嶺南樓와 密陽/嶺南樓次韻詩

영남루 차운시(嶺南樓 次韻詩) 4

-수헌- 2022. 2. 17. 17:26

陜川郡守 합천군수     河孟晊 하맹질 

 

高樓一上可携 고루일상가휴천

높은 누각에 처음 오르니 하늘을 잡을 듯하고

萬景無窮眼界 만경무궁안계전

온갖 경치가 끝없이 눈앞에 펼쳐지는구나

霞映長林孤鶩外 하영장림고목외

따오기 외로운 긴 숲 밖으로 노을이 비치고

鷺窺清澗戱魚 노규청간희어변

백로는 맑은 물가에 노는 물고기를 엿보네

短牆影動竹篩月 단장영동죽사월

대밭에 스민 달그림자 낮은 담장에 일렁이고

平野光凝草浥 평야광응초읍연

들판의 안개에 젖은 풀은 엉기어서 빛나네

逸興遄飛吟造蕩 일흥천비음조탕

좋은 흥이 날듯이 일어나 호탕하게 노래하고

忘機爛醉勝仙 망기란취승선연

몹시 취해 세상일 잊으니 신선보다 낫다네

 

霞映長林孤鶩外(하영장림고목외) : 당나라의 시인 왕발(王勃, 647 ~ 674)의 등왕각서(滕王閣序)落霞與孤鶩齊飛 秋水共長天一色(낙하여고목제비 추수공장천일색; 지는 노을은 외로운 따오기와 나란히 날고, 가을 강물은 긴 하늘과 한 빛깔일세)라는 구절이 있는데 여기서 인용한 듯하며, 이 구는 아름다운 표현으로 일컬어져 많은 시인들이 인용하고 있다.

逸興遄飛(일흥천비) : 역시 왕발(王勃)의 등왕각서(滕王閣序)에 동일한 표현이 있다.

 

*하맹질(河孟晊,1403~1491) : 자는 조욱(肇旭). 음사(蔭仕)로 합천 군수(陜川郡守)를 지냈으며, 세조 때 청백리에 뽑혔다.

 

觀察使 관찰사     趙瑞康 조서강  

 

登眺初驚上九 등조초경상구천

올라보니 위로 하늘 끝에 닿았음에 놀라고

奇觀還似岳陽 기관환사악양전

뛰어한 경관이 흡사 악양루 앞에 온듯하네

和風牧笛南郊外 화풍목적남교외

남쪽 교외 목동의 피리소리 화풍에 실려 오고

對月漁歌古渡 대월어가고도변

옛 나루터 어부의 노랫소리 달을 맞이하네

俠岸居民依綠竹 협안거민의록죽

언덕의 백성들 푸른 대나무를 의지해 살고

半空歸雁隔長 반공귀안격장연

하늘 반 돌아가는 기러기 노을과 멀어지네

先憂仰慕希文意 선우앙모희문의

선우후락하라는 범희문의 뜻을 우러러서

欲把蒼生置袵 욕파창생치임연

백성들을 잘 다스리려고 부임 잔치 벌였네

 

先憂仰慕希文意(선우앙모희문의) : 선우(先憂)는 선우후락(先憂後樂)을 말하며, 희문(希文)은 북송 때의 정치가, 문학가, 교육가인 범중엄(范仲淹,989~1052)을 말한다. 그가 쓴 유명한 악양루기(岳陽樓記)의 ‘先天下之憂而憂 後天下之樂而樂 (선천하지우이우 후천하지락이락)’라는 시구(詩句)에서 선우후락(先憂後樂)이라는 말이 나왔으며, 이는 ‘천하(만백성)가 근심하기 전에 먼저 근심하고, 천하가 다 즐긴 후에 즐긴다.’라는 뜻으로 지도자로서 가져야 할 자세를 말한다.

 

*조서강(趙瑞康,1394~1444) : 조선 전기 우승지, 도승지, 이조참판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자경(子敬), 호는 경은(耕隱). 1437년 12월 경상도 관찰사를 지냈다.

