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318

夏日卽事 (하일즉사) - 李晩燾 (이만도)

夏日卽事 하일즉사 李晩燾 이만도  여름날에 즉사로 읊다  帥氣操心一室空 수기조심일실공텅 빈 방에서 기를 누르고 마음을 잡으니 熏炎不敎上顔紅 훈염불교상안홍더운 기운 올라와 얼굴 붉지 못하게 하네 何關已事看書外 하관이사간서외글을 보는 일 외에 무엇을 상관 하리오만 反驗人心抱病中 반험인심포병중도리어 병 앓고 있는 사람 마음 징험하네 貪蚋到頭皆食物 탐예도두개식물날 파리 떼 모이는 곳은 모두 먹을 것이고鳴蟬止處自淸風 명선지처자청풍우는 매미 머문 곳엔 맑은 바람 절로 이네 隔牕尙有談經客 격창상유담경객창 저편에 아직 경전 담론하는 객이 있어 聲氣時時默與通 성기시시묵여통음성과 기상이 때때로 말없이 통하는구나 *李晩燾(이만도, 1842년~1910) : 조선후기 사간원정언, 교리, 중학교수 등을 역임한 학자. 독립운동가...

霖雨 (임우) 外 - 洪汝河 (홍여하) 外

霖雨   임우     洪汝河   홍여하 장맛비  半夜濤雷殷枕床 반야도뢰은침상한밤의 큰 비가 우레처럼 침상을 두드리고 曉窓嵐霧濺衣涼 효창람무천의량새벽 창에 뿌린 안개가 옷에 스며 서늘하네閉門七日愁霖雨 폐문칠일수림우장맛비에 칠일이나 문 닫고 시름에 겨우니 裹飯何人問子桑 과반하인문자상누가 밥을 싸 가지고 자상에게 문안 오리오  ※裹飯何人問子桑(과반하인문자상) : 찾아올 친구가 없다는 말이다. 옛날 자여(子輿)란 사람이 자상(子桑)이란 사람과 서로 친구였는데, 한 번은 열흘 동안 이어서 장맛비가 내리자, 자여가 말하기를, ‘자상이 굶어서 병이 났겠구나.〔子桑殆病矣〕’ 하고, 밥을 싸 가지고 가서 먹였다는 고사에서 유래했다.  *홍여하(洪汝河,1620~1674) : 조선후기 경성판관, 병조좌랑, 사간 등을 역임한..

初夏 (초하) - 李敏求 (이민구)

初夏   초하     李敏求   이민구   逖矣傷時客 적의상시객나그네가 아파하던 때가 오래되니蕭然結夏僧 소연결하승하안거 들어간 스님처럼 소연하네 荒階移碧蘚 황계이벽선황폐한 섬돌에 푸른 이끼가 번지고 古樹上蒼藤 고수상창등고목에는 푸른 등 넝쿨이 올라가네 睡接禪心定 수접선심정선과 잠이 접하여 마음이 안정되고精隨老境凝 정수로경응늙어가면서 정신도 집중되는구나忘言坐幽夜 망언좌유야말도 잊고 밤중에 고요히 앉았으니 簷月代淸燈 첨월대청등처마 끝에 걸린 달이 등불 대신하네  ※結夏(결하) : 결하(結夏)는 승려가 음력 4월 16일부터 7월 15일까지 90일 동안 출입을 금하고, 한 곳에 모여 수행에 전념하는 하안거(夏安居)를 말한다. 여름날 고요한 자신의 처지를 하안거(夏安居)에 들어간 스님에 비유한 것이다.  *이민구..

