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한시(漢詩) 5

茶壺詩 (다호시)

茶壺詩 회문시의 일종으로 다호시(茶壺詩)라는 게 있다. 다호시(茶壺詩)는 말 그대로 차를 담는 주전자에 쓴 시라는 뜻인데. 가이청심야(可以淸心也)라고 다섯 글자를 쓴 다호시가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차 주전자에 둥글게 쓴 글씨는 어느 글자부터 읽어야 할지 알 수 없지만, 可以淸心也를 어느 글자부터 읽어도 뜻이 통한다. 이런 형태를 자자회문시(字字廻文詩)라고도 한다. 내용을 보면 이 주전자에 담긴 차가... 可以淸心也 가이청심야 마음을 맑게 할 수 있고 以淸心也可 이청심야가 맑은 마음으로 마셔도 좋다 淸心也可以 청심야가이 맑은 마음으로도 괜찮으니 心也可以淸 심야가이청 마음도 맑아질 수가 있고 也可以淸心 야가이청심 또한 마음을 맑게 해 준다

令旗 영기

회문시의 일종으로 영기(令旗)라는 작품이 있다. 이 작품은 청나라 때 장조(張潮)가 엮은 해낭촌금(奚囊寸錦)에 실려 있는데 깃발 안에 49자가 적혀 있고 정중앙의 '영(令)'자만 검게 표시되어 있다. 읽는 방법은 중앙의 '영(令)'자에서 아래로 내려와 시계방향으로 돌면서 7자씩 끊어 읽는다. 앞에서 본 반중시(盤中詩)는 좌우로 돌아가면서 읽지만 영기는 시계방향 한 방향으로 읽는 것이 다르다. 또 하나 특이한 것은 한 구절이 끝나면 다음 구의 첫 자는 전구(前句)의 끝 자를 파자(破字)해서 따온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첫 구의 끝 자는 '銘'인데 銘에서 '金'만을 취하여 둘째 구의 첫 자로 삼았고, 둘째 구의 끝 자인 '琤'에서 '王'자를 취하여 셋째구의 첫 자로 삼는 방식으로 이렇게 취한 첫 자는 기에 ..

盤中詩 반중시

회문시(回文詩)의 시원(始原)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이인로(李仁老)의 파한집(破閑集)에서는 진(秦)나라 소백옥(蘇伯玉)의 처가 지었다는 반중시(盤中詩)와, 두도(竇滔)의 처 소혜(蘇蕙)가 지었다는 직금회문시(織錦回文詩)를 시원으로 들었다. 반중시(盤中詩)는 쟁반 가운데서 바깥쪽으로 돌아가며 읽도록 작성되었고, 직금회문시(織錦回文詩)는 비단에 회문(回文)을 짜 넣어서 앞에서 읽으나, 끝에서부터 읽으나, 좌에서 우로 읽으나, 우에서 좌로 읽으나, 대각선으로 읽으나, 어느 방향으로 읽어도 뜻이 통하게 지어졌다 한다. 동진(東晉) 시기, 진주 자사(秦州刺史)를 지낸 두도(竇滔)에게는 재주 많고 덕이 있는 아내 소혜(蘇蕙)와 조양대(趙陽臺)라는 총희(寵姬)가 있었는데, 훗날 두도는 좌천되어 서역(西域..

回文詩(회문시) - 美人怨

回文詩(회문시)는 바로 읽으나 거꾸로 읽으나 韻字(운자)가 맞아야 하고, 또한 뜻이 통해야 하기 때문에 문학적 재능이 없이는 짓기가 여간 어렵지가 않다. 회문시는 진(晋) 나라 이후에 유행을 이루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부터 회문시가 유행하였다. 그중에서도 앞서 소개한 이지심(李知深)이 잘 지었고, 이규보(李奎報)는 21수나 되는 많은 회문시를 지었다 한다. 이규보(李奎報)의 미인원(美人怨)이란 회문시(回文詩)를 보면, 순독(順讀)에서는 地 淚 水 翠의 운자(韻字)가 사용되었고, 역독(逆讀)에서는 長 郎 香 腸의 운자(韻字)를 쓰고 있는데, 모두 외로운 미인의 심정을 잘 묘사하고 있다. 美人怨 미인원 李奎報 이규보 미인의 원망 腸斷啼鶯春 장단제앵춘 애간장 끊어질 듯 꾀꼬리 봄에 울고 落花紅簇地 낙화..

회문시(回文詩)

가을장마 중에서도 언뜻 비가 개면 높고 푸른 하늘이 나타나는 것이 제법 가을을 느끼게 한다. 가을을 느끼며, 고려 때의 문신 이지심(李知深)의 감추회문(感秋回文)이란 시를 감상한다. 이 시는 제목에서 밝혔듯이 회문시(回文詩)의 형태로 되어있는데, 회문시란 시를 첫머리부터 읽어도 뒤에서부터 거꾸로 읽어도 의미가 통하고 시법에도 어긋나지 않게 지은 한시를 말하며, 한자란 문자 체계에서만 가능한 독특한 형태이다. 일종의 언어유희에 해당하지만 옛날 시인들은 즐겨 지었고 후대에 오면서 점차 사라졌다. 感秋回文 감추회문 李知深 이지심 가을을 느끼며 회문시를 짓다. 散暑知秋早 산서지추조 더위 흩어지고 이른 가을임을 알게 되니 悠悠稍感傷 유유초감상 걱정스레 아픈 마음이 조금씩 느껴지네 亂松靑蓋倒 난송청개도 어지러운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