嶺南樓와 密陽/嶺南樓次韻詩

영남루 차운시(嶺南樓 次韻詩) 8

-수헌- 2022. 4. 11. 10:36

次嶺南樓韻 樓在密陽 차영남루운 누재밀양     楊煕止 양희지  

영남루운을 차운하다 영남루는 밀양에 있다.

 

傑閣岧嶢半入 걸각초요반입천

빼어난 누각이 하늘 반쯤 뚫고 높이 솟았는데

岳陽何必美專 악양하필미전전

악양루도 앞의 누각보다 좋다고 할 수 있을까

無遮大地窮眺外 무차대지궁조외

바깥쪽 끝을 바라보니 대지는 막힘이 없고

不盡三江倚檻 불진삼강의함변

세 강은 난간에 기대 끊임없이 흐르는구나

岸岸漁燈欺列宿 안안어등기렬숙

언덕마다 고기잡이 등이 펼친 별을 기만하고

家家竹樹拖晴 가가죽수타청연

집집마다 대나무 사이에 펼친 안개가 개이네

白頭堪笑紅塵客 백두감소홍진객

홍진에 찌든 나그네 흰머리가 우스워서

觸撥詩情醉倒 촉발시정취도연

취해 쓰러진 연회에서 시흥이 문득 일어나네

 

*양희지(楊煕止,1439~1504). 자는 가행(可行) 정보(楨父), 호는 대봉(大峯). 형조 판서, 충청도 관찰사, 도승지, 대사헌 등을 지냈으며 저서로는 대봉집(大峯集)이 있다.

 

次嶺南樓韻 차영남루운     朴祥 박상  

 

西湖萬里隔吳 서호만리격오천

서호는 아득히 멀리 만리나 떨어졌는데

綠浪東西忽墮 녹랑동서홀타전

푸른 물결 문득 앞에 동서로 떨어졌네

天上玉樓身坐處 천상옥루신좌처

천상의 옥루는 몸이 앉아 있던 곳이고,

海中鼇極眼窮 해중오극안궁변

오극은 눈길 끝난 곳 바닷속에 있구나

江魚慣聽靑娥瑟 강어관청청아슬

강의 물고기는 미녀의 거문고를 익숙히 듣고

城樹恒燻錦燭 성수항훈금촉연

성의 나무엔 늘 금촉의 연기가 끼어 있네

度嶺謾愁深涉險 도령만수심섭험

부질없이 고개 넘고 깊은 험지를 건넜으나

平生經賞摠塵 평생경상총진연

평생 지나온 곳이 모두 먼지 낀 자리였네

 

※吳天(오천) : 중국 오(吳) 나라의 하늘이라는 뜻으로, 머나먼 곳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鰲極(오극) : 하늘과 땅을 지탱하는 네 개의 기둥을 말한다. 옛날 여와(女媧)가 자라의 다리를 잘라서 사극(四極)을 세웠다는 설화에서 유래한 것이다.

※靑娥(청아) : 푸른 눈썹을 그린 아리따운 젊은 미녀.

 

*박상(朴祥,1474~1530) : 조선 전기 담양부사, 순천부사, 나주목사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창세(昌世), 호는 눌재(訥齋).

 

 

嶺南樓次板上韻示同遊諸子 영남루차판상운시동유제자     趙任道 조임도 

영남루에서 현판 시에 차운하여 같이 놀던 여러분에게 보이다

 

危樓縹緲泬寥 위루표묘혈요천

높은 누각 맑은 하늘에 아득히 솟아서

萬象森羅一望 만상삼라일망전

만물이 하나같이 앞에서 우러러 보네

野闊山遙風未歇 야활산요풍미헐

들 넓고 산은 멀어 바람 그치지 않고

鳶飛魚躍理無 연비어약리무변

솔개 날고 고기 뛰는 이치는 끝이 없구나

心虛止水涵宵月 심허지수함소월

마음 비우니 저녁달은 맑은 물에 잠겼고

興入長林帶暮 흥입장림대모연

긴 숲이 저녁 안개를 띠니 흥이 일어나네

佳處又逢名勝士 가처우봉명승사

좋은 곳에서 또 명망 있는 선비들 만나서

小船樽酒更張 소선준주경장연

작은 배에 술을 싣고 다시 잔치를 베푸네

 

※鳶飛魚躍(연비어약) : 만물이 각자 제 살 곳을 찾아 살아간다는 뜻. ‘시경(詩經)에 솔개는 날아서 하늘에 이르고, 물고기는 못에서 뛴다.’ 하였으니, 조화의 유행이 천지에 밝게 나타남을 말한 것이다. [詩云 鳶飛戾天, 魚躍于淵. 言其上下察也.]라고 하였는데, 중용(中庸)에서 이를 인용하여 자연 속에서 천지의 이치를 살필 수 있다고 하였다.

 

*조임도(趙任道, 1585~1664) : 조선시대 학자. 자는 덕용(德勇), 호는 간송당(澗松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