嶺南樓와 密陽/嶺南樓次韻詩

영남루 차운시(嶺南樓 次韻詩) 5

-수헌- 2022. 2. 21. 18:41

감천 甘川    임건 林乾 

 

納納臺隍接海 납납대황접해천

광대한 누대와 해자는 바다와 하늘에 닿고

一區形勝盡籠 일구형승진롱전

한 고을 앞을 둘러싼 경치는 빼어났네

西山雨過風欞外 서산우과풍령외

서산에 비 지나니 창밖으로 바람 불고

南浦雲橫月欖 남포운횡월람변

남포에 구름 비끼니 난간에 달 비치네

身御半空淩汗漫 신어반공릉한만

몸은 허공에 떠서 넓은 하늘을 달리며

眼騰千里瞥霞 안등천리별하연

눈 들어 먼 곳의 노을을 흘깃 쳐다보네

迎將宦客直唐肆 영장환객직당사

벼슬아치 손님 맞으려 빈자리 지키며

幾度張筵幾散 기도장연기산연

몇 번이나 자리를 펼쳤다가 치웠던가

 

汗漫(한만) : 물이 (질펀하게) 아득히 넓은 모양으로, 광대무변한 공간을 가리키며 공허하다, 허황하다는 뜻도 있다.

唐肆(당사) : 唐(당)은 비었다는 뜻이 있고, 肆(사)는 늘어놓다는 뜻이니 연회에 대비하여 항상 자리를 펼쳐놓는다는 뜻인 듯하다.

 

 

관찰사觀察使     신인손 辛引孫 

 

煌煌傑閣倚晴 황황걸각의청천

찬란히 빛나는 누각 푸른 하늘 의지하고

勝槩曾聞學語 승개증문학어전

좋은 풍채 일찍이 말 배우기 전에 들었네

百里江山供眼底 백리강산공안저

백 리 강산의 풍경이 눈 밑으로 깔리고

一軒風月入吟 일헌풍월입음변

처마 끝에는 풍월 읊는 소리가 들어오네

盈疇禾黍張新繡 영주화서장신수

곡식은 새로 수놓아 펼친 듯 밭을 메우고

撲地閭閣帶瑞 박지여각대서연

도처의 여염집엔 상서로운 안개 둘렀네

自愧少年嘗憶處 자괴소년상억처

어릴 적 추억 남은 곳이 스스로 부끄러워

監司此日忝重 감사차일첨중연

감사로서 오늘 욕되게 또 잔치를 열었네

 

*신인손(辛引孫, 1384~1445) : 조선 전기 한성부 판사, 병조판서, 예문관 대제학 등을 역임한 문신. 1432년에 경상도 관찰사가 지냈으며, 자는 조윤(祚胤), 호는 석천(石泉).

 

 

도사 都事     권기 權技 

 

樓勢崢嶸上薄 루세쟁영상박천

누각의 위세는 하늘을 찌를 듯 높고

最宜濃翠滴楹 최의농취적영전

기둥 앞의 짙푸른 빛이 매우 좋구나

縈紆客裏田畦裏 영우객리전휴리

나그네 심사 밭이랑 안에 얽혔는데

隱映人家竹塢 은영인가죽오변

제방 가의 인가는 대나무에 가렸네

勝景忽先還忽後 승경홀선환홀후

좋은 경치가 홀연 앞뒤에 나타나고

浮光非霧亦非 부광비무역비연

안개도 연기도 아닌 빛이 떠다니네

莫言賤子題詩拙 막언천자제시졸

미천한 사람의 시 서툴다 하지 마소

曾是抽毫侍禁 증시추호시금연

일찍이 붓 들고 경연을 모시었다오

 

*권기(權技, 1405~1467) : 조선 초기의 문신. 세종 때 과거에 급제하여 예문관 검열(藝文館 檢閱) 사헌부 감찰(司憲府 監察) 등 요직을 거쳤다.

 

 

악양부사 岳陽府使     이 백상 李伯常 

 

樓閣浮空水底 루각부공수저천

누각은 허공에 떴고 물아래 하늘 비치는데

萬船清景競來 만선청경경래전

맑은 풍경에 온갖 배들 다투어 앞으로 오네

騎牛牧竪穿林下 기우목수천림하

소를 탄 목동은 수풀을 가로질러 내려오고

把釣漁翁坐石 파조어옹좌석변

낚싯대 움켜잡은 어부는 바위 가에 앉았네

日落岸沙橫淡月 일락안사횡담월

해 떨어진 모래언덕에 맑은 달 가로놓이고

風微野店矗深 풍미야점촉심연

바람 약한 들판 농가에 짙은 연기 올라가네

民無歌詠瓜期近 민무가영과기근

백성들 노래도 없고 임기도 다 되어 가니

何夕承恩上綺 하석승은상기연

어느 저녁에 성은 입어 화려한 잔치를 열까

 

瓜期(과기) : 과기는 오이가 익을 시기라는 뜻이나, 지방관의 임기가 끝나는 시기를 말한다. 제(齊) 나라 제후인 양공(襄公)이 대부인 연칭(連稱)과 관지보(管至父)를 규구(葵丘)라는 곳으로 수(戍)자리 가게 하였는데 오이 먹을 시기에 보내면서 말하기를 ‘내년 오이를 따 먹을 시기에 교대해줄 것이다. [齊侯 使連稱管至父戍葵丘 瓜時而往曰 及瓜而代]’라고 한 데서 나왔다. <춘추좌전(春秋左傳) 장공(莊公>

 

 

경차관 敬差官     강진 康晉

 

樓壓千層水底 루압천층수저천

누각은 매우 높고 물아래 하늘 비치는데

軒楹倒影漾階 헌영도영양계전

처마와 기둥 그림자 계단 앞에 일렁이네

鮮姸月色長江外 선연월색장강외

맑고 고운 달빛은 긴 강 밖에서 빛나고

錦鋪秋容大野 금포추용대야변

넓은 들판에 가을 모습 비단처럼 펼쳤네

桑柘村村開壽域 상자촌촌개수역

마을마다 뽕나무 심어 장수시대가 열리고

絃歌處處遍炊 현가처처편취연

곳곳에서 현가가 밥 짓는 연기처럼 퍼지네

多少客子登臨賞 다소객자등림상

나그네가 여러 번 올라와 감상하였지만

還謝成侯勸就 환사성후권취연

다시 성후가 사양하며 자리에 나가길 권하네

 

絃歌(현가) : 거문고를 타고 시를 읊는다는 뜻으로 학문을 부지런히 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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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루의 부속 건물인 침류각

 

영남루에는 영남루와 연결된 두채의 부속 건물이 있는데, 동쪽에는 능파각(凌波閣) 서쪽에는 침류각(枕流閣)이 있다. 침류각은 영남루보다 낮게 위치하여 3단계로 낮아지는 계단으로 연결된 건물로 영남루 전체의 외관에 변화를 주며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