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完譯』蓬萊詩集(완역 봉래시집)-楊士彦/五言律詩(오언율시) 8

山映樓 (산영루) 外

山映樓   산영루  蕭灑壺中地 소쇄호중지 산뜻하고 깨끗한 신선계의 땅에樓居水上天 루거수상천 누대는 물 위 하늘에 서 있는데朱欄便對倚 주란편대의 붉은 난간은 마주 의지하였고閣道任横穿 각도임횡천 잔도는 가로질러 통하였구나暑夕雲同臥 서석운동와 더운 저녁에 구름과 함께 누웠고清宵月共眠 청소월공면맑은 밤에는 달과 함께 자는구나桃花頻寄語 도화빈기어 복숭아 꽃에게 거듭 부탁하노니人世莫流傳 인세막류전 인간 세상에는 전하지 말게 ※산영루(山映樓) : 금강산 유점사 앞의 시내를 가로질러 지은 누각.  楡岾寺   유점사 沙門臨玉砌 사문임옥체 옥섬돌에는 스님이 서 있고金刹涌雲間 금찰용운간 금빛 사찰은 구름 사이에 솟았네地獄無人面 지옥무인면 지옥에는 사람 얼굴이 없고天堂是上闕 천당시상궐 천당은 가장 높은 집이라네鐘鑼獅象吼 종라..

楓嶽中臺 (풍악중대) 外

楓嶽中臺   풍악중대  풍악산 중대.  斷岸疑無地 단안의무지끊어진 벼랑 땅이 없나 의심했는데憑虛喜有臺 빙허희유대 허공 위에 누대가 있어 기뻐하였네琪花枝屈鐵 기화지굴철 아름다운 꽃가지는 쇠처럼 굽었고瑤草葉如杯 요초엽여배 아름다운 풀잎은 술잔과 같구나谷豁松琴引 곡활송금인 넓은 골짝에서 소나무 거문고 당기니風高霧帳開 풍고무장개 바람은 높이 불어 안개 장막 걷히네西山已落日 서산이락일 해는 이미 서산에 기울었으니須待月徘徊 수대월배회 달을 기다리며 배회해야 겠네  狗峴   구현 人世風塵隔 인세풍진격인간 세상의 풍진과는 떨어졌고仙山道路賒 선산도로사선산으로 가는 길을 세내었구나冰仍終夏雪 빙잉종하설얼음 얼어 여름에야 눈이 녹고林放後春花 임방후춘화숲에는 봄 지난 뒤에 꽃이 피네虛步秦童遠 허보진동원진동들이 헛걸음한 지 오래..

飛來亭 (비래정) 外

飛來亭   비래정 海入壺中地 해입호중지 바다로 들어가니 별천지가 있고 樓居水上天 누거수상천 누대가 물 위의 하늘에 떠 있네青浮雙玉筍 청부쌍옥순 쌍 옥순이 푸른빛 띠고 떠 있고紅折萬金蓮 홍절만금련 만금의 붉은 연꽃잎이 꺾여있네 煉汞龍吟鼎 연홍용음정 수은을 달이니 용이 솥에서 울고餐霞骨已仙 찬하골이선 노을을 먹으니 몸은 이미 신선일세君招黃鶴酒 군초황학주 그대는 황학을 불러 술을 마시게吾與白鷗眠 오여백구면 나는 백구와 더불어 졸고 있을테니 ※비래정(飛來亭) : 양사언이 은거하려고 고성(高城)의 감호(鑑湖)가에 지은 정자.※호중지(壺中地) : 호리병 속의 세계. 별세계나 신천지를 비유하는 말. 후한서(後漢書) 방술전(方術傳)에 나오는데, 신선을 따라 호리병 속에 들어가니 그 안에는 장엄하고 아름다운 옥당(玉堂)..

春帖字 大妃殿 (춘첩자 대비전) 外

春帖字 大妃殿   춘첩자 대비전  춘첩자. 대비전에 올리다. 紫電三朝始 자전삼조시정초 아침에 섬광이 번쩍이니蒼龍一歲頭 창룡일세두한 해의 맨 앞에 창룡이 있네坤元師大易 곤원사대역곤원을 스승삼아 크게 바뀌니妊姒母宗周 임사모종주주 나라의 모후인 임사로구나萬壽延遐筭 만수연하산만수를 이어서 장수를 누리고千秋樂景休 천추낙경휴천년을 좋은 경치 즐기시라고永言題寶字 영언제보자보배로운 글자로 시를 지어서高貼綉楣留 고첩수미류수를 놓아 문미에 높이 붙이네 ※紫電三朝始(자전삼조시) : 자전(紫電)은 자줏빛을 띤 번갯불이나 칼 등을 휘두를 때 일어나는 섬광 같은 것을 말하는데, 여기서는 서광(瑞光)을 의미한 듯하다. 삼조(三朝)는 연 월 일의 처음이라는 뜻으로 정월 초하루의 아침을 말한다.※妊姒母宗周(임사모종주) : 임사(妊姒)..