初夏 (초하) 外 - 徐居正 (서거정)

初夏   초하     徐居正   서거정  謝池新草碧萋萋 사지신초벽처처사지의 새로 돋은 풀은 푸르게 우거지고小雨初晴欲濕泥 소우초청욕습니가랑비 막 그쳐 진흙은 축축해 지려는데 軟飽三杯春睡足 연포삼배춘수족석 잔 술 마시고 봄잠 충분히 자고 나니海棠花下聽鸎啼 해당화하청앵제해당화 아래 꾀꼬리 우는 소리 들리는구나 ※謝池(사지) : 남조(南朝) 송(宋) 나라 사영운(謝靈運)의 집에 있는 못〔池塘〕을 말하는데, 후세에는 시인(詩人) 집의 못을 일컫는다. 사영운이 좋은 시구(詩句)가 생각나지 않아 고심하였는데, 꿈에 종제(從弟)인 사혜련(謝惠連)에게서 ‘못 둑에 봄풀이 난다.〔池塘生春草〕’는 시구를 얻고 대단히 기뻐했다는 고사가 있기도 하다. ※軟飽(연포) : 술 마시는 것을 말한다. 서청시화(西淸詩話)에 ‘남쪽 사람..

初夏野興 (초하야흥) 外 - 李彦迪 (이언적)

初夏野興   초하야흥     李彦迪   이언적  초여름 들판의 흥취  野水潺湲流不盡 야수잔원류불진들판에는 시냇물이 끊임없이 흘러가고 幽禽款曲向人啼 유금관곡향인제아득히 새들이 사람 향해 정답게 우네閑吟閑步仍閑坐 한음한보잉한좌한가로이 읊조리며 걷다 그냥 앉으니十里江郊日欲西 십리강교일욕서강가 십 리 들에 해가 지려 하는구나  ※款曲(관곡) : 매우 정답고 친절하다.  夏日卽事   하일즉사     李彦迪   이언적  여름날에 즉흥적으로 읊다 羲皇身世北窓涼 희황신세북창량희황 시대 사람처럼 시원한 북창 아래 簾捲虛堂夏日長 렴권허당하일장주렴을 걷은 빈방에 여름날이 길구나綠樹陰中鸎喚友 록수음중앵환우나무 그늘 속의 꾀꼬리는 벗을 부르고紫荊花下蝶尋芳 자형화하접심방자형화 아래에는 나비가 꽃을 찾는구나  ※羲皇(희황) : 희..

初夏卽事 (초하즉사) - 徐居正 (서거정)

初夏卽事 초하즉사 徐居正 서거정  淸和四月續春天 청화사월속춘천사월에 맑고 화창한 봄 날씨가 이어져서 花落無聲細雨邊 화락무성세우변가랑비 속에 소리 없이 꽃은 떨어지는데 綠滿池塘無一句 록만지당무일구푸르름 가득한 지당에는 시구 하나 없고山禽何事聒吾眠 산금하사괄오면산새는 어찌 잠든 나를 시끄럽게 하는가 ※池塘無一句(지당무일구) : 남조(南朝) 송(宋) 나라 때 시인 사영운(謝靈運)이 꿈에 족제(族弟)인 사혜련(謝惠連)을 만나서 ‘못가에 봄풀이 난다.〔池塘生春草〕’라는 시구를 얻고 아주 만족했다는 고사에서 온 말로, 훌륭한 시구를 얻지 못하였음을 의미한다.   初夏卽事 초하즉사 徐居正 서거정   小草廉纖簇暖沙 소초렴섬족난사가느다란 잔풀들이 모래 위에 더부룩하고 陰陰高樹得庭多 음음고수득정다높은 나무 그늘이 마당을 ..

鞦韆 (추천) - 李穡 (이색)

鞦韆   추천     李穡   이색  그네  中原寒食好東風 중원한식호동풍중원에선 봄바람이 좋게 부는 한식날에 人與鞦韆在半空 인여추천재반공사람이 그네를 타고 반공중에 오르는데 須記三韓端午日 수기삼한단오일모름지기 기억할 건 삼한에선 단옷날에 紵衫輕擧語聲中 저삼경거어성중말소리 속에 모시 적삼 가벼이 날리네  綵絲飛颺自生風 채사비양자생풍스스로 바람 일으켜 채색 실 나부낄 땐 直恐紅裙入碧空 직공홍군입벽공붉은 치마가 하늘로 들어갈까 두려웠는데 人散晚來殊寂寞 인산만래수적막저녁이 되어서 사람 흩어지고 적막해지니 依依掛在夕陽中 의의괘재석양중석양 가운데 그네만 희미하게 걸려 있네  堂堂楸樹迥臨風 당당추수형림풍가래나무는 당당하게 홀로 바람을 맞고紅線鞦韆欲蹴空 홍선추천욕축공붉은 끈이 그네를 공중으로 차서 올리네挽去推來少年在 ..

