嶺南樓와 密陽

매산(梅山) 洪直弼(홍직필)과 영남루(嶺南樓)

-수헌- 2022. 3. 23. 11:08

매산(梅山) 洪直弼(홍 직필, 1776~1852)은 조선 후기의 학자로 초명은 홍긍필(洪兢弼)이고. 자는 백응(伯應) 백림(伯臨), 호는 매산(梅山)이다. 그는 재능이 뛰어나 7세 때 이미 한자로 문장을 지었으나, 이후 여러 번 관직에 추천되었으나 벼슬을 사양하고 성리학에만 전념하였다. 그러나 그가 35세 때인 1810년(경오년)에 부친인 홍이간(洪履簡)이 밀양 부사를 지낸 인연으로 그의 저서인 매산집(梅山集)에 다수의 영남루(嶺南樓)와 관련한 차운시가 전해지고 있다.

 

憶妹用杜陵憶弟韻 庚午     억매용두릉억제운 경오

누이를 그리며 두릉의 ‘아우를 생각하다’의 운을 사용하다. 경오년

 

家君得邑去 가군득읍거

가친께서 읍재가 되어 떠나셔서

高坐嶺南樓 고좌영남루

영남루에 높이 앉아 계신다네

憐爾望雲思 련이망운사

구름 바라보는 너의 심정이 가엾고

添吾陟岵愁 첨오척호수

내 언덕에 오르니 근심 더하는구나

行將盡室往 행장진실왕

장차 온 집안 식구를 데리고 가서

仍復數年留 잉부수년류

그대로 다시 몇 년을 머물고자 하니

願汝隨陽鳥 원여수양조

바라건대 너도 양조를 따라서

秋風到海陬 추풍도해추

가을바람 따라 바다 끝으로 오너라

 

※用韻(용운) : 남의 시에 화답하는 시를 화운(和韻)이라 하는데, 운을 차례 그대로 하는 것을 차운(次韻)이라 하고, 운을 쓰되 차례를 바꾸는 것을 용운(用韻)이라 한다. 또 같은 운부(韻部) 안의 다른 글자로 바꿔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의운(依韻)이라 한다. 이 시는 원운(元韻)인 杜甫의 시 憶弟와 같은 韻部(하평운, 下平韻)인 尤(우)를 사용한 의운(依韻)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이 시의 원운(元韻)인 杜甫(두보)의 시는 다음과 같다.

[喪亂聞吾弟  饑寒傍濟州  人稀書不到  兵在見何由  憶昨狂催走  無時病去憂  卽今千種恨  惟共水東流]

 

※두릉(杜陵) : 두릉은 당나라 때의 시인 두보(杜甫)이다. 장안(長安)의 남쪽 근교에 있는 두릉 땅에 두보의 선조가 살았기 때문에 '두릉(杜陵)의 포의(布衣)' 또는 '소릉(少陵)의 야로(野老)'라고 자칭하였다.

※家君(가군) : 남에게 자기 아버지를 이르는 말, 가친(家親).

※읍재(邑宰) : 한 고을을 다스리는 사람. 수령, 현령. 홍 직필의 부친인 홍이간(洪履簡)은 1810년(경오년)에 밀양 부사를 지냈다.

※陽鳥(양조) : 계절에 따라 이동하는 철새를 이르는 말.

※海陬(해추) : 바다의 끝. 머나먼 곳.

 

 

下船登嶺南樓次板上牧隱韻     하선등영남루차판상목은운

배에서 내려 영남루에 올라 판 위에 있는 목은의 시에 차운하다

 

盡日烟波一棹橫 진일연파일도횡

종일 안갯속 물결을 노 하나로 가로지르니

夕陽無限遠江平 석양무한원강평

석양 끝이 없고 강은 멀리 평평하게 흐르네

官娥強解幽人意 관아강해유인의

예쁜 관기는 유인의 심정을 잘 알아차려서

水檻爭歌欸乃聲 수함쟁가애내성

물가 난간에서 애내성을 다투어 노래하네

 

※欸乃聲(애내성) : 노 젓는 소리 또는 노를 저으며 부르는 노랫소리를 이른다.

 

이 시의 원운(元韻)인 牧隱 李穡(목은 이색)의 시는 다음과 같다.

[嶺南樓下大川橫  秋月春風屬太平  忽得銀魚森在眼  斯文笑語可聞聲]

 

 

嶺南樓次板上三淵韻     영남루차판상삼연운

영남루에서 판 위에 있는 삼연의 시에 차운하다

 

密府千年國 밀부천년국

천 년의 고장 밀양부에는

山南第一樓 산남제일루

산남에 으뜸가는 누대가 있다네

地通三浪浦 지통삼랑포

땅은 삼랑포와 서로 통하고

天抱一孤舟 천포일고주

하늘은 외로운 배 한 척 품었네

雲磬來蓮寺 운경래련사

구름 속 풍경소리 연사에서 들려오고

沙禽慣棹謳 사금관도구

백사장의 물새도 뱃노래에 익숙하네

酒醒渾忘語 주성혼망어

술이 깨자 온통 할 말을 잊으니

晴日漾中流 청일양중류

맑은 해가 물 가운데 일렁이네

 

※三淵韻(삼연운) : 삼연(三淵)은 조선 후기의 학자 김창흡(金昌翕)을 말하며, 그가 지은 원운(元韻)은 제목이 ‘영남루에서 주수(主守) 이계상에게 주다 [嶺南樓贈主倅李季祥]’이며 다음과 같다.

