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完譯』蓬萊詩集(완역 봉래시집)-楊士彦/五言絶句(오언절구)

八竹詠 (팔죽영)

-수헌- 2025. 1. 26. 12:15

八竹詠   팔죽영 

여덟가지의 대를 읊다

枯 筍 新 雨 雙 老 叢 風 朴生光世 將朴詠八竹屛 求詩 書贈

고 순 신 우 쌍 노 총 풍 박생광세 장박영팔죽병 구시 서증

고죽 순죽 신죽 우죽 쌍죽 노죽 총죽 풍죽은 박광세가 여덟 가지 대를 그린 병풍을 읊고자 하여 시를 지어달라고 해서 써주었다.

 

亦知等一死 역지등일사

모두가 알듯이 누구나 한 번 죽지만

堅貞磨不滅 견정마불멸

굳은 절개는 갈아도 없어지지 않네

君看萬木春 군간만목춘

그대 봄에 많은 나무를 보았겠지만

不換千霜骨 불환천상골

오랜 세월에도 강직함은 바뀌지 않으리

<右 枯竹 우 고죽

위는 말라서 시든 대이다.>

 

介六七筍嘉 개육칠순가

가느다란 예닐곱 죽순이 맛있어

忘千萬錢肉 망천만전육

천만금의 고기 맛도 잊었노라

始覺夫子嗟 시각부자차

공자님이 감탄한 처음 느낀 맛이

盡美齊舜樂 진미제순낙

순임금이 즐기던 맛과 똑같구나

<右 筍 우 순

위는 죽순이다.>

 

纔脫霧豹衣 재탈무표의

무표가 방금 가죽을 벗은 듯하고

倒書飛鳥跡 도서비조적

나는 새의 자취를 거꾸로 그렸구나

幾時壯瑤枝 기시장요지

굳세고 아름다운 가지 되려 할 때

靑飇添月夕 청표첨월석

밝은 달밤에 맑은 바람이 불어오네

<右 新 우 신

위는 새로 난 대이다.>

※무표(霧豹) : 검은 표범[玄豹]이 자신의 아름다운 터럭을 보전하려고 배가 고픈 것도 참으며 보슬비[霧雨]가 내리는 7일 동안 산 밑으로 내려가지 않았다는 전설이 있으며, 명성을 보전하기 위하여 벼슬하지 않고 은거하는 사람을 비유한다.

 

雪白葉逾靑 설백엽유청

흰 눈에 잎사귀는 더욱 푸르고

雨洗枝更淨 우세지경정

비에 씻기니 가지는 깨끗해지네

獨也任和淸 독야잉화청

혼자서 스스로 온화하고 맑으니

和君草中聖 화군초중성

그대 풀 가운데 성군이 되리라

<右 雨 우 우

위는 비 맞은 대나무이다.>

 

嬋娟相倚薄 선연상의박

고운 모습 서로 가볍게 의지하니

風月與雙淸 풍월여쌍청

바람과 달처럼 둘이 함께 맑구나

願死西山上 원사서산상

함께 서산 위에서 죽기를 원하고

當年欲竝生 당년욕병생

때를 만나면 나란히 나고자 하네

<右 雙 우 쌍

위는 짝을 이룬 대이다.>

 

落落蘇子卿 낙락소자경

어려운 지경에 떨어진 소자경은

蕭蕭