贈別 (증별) 外

贈別   증별  이별하며 주다 黯然消魂處 암연소혼처혼이 다 나갈 지경으로 암울한 곳에愁雲奈復生 수운내부생어찌 다시 근심스러운 마음이 생기나天低蘇武海 천저소무해 소무의 바다에는 하늘도 내려앉았고 地絶右賢城 지절우현성우현왕의 성에는 땅마저 끊어졌었네信欲和蠻俗 신욕화만속오랑캐 풍속에 동화될 줄 믿었으나居當畏物情 거당외물정의당 세상물정 두려워하며 살았으니莫孤平日志 막고평일지평상시에 뜻한 바를 저버리지 말고絃誦播新聲 현송파신성거문고 타고 읊으며 신곡을 퍼뜨리리 ※愁雲(수운) : 근심에 찬 기색. 근심스러운 마음.※蘇武(소무) : 한 나라 무제(武帝) 때의 충신. 흉노에 사신으로 갔다가 붙잡혀서 흉노의 회유에도 굴하지 않고 19년이나 북해(北海)에 억류되어 들쥐가 모아둔 열매를 파먹고, 들쥐를 잡아먹는 등 고생하다..

水木 (수목) 外

水木 수목  石洞煙霞古 석동연하고바위굴에 안개와 노을이 예스럽고 山居水木淸 산거수목청산에 있는 물과 나무는 깨끗하네飛潛觀物性 비잠관물성날고 잠기는 것들의 물성을 보니魚鳥沒人情 어조몰인정물고기와 새는 사람의 정이 없네簪紱非衰病 잠불비쇠병늙고 병들지 않은 벼슬아치들은 文章豈强名 문장기강명문장이 이름나기 바라지 않을까天台有鶴髮 천태유학발천태산에는 백발노인이 있다하니去欲問黃精 거욕문황정황정을 찾으러 가고 싶구나  ※簪紱(잠불) : 벼슬아치가 쓰는 관(冠)에 꽂는 비녀와 인끈. 전하여 고위 관리, 또는 벼슬아치를 이르는 말.※鶴髮(학발) : 학의 머리처럼 하얀 머리털이란 뜻으로, 노인의 백발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黃精(황정) : 죽대의 뿌리로 둥굴레로 알려져 있으나, 선가(仙家)에서 복용하는 약초를 말한다. 休..

孤亭 (고정) 外

孤亭  고정  외로이 머물다. 日白雨西黑 일백우서흑햇살 밝은데 비 오는 서쪽은 어둡고雲昏天北靑 운혼천북청구름 어두운데 북쪽 하늘은 푸르네終風紛起滅 종풍분기멸바람 그쳐도 어지러이 일었다 사라지는震宇喪雷霆 진우상뢰정천둥소리에 세상 잃을까 두렵구나吟廢詩書澁 음폐시서삽시서가 힘들어 읊던 것도 그만두고行迷道路停 행미도로정도로를 헤매며 다니다가 멈추어서方將竚淸景 방장저청경사방에서 맑은 경치를 기다리려고江漢一孤亭 강한일고정강한에서 외로이 홀로 머무는구나  高山獨不降   고산독불강 높은 산만 홀로 우뚝 솟았네. 高麗忠臣注書吉再少時觀漲詩曰 大野皆沈沒 高山獨不降 人傳誦之 識者異之 고려충신주서길재소시관창시왈 대야개침몰 고산독불강 인전송지 식자이지 고려 충신 주서 길재가 젊을 때 홍수를 보고 지은 시에, 큰 들이 모두 가라앉..

次六弟楊子和韻 (차육제양자화운) 外

蓬萊詩集卷之二 五言律詩 次六弟楊子和韻  차육제양자화운 여섯째 아우 양자화를 차운하다. 春日雙靑眼 춘일쌍청안봄날에는 친근했던 두 사람이秋風一葉身 추풍일엽신가을바람에 낙엽 신세 되었네 浮沈隨白鳥 부침수백조 흰 갈매기를 쫓으며 부침하다가瀟灑出紅塵 소쇄출홍진홍진에서 나오니 맑고 깨끗하네陶逕松交密 도경송교밀도경의 소나무는 깊이 사귀는데斑園萊食新 반원래식신명아주 먹는 동산은 어지럽구나愧無顔氏樂 괴무안씨락안회의 즐거움이 없어 부끄러워 頻逐子雲貧 빈축자운빈자주 자운의 가난을 따르려하네  ※隨白鳥(수백조) : 수백조(隨白鳥)는 ‘흰 갈매기를 좇는다,’는 의미로 흰 갈매기처럼 한가로이 삶을 의미한다.※陶逕(도경) : 도연명의 오솔길이라는 뜻으로, 은자의 호젓한 오솔길을 말한다. 도연명의 귀거래사에 ‘세 오솔길 잡초 우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