嶺南樓와 密陽/嶺南樓次韻詩

영남루 차운시(嶺南樓 次韻詩) 7

-수헌- 2022. 3. 9. 15:47

登嶺南樓次韻 등영남루차운     兪好仁 유호인  

 

嵬眼東南一壁 외안동남일벽천

동남으로 눈 드니 벼랑은 하늘에 닿고

溪山鬱鬱在尊 계산울울재존전

산천은 우거져 앞에 높이 솟아 있구나

大江遙凸露華外 대강요철로화회

큰 강은 멀리 밖에서 나타나 굽어 들고

南紀先明梅樹 남기선명매수변

남쪽 마당가엔 매화나무 먼저 드러나네

奔走幾回消歲月 분주기회소세월

분주하게 보낸 세월 그 얼마나 되는지

英雄從古管風 영웅종고관풍연

예부터 영웅은 바람 안개를 다스렸네

襟懷老去無多子 금회노거무다자

늙어갈수록 포부는 점점 줄어 들 테니

只迓氷輪上綺 지아빙륜상기연

화려한 주연에 올라 둥근달이나 맞이하세

 

※氷輪(빙륜) : 얼음처럼 맑고 차게 보이는 둥근달

*유호인(兪好仁, 1445~1494) : 조선 전기 의성 현령, 공조 좌랑, 검토관 등을 역임한 문신. 문장가. 자는 극기(克己), 호는 임계(林溪) 뇌계(㵢溪). 김종직(金宗直)의 문인이며 문장으로 이름이 높았다.

 

 

次嶺南樓板上韻 차영남루 판상운     鄭碩達 정석달  

영남루 판상 운을 차운하다

 

閑步湖山四月 한보호산사월천

한가로이 사월의 산 호수를 걸으니

風光輸入一樓 풍광수입일루전

누각 앞 좋은 풍광이 들어오는구나

遲遲孤帆蒼波裏 지지고범창파리

푸른 물결 속 배 한 척 더디게 가고

點點浮雲翠峀 점점부운취수변

푸른 봉우리에 구름 점점이 떠있네

春盡城林花似雪 춘진성림화사설

봄 지난 성벽 숲에 꽃이 눈처럼 희고

雨晴江浦草如 우청강포초여연

비 개인 강 포구 풀밭이 안개 같구나

仙區處處多奇勝 선구처처다기승

곳곳의 좋은 경관이 신선의 거처이니

淸興何須開盛 청흥하수개성연

맑은 흥에 어찌 큰 잔치 열지 않으리

 

*정석달(鄭碩達,1660∼1720) : 조선 후기 유학자. 자는 가행(可行). 호는 함계(涵溪)이다.

 

 

次嶺南樓板上韻 차영남루판상운      姜大遂 강대수  

 

樓臨飛鳥勢攀 누림비조세반천

누각은 나는 새가 하늘 잡을 듯 있고

萬象爭輸眺望 만상쟁수조망전

온갖 형상이 다투어 눈앞에 들어오네

芳草晴川詩思裏 방초청천시사리

갠 냇가의 방초는 시상에 들게 하고

落霞孤鶩酒尊 락하고목주존변

지는 노을 외로운 물새 술독 가에 앉네

春闌賓舘桃花雨 춘란빈관도화우

늦은 봄날 객사에는 복사꽃비 날리고

日暮漁家楚竹 일모어가초죽연

해 저문 어가에는 초죽 연기 일어나네

冉冉良辰誰得住 염염량진수득주

부드럽고 좋은 시절 누가 만나 살는지

留髡莫厭數開 류곤막염수개연

여러 번 잔치 열어도 유곤은 싫지 않으리

 

※楚竹烟(초죽연) : 초죽(楚竹)은 중국 남쪽 초나라 지방에서 나는 대나무를 말하며, 이 대나무를 밥 짓을 때 땔감으로 사용했다 한다. 당송 팔대가의 한 사람인 유종원(柳宗元)의 시 漁翁(어옹)에도 曉汲淸湘燃楚竹(효급청상연초죽; 새벽에 맑은 상수 물 길어 초죽 태워 밥을 한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留髡(류곤) : 손님을 붙잡아 머무르게 하고 함께 통음하다. 곤(髡)은 전국(戰國) 시대 순우곤(淳于髡)을 말하는데, 순우곤(淳于髡)이 제왕(齊王)에게 말하기를, “해가 저물고 술이 취했을 적에 남녀(男女)가 자리를 같이 하였는데, 당상(堂上)에는 촛불이 꺼지고 주인이 다른 손님은 보내고 곤(髡)을 유숙하게 할 적에 여인의 비단옷에 끈이 풀어지고 향내가 나면 그때가 제일 즐겁습니다.” 하였다.

*강대수(姜大遂,1591~1658) : 조선시대 호조좌랑, 예조정랑, 병조참의 등을 역임한 문신. 초명은 강대진(姜大進). 자는 면재(勉哉) 학안(學顔), 호는 춘간(春磵) 한사(寒沙).

 

 

次嶺南樓韻送行可赴試密陽  차영남루운송행가부시밀양     權好文 권호문

영남루 시에 차운하여 밀양으로 시험 보러 가는 행가를 전송하다

 

少年遊試遍南 소년유시편남천

젊을 때 과거 보러 영남을 두루 다니며

幾度風霜擁馬 기도풍상옹마전

얼마나 많은 세월을 말 타고 보냈던가

未掛孤蹤名閣上 미괘고종명각상

외로운 처지 이름 누각에 걸리지 못하고

空飛吟夢畫欄 공비음몽화란변

난간에서 읊던 꿈은 부질없이 날아갔네

雁㗸碧海三秋月 안함벽해삼추월

큰 바다 위 기러기는 가을 달빛 머금고

鷺割靑山十里 로할청산십리연

백로는 십 리 안개 낀 청산을 가르네

拂袖想應饒晩眺 불수상응요만조

소매 떨치고 저녁 풍경 보며 생각하니

老懷今日動離 로회금일동리연

이별 잔치에 오늘 늙은이 마음이 움직이네

 

*권호문(權好文, 1532~1587) : 조선 전기의 유학자. 자는 장중(章仲), 호는 송암(松巖). 이황(李滉)을 스승으로 모셨으며, 벼슬을 단념하고 은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