端午戱題 (단오희제) 外 - 徐居正 서거정

端午戱題 寄崔吏部 二首 단오희제 기최이부 이수 徐居正 서거정  단오에 장난삼아 지어 최 이부에게 부치다. 2수 菖蒲細切泛醪盆 창포세절범료분창포를 잘게 썰어 막걸리 동이에 띄우고 酬酢無人共細君 수초무인공세군잔을 돌릴 사람이 없어 아내와 함께하네 艾叟有何奔競事 애수유하분경사애수는 무슨 벼슬 청탁할 일이 있기에 今朝隨客立權門 금조수객립권문오늘 아침 손을 따라 권문에 서 있는가 家家端午酒杯馨 가가단오주배형단옷날 창포 술잔은 집집마다 향기롭지만 一酌何人弔楚靈 일작하인조초령어느 누가 한 잔 따라 초령을 위로해 줄까屈指獨醒無用處 굴지독성무용처굴원이 홀로 깨어 있어도 쓸모가 없다하니 與君痛飮不須醒 여군통음불수성그대와 함께 실컷 마시고 굳이 깰 것 없네 ※艾叟有何奔競事(애수유하분경사) : 애수(艾叟)는 옛 풍속에 단오절..

端午日獨坐 (단오일독좌) 外 - 申欽 (신흠)

端午日獨坐   단오일독좌     申欽   신흠  단옷날에 혼자 앉아서  江城小雨晩霏霏 강성소우만비비강성의 저녁에 가랑비가 부슬부슬 내리니 籬外炊煙濕不飛 리외취연습불비울 밖의 밥 짓는 연기 젖어서 날지 못하네 客裏幾回佳節過 객리기회가절과타향에서 좋은 명절을 몇 차례나 보냈는지故園歸路望中微 고원귀로망중미고향으로 가는 길이 그리움 속에 희미하네   端午 過街上記見   단오 과가상기견     申欽   신흠  단오 거리를 지나다가 본 것을 적다  晨興兒女揷菖蒲 신흥아녀삽창포새벽에 일어난 계집애들 머리에 창포 꽂고 閭巷家懸辟病符 여항가현벽병부마을의 집들은 병을 물리칠 부적을 걸었네 驄馬紵袍何處客 총마저포하처객어디서 온 길손인지 모시도포에 총마 타고 秋千架下立踟蹰 추천가하립지주매어놓은 그네 아래 서서 머뭇거리고 있네..

中宮殿端午帖 (중궁전 단오첩) - 尹愭 (윤기)

단오첩(端午帖)은 단옷날 임금을 모시던 신하들이 임금에게 지어 올린 시를 기록한 첩자를 말하는데, 이 시는 무명자 윤기(無名子 尹愭)가 중궁전(中宮殿)에 지어 올린 시첩이다. 中宮殿端午帖 四首 중궁전 단오첩4수 尹愭 윤기  중궁전에 올린 단오첩 4수 自多和氣迓佳辰¹⁾ 자다화기아가진좋은 날 맞아서 절로 화기가 많이 생기니 不用桃符與艾人²⁾ ³⁾ 불용도부여애인도부와 더불어 애인을 쓸 일이 없겠구나 九子剩添雙粽瑞⁴⁾ 구자잉첨쌍종서상서로운 구자와 쌍종에 넉넉히 맛을 내고六宮爭頌二南仁⁵⁾ 륙궁쟁송이남인육궁에서는 어진 이남을 다투어 칭송하네 書留彤管徽音揭⁶⁾ 서류동관휘음게동관으로 글을 써서 휘음을 높이 게양하고 薦罷朱櫻曉旭新⁷⁾ 천파주앵효욱신붉은 앵두 올리고 나니 새벽빛이 새롭구나坤德配乾遒百祿 곤덕배건주백록곤덕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