중 한 명인 월나라의 미인이다. 서시의 동쪽 이웃에 사는 한 추녀는 서시가 얼굴을 찡그려도 아름다운 미소가 부러워서 추한 얼굴을 찡그리고 다녔다고 한다.  新ト關東 得之兵亂後  신복관동 득지병란후  관동에 새 터전을 닦다..

天地 (천지) 外

天地  천지 鯈忽混沌無極氏 조홀혼돈무극씨 무극의 조와 홀과 혼돈으로부터 肧胎淸濁兩儀君 배태청탁양의군 맑고 흐림과 천지가 배태했었네三千世界生朝暮 삼천세계생조모 삼천세계가 아침저녁으로 생겨나니十二樓臺度一元 십이루대도일원 십이루대의 근본이 모두 하나로구나 ※鯈忽(조홀) : 숙홀(儵忽)과 같은 뜻이다. 장자(莊子) 응제왕(應帝王)에 남해(南海)의 신을 숙(儵)이라 하고 북해(北海)의 신을 홀(忽)이라 하며 중앙(中央)의 신을 혼돈(渾沌)이라 한다. 숙과 홀이 혼돈을 찾아갔더니 혼돈은 이들을 잘 대접하였다. 숙과 홀은 혼돈의 은혜를 갚으려고 ‘남들은 모두 일곱 개의 구멍이 있어 이것으로 보고 듣고 숨 쉬고 밥을 먹는데, 혼돈에게는 없으니, 우리가 구멍을 뚫어 주자’ 하고는 하루에 한 구멍씩 뚫었더니, 혼돈은 7일..

父子 (부자) 外

父子  부자 天地生吾父母身 천지생오부모신 부모님 몸에서 내가 세상에 태어나니百年難得報三春 백년난득보삼춘 평생 은혜 삼 년에 보답하기 어렵구나頑嚚不格蒸蒸日 완은불격증증일 날마다 어리석음을 바로잡지 못하니曾閔何如大舜仁 증민하여대순인 근심이 어찌 어진 순 임금만큼 클까  君臣  군신 風雲龍虎起陳陳 풍운룡호기진진 임금과 신하가 도와 태평성대가 되니舟楫丹靑譽諤臣 주즙단청예악신 주즙과 악신을 단청에 그려 기리네希見都兪三季日 희견도유삼계일 도읍에 점점 삼계일을 보기 드무니賡歌長屬卷中人 갱가장속권중인 책 속 인물의 노래가 길게 이어지네 ※風雲龍虎起陳陳(풍운용호기진진) : 풍운용호(風雲龍虎)는 임금과 신하 사이를 말함. 바람은 호랑이 구름은 용에 해당하고, 용은 임금 호랑이는 신하를 상징한다. 진진(陳陳)은 진진상인(陳..

簡抱川城主 乞蓮菊竹三絶 (간포천성주 걸련국죽삼절) 外

簡抱川城主 乞蓮菊竹三絶 간포천성주 걸련국죽삼절 포천 성주에 편지를 보내 연 국 죽 삼절을 얻다.   願借池蓮四五根 원차지련사오근못 속의 연 네댓 뿌리를 얻고 싶어서擬看堂背去憂萱 의간당배거우훤집 뒤로 가서 원추리와 비교해 보았네寧思凈友懷前哲 녕사정우회전철연꽃이 옛 현인을 품은 듯한 생각 들어欲把馨香喚客魂 욕파형향환객혼꽃향기 잡고 나그네 혼을 부르고 싶네右蓮 우련 위는 연이다.> 楚餐素入靈均夕 초찬소입영균석초나라의 영균이 저녁으로 먹었으며晉露香傳五柳杯 진로향전오류배오류선생 술잔에 이슬 향이 전해오네風味至今猶未沫 풍미지금유미말풍미가 지금까지 사라지지 않았으니倘分階下百叢來 당분계하백총래혹시 섬돌 아래 백 떨기가 나눠있을까右菊 우국 위는 국화이다.> 遨頭砌下幾多羣 오두체하기다군태수의 섬돌 아래엔 무더기로 많아..