[賓主俱萍水  逢春第一樓  東風散華髮  南浦倚輕舟  岸竹搖簾影  江梅落棹謳  微茫三浪口  溯可向頭流]

 

*김창흡(金昌翕,1653~1722) : 조선 후기 삼연집, 심양일기 등을 저술한 학자. 자는 자익(子益), 호는 삼연(三淵).

 

 

步今是堂任公義伯嶺南樓詩韻上潁西任丈 二首    보금시당임공의백영남루시운상영서임장 이수

금시당 임의백의 영남루 시운에 차운하여 영서 임로 어른께 올리다. 두 수

 

棠茇百年遺愛深 당발백년유애심

사랑이 깊은 선정이 백 년이나 전해오니

江山文藻想眞襟 강산문조상진금

세상이 문장으로 진실한 마음 그리워하네

寒流微月渾如舊 한류미월혼여구

찬 강물의 초승달은 여전히 예와 같은데

無復淸簫響竹林 무부청소향죽림

대숲의 맑은 퉁소 소리는 다시 울리지 않네

 

一上名樓悵望深 일상명루창망심

이름난 누대에 올라 창망히 바라보니

若爲罇俎繫疎襟 약위준조계소금

어떻게 멀어진 흉금을 준조에서 이을까

明年鳧舃應南至 명년부석응남지

내년에는 응당 부석으로 남쪽으로 오셔서

銀燭朱欄對茂林 은촉주란대무림

주란에서 은촛대가 무성한 숲을 대하겠지

 

※임의백(任義伯, 1605~1667) : 조선 후기 형조참판, 충청도 관찰사, 공조참판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계방(季方), 호는 금시당(今是堂)이다. 김장생(金長生)의 문인으로, 송시열(宋時烈)ㆍ송준길(宋浚吉) 등과 교의가 깊었다.

※潁西任丈(영서임장) : 조선 후기 의금부도사, 신령 현감, 충원 현감 등을 역임한 문신, 학자인 임로(任魯, 1755~1828). 임의백(任義伯)의 5대손이다. 자는 득여(得汝), 호는 영서거사(潁西居士). 任丈(임장)의 丈은 남자 노인에 대한 존칭이다.

※棠茇(당발) : 당발은 주(周) 나라의 명신인 소백(召伯)이 고을을 순행하면서 초막으로 삼아 선정을 펼쳤던 감당(甘棠)나무 아래를 말하는 것으로, 임의백이 지방관으로서 백성들에게 선정(善政)을 베풀었음을 뜻한다.

※罇俎(준조) : 술동이와 고기를 담는 그릇이란 뜻으로, 연회나 주연(酒宴)을 가리킨다.

※鳧舃(부석) : 오리와 신발이란 뜻이나, 지방 수령이나 수령의 행차를 고상하게 표현한 말이다. 후한(後漢) 명제(明帝) 때에 왕교(王喬)가 섭현(葉縣)의 현령으로 있었는데, 초하루와 보름마다 수레나 말도 타지 않고 머나먼 길을 와서 조회에 참석하였다. 황제가 이를 괴이하게 여겨 살펴보게 하였는데, 그가 올 때마다 오리 두 마리가 동남쪽에서 날아오므로 그물을 쳐서 잡고 보니, 그물 속에 신발 한 짝만 있었다고 한 데서 유래한다. <後漢書 王喬列傳>

 

 

閏三月十二日夜陪家大人上嶺南樓用老杜岳陽樓韻    윤삼월십이일야배가대인상령남루용로두악양루운

윤삼월 십이일 밤 아버지를 모시고 영남루에 올라 노두의 악양루 시에 차운하다

 

朱幡自東閣 주번자동각

붉은 깃발 날리며 동헌을 출발하여

彩服侍南樓 채복시남루

영남루에서 색동옷 입고 모셨네

吹地江聲轉 취지강성전

땅엔 바람 불고 강엔 물소리 구르고

翻天月影浮 번천월영부

밤이 되니 달그림자 물에 떠있네

玉欄參遠岫 옥란참원수

옥 난간은 먼 산봉우리와 어울리고

銀燭暎虛舟 은촉영허주

은 촛불은 텅 빈 배를 비치는구나

鳧舃偶乘興 부석우승흥

부석께서 마침내 흥취를 느끼시니

闔州仁澤流 합주인택류

어진 은택으로 고을을 다스리겠네

 

※老杜岳陽樓韻(노두악양루운) : 노두(老杜)는 두보(杜甫)를 말하며, 악양루 운은 등악양루(登岳陽樓)로써 원운은 다음과 같다.

[昔聞洞庭水  今上岳陽樓  吳楚東南坼  乾坤日夜浮  親朋無一字  老病有孤舟  戎馬關山北  憑軒涕泗流]

 

※朱幡(주번) : 붉은 깃발로 수령의 행차를 말한다.

※彩服(채복) : 색동옷을 말하며, 초(楚) 나라의 노래자(老萊子)가 나이 일흔에 색동옷을 입고 재롱을 피워 어버이를 즐겁게 해 드렸던 고사에서, 자식이 부모를 즐겁게 하기 위해 입은 어린아이의 복장을 뜻한다.

※鳧舃(부석) : 지방 수령이나 그 행차를 고상하게 표현한 말이니 여기서는 홍 직필이 밀양부사인 부친을 표현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