嶺南樓와 密陽/嶺南樓次韻詩

영남루 차운시(嶺南樓 次韻詩) 6

-수헌- 2022. 2. 24. 11:13

경주부윤 慶州府尹      권극화 權克和  

 

吾鄉風景似壺 오향풍경사호천

내 고향의 경치는 마치 신선세계와 같아

今古騷人幾詠 금고소인기영전

고금의 시인들이 얼마나 많이 노래했던가

瓊邑隱排平野畔 경읍은배평야반

아름다운 마을이 들판과 물가에 늘어섰고

玉樓高起大川 옥루고기대천변

아름다운 누각은 큰 강가에 높이 솟았네

鷺飛沙堤晚來雨 로비사제만래우

저녁 비 내리니 모래둑 해오라기 날고

牛臥草堤晴後 우와초제청후연

소 누운 풀 언덕에 개인 뒤 안개가 피네

此日遲行同去魯 차일지행동거로

오늘의 더딘 걸음 노나라 떠날 때와 같아

閑看父老遞陳 한간부로체진연

연회에 머물며 한가로이 부로들 바라보네

 

壺天(호천) : 호리병 속의 세계. 호천(壺天)은 속세와는 달리 경치나 분위기가 아주 좋은 세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중국 한(漢) 나라 때의 호공(壺公)이라는 사람이 호리병 안에서 살았는데, 비장방(費長房)이 그 속에 들어가 보니 옥당(玉堂)이 화려하고 술과 안주가 가득하였다는 고사에서 유래하였다. 별세계나 신천지를 비유하는 말이다.

去魯(거로) : 공자(孔子)가 노(魯) 나라를 떠나 타국으로 가면서 지지오행야(遲遲吾行也;내 발걸음이 더디고 더디구나)라고 하였는데, 이는 고국을 떠나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권극화(權克和) : 조선 전기 충청도 관찰사, 중추원 부사, 행지 중추원사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용부(庸夫), 호는 습재(習齋).

 

관찰사 觀察使      이계린 李季疄 

 

嶺南樓閣若撑 영남루각약탱천

영남루각은 마치 하늘을 지탱한 듯하고

孤鶩殘霞映榻 고목잔하영탑전

지는 노을 비치는 탑전 기러기 외롭구나

遠近峯巒平野外 원근봉만평야외

들판 밖 원근에 산봉우리들이 자리하고

登臨嘯詠酒樽 등림소영주준변

올라와 술통 옆에서 읊조리며 노래하네

籠紗板上珠璣句 롱사판상주기구

비단 감싼 시판에 아름다운 글 새겨 있고

樣地村中桑柘 양지촌중상자연

마을 안 뽕밭에서는 안개가 피어나네

倚柱彷徨添逸興 의주방황첨일흥

기둥에 기대어 노니 빼어난 흥이 더하고

水光山氣翠浮 수광산기취부연

물빛과 산색이 잔치 자리에 푸르게 떴네

 

籠紗(롱사) : 먼지가 덮이지 않도록 현판에 씌워놓은 사포(紗布)를 말한다. 귀인과 명사가 지어 벽에 걸어 놓은 시문을 청사(靑紗)로 덮어 장식해서 오래도록 보존하며 존경의 뜻을 표했던 ‘벽사롱(碧紗籠)’의 고사가 있다.

*이계린(李季疄,1401~1455) : 조선 전기 개성유수, 형조판서, 좌찬성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자경(子耕). 1445년 경상도 관찰사를 지냈다.

 

 

삼도찰방 三道察訪      정지담 鄭之澹  

 

危樓突兀可攀 위루돌올가반천

높다란 누각 우뚝 솟아 하늘을 잡을 듯

滿目奇觀列後 만목기관렬후전

앞뒤로 기이한 경관 눈에 가득 늘어섰네

十里江山渾似畵 십리강산혼사화

십리의 강산은 마치 그림처럼 어울렸고

雙清風月自無 쌍청풍월자무변

맑은 바람과 달은 저절로 다함이 없네

半空疏雨飛孤鶴 반공소우비고학

가랑비 내리는 하늘에 학이 홀로 날고

隔岸長林横淡 격안장림횡담연

언덕 너머 긴 숲에는 옅은 안개 끼었네

直欲夜深吹玉笛 직욕야심취옥적

밤이 깊어지자 바로 옥피리를 불고 싶어

待看明月照羅 대간명월조라연

밝은 달이 펼친 자리 비추길 기다려 보네

 

 

김계창 金季昌  

 

眼豁東南萬里 안활동남만리천

동남방 만 리 하늘이 눈앞에 탁 트였고

一區形勝屬樽 일구형승속준전

한 고을 좋은 경치가 술잔 앞에 있구나

詩成片雨無心處 시성편우무심처

가랑비 무심히 내리는 곳에서 시를 지으니

興遂長江不盡 흥수장강불진변

긴 강가를 따라 흥취가 끝없이 일어나네

鷗逐警沙晴湧雪 구축경사청용설

물새는 맑은 눈처럼 솟은 모래에 놀라고

牛眠芳草綠生 우면방초록생연

아지랑이 피어나는 방초위에 소가 잠자네

主人慣識遊人宜 주인관식유인의

주인은 나그네의 뜻을 익히 알고 있어서

笑領春風入醉 소령춘풍입취연

봄바람 이끌고 웃으며 연회에 들어가네

 

*김계창(金季昌, ? ~1481) : 조선 전기 우승지, 도승지, 이조참판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세번(世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