 

 

浩亭 호정     河崙 하륜 

 

誰構岑樓上接 수구잠루상접천

하늘에 닿은 높은 누각 누가 지었는지

壁間題詠盡盧 벽간제영진로전

눈앞 벽의 시들은 극치에 달했네

流年袞袞臨川裏 류년곤곤림천리

세월은 강물 속에 끝없이 흘러가서

往事悠悠倚柱 왕사유유의주변

기둥에 기대서니 지난 일 아득하네

十里桑麻深雨露 십리상마심우로

십리 상마는 비와 이슬에 젖었고

一區山水老雲 일구산수로운연

고을 산수는 안개구름에 짙어가네

晚來已見斜陽好 만래이견사양호

저물녘 고운 석양은 이미 보았고

月滿長江更肆 월만장강경사연

긴 강에 달빛 차니 다시 잔치 베푸네.

 

十里桑麻深雨露(십리상마심우로) : 남송(南宋)의 유교 사상가 주희(朱喜, 1130~1200)의 무이구곡가(武夷九曲歌) 九曲에 桑麻雨露見平川(상마우로건평천; 뽕나무 삼나무(桑麻)에 맺힌 이슬, 평천을 바라보네)라는 구절이 있는데 여기서 차용한 듯하다.

*하륜(河崙,1347~1416) : 조선 초기의 문신. 자는 대림(大臨), 호는 호정(浩亭). 정도전과 대립하며 이방원이 왕위에 오르는 데 기여하였다.

 

 

觀察使 관찰사     權軫 권진  

 

高閣崢嶸聳碧 고각쟁영용벽천

푸른 하늘에 높은 누각 우뚝 솟았고

靑山在後流水 청산재후류수전

청산은 뒤에 서고 강물 앞에 흐르네

拘簾遠興雲行外 구렴원흥운행외

잡은 발 밖으로 구름 일어 멀리 가고

縱日奇觀鳥沒 종일기관조몰변

해를 따라 새가 앉는 경관이 아름답네

細雨隨風斜渡岸 세우수풍사도안

언덕 건너 가랑비 바람에 비껴 내리고

長林橫野半含 장림횡야반함연

긴 숲이 안개 낀 들판을 가로질렀네

傍人莫怪登臨久 방인막괴등림구

올라 오래 머문다고 의심하지 마시게

夜見天光映舞 야견천광영무연

밤에 자리에서 춤추는 하늘빛을 보려네

 

*권진(權軫, 1357~1435) : 조선 전기 찬성, 경상도 관찰사, 이조판서, 우의정 등을 역임한 문신. 호는 독수와(獨樹窩).

 

 

觀察使 관찰사     安瑗 안원 

 

千尋華屋荷蒼 천심화옥하창천

천 길 화려한 누각 푸른 하늘을 지고

一曲清江繞檻 일곡청강요함전

한 굽이 맑은 강물 난간 앞을 둘렀네

鬱鬱平林南野外 울울평림남야외

남쪽 들판 밖에 울창한 수풀이 펼쳤고

猗猗綠竹北山 의의록죽북산변

북쪽 산가엔 푸른 대나무가 아름답네

雲收遠峀橫靑障 운수원수횡청장

푸르게 가로막은 먼 산에 구름 걷히고

雨後荒村帶碧 우후황촌대벽연

비 온 뒤 마을은 푸른 안개를 둘렀네

況是今朝無介事 황시금조무개사

하물며 오늘 아침 별다른 일이 없어

對君談笑醉羅 대군담소취라연

그대와 담소하며 잔치 열어 취하려네

 

千尋(천심) : 천 길이라는 뜻으로, 매우 높거나 깊음을 이르는 말.

*안원(安瑗, 1346~1411) : 조선 전기 경상도도 관찰사, 판 한성부사, 개성 유후 등을 역임한 문신. 초명은 안정(安定). 고려 말의 유학자 안향(安珦)의 현손이다.

 

 

침류각 앞에서 올려다 본 영남루의 웅장한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