迎祥詩 恭懿大妃殿 (영상시 공의대비전) 外

迎祥詩 恭懿大妃殿  영상시 공의대비전 공의대비전에 올리는 영상시 滿酌屠蘇薦九華 만작도소천구화도소주를 가득 따라 구화전에 올리니 延年不用飯胡麻 연년불용반호마수명 늘이려는 호마반이 필요 없구나極知坤化滋羣植 극지곤화자군식초목의 번식이 곤전의 덕화임을 알고珥筆詞臣盡拜嘉 이필사신진배가신하에게 말하시니 사관들 모두 절하네 ※屠蘇(도소) : 도소주(屠蘇酒)를 말하는데, 설날에 마시는 약주(藥酒)를 말한다. 귀신의 기운을 끊어 죽이고 사람의 혼을 다시 깨워 살린다는 뜻에서 이러한 이름이 붙여졌다. ※九華(구화) : 구화전(九華殿)을 말하는데, 옛 중국의 궁전 이름이다. 공의대비전(恭懿大妃殿)을 구화전(九華殿)에 비유한 듯하다. ※延年(연년) : 수명을 더 연장함. 수명을 늘이다. 장수하다.※飯胡麻(반호마) : 호마반(..

送平安都使金彦亨 (송평안도사김언형) 外

送平安都使金彦亨 步俗短歌而作송평안도사김언형 보속단가이작 평안 도사 김언형을 보내면서. 세상의 단가를 본떠 짓다. 蒼頡謾爲離別字 창힐위만이별자 창힐이 공연히 이별이란 글자 만들었는데秦皇胡乃不焚之 진황호내불분지진시황은 어찌하여 불태우지 않았던가至今留滯人間世 지금체류인간세 지금까지 인간 세상에 그대로 남아 있어서長見陽關去住時 장견양관거주시 양관에 갈 때마다 항상 보게 하는가 ※ 단가(短歌) : 고려 후기에서 조선 전기에 걸쳐 정제된 우리나라 고유의 정형시 중 하나. 단가 가요 가곡 영언 시절가 신성 시조 등을 일컫는다.※ 창힐(蒼頡) : 중국 상고시대의 인물로 한자를 처음 만들었다고 한다.※ 양관(陽關) : 옥문관과 함께 중국에서 서역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 이름, 당나라 시인 왕유(王維)가 양관(陽關)에서 친..

謝懷呈六藝諸生 (사회정륙예제생) 外

謝懷呈六藝諸生 사회정륙예제생  육예의 여러 유생들에게 고마운 뜻으로 드리다. 病妻別母辭江國 병처별모사강국병든 아내 어머니 이별하고 강변마을 떠나며孩予呼爺哭海滣 해여호야곡해순어린 나는 바닷가에서 아버지 부르며 곡하네心痛未成書院會 심통미성서원회서원의 모임을 이루지 못하여 마음이 아프니此生長負故鄕人 차생장부고향인이 몸 오랫동안 고향 사람에 빚지고 사는구나  ※六藝(육예) : 고대 중국 교육의 여섯 가지 과목. 예(禮), 악(樂), 사(射), 어(御), 서(書), 수(數)가 이에 해당한다.  成川  성천 姑射山前九曲川 고야산전구곡천 고야산 앞을 흐르는 아홉 구비 내에는桃花深鎖武陵煙 도화심쇄무릉연복숭아 꽃 핀 무릉이 안개로 꼭 잠겼네依依洞府人難到 의의동부인난도동부에 사람이 이르지 못함이 아쉬우니何處漁舟落杳然 하처..

金水亭 (금수정) 外

金水亭  금수정  十年塵土鬂如絲 십년진토빈여사속세 살이 십 년에 귀밑털이 가늘어졌는데一笑懽娛問幾時 일소환오문기시오로지 즐겁게 웃은 경우가 몇 번이나 될까晩向江湖訪漁父 만향강호방어부늘그막에 강과 호수 찾아 어부에게 물어도白鷗心事少人知 백구심사소인지흰 갈매기의 마음속을 아는 사람이 없구나  仙遊潭  선유담  桃花結子三千歲 도화결자삼천세 복사꽃은 삼천 년 만에 열매를 맺고龍虎丹成日未斜 용호단성일미사 용호는 저물어가는 해를 붉게 만드네湖光海色落天鏡 호광해색낙천경 바닷빛 호수는 거울에 하늘 떨어진 듯黃鶴白雲棲紫霞 황학백운자서하 황학과 흰 구름은 붉은 노을에 깃드네 ※龍虎丹成日未斜(용호단성일미사) : ‘용호의 단약을 달이니 해가 지지 않네’로 해석하는 분이 많은데, 선유담의 선경(仙境)을 노래한 이 시의 문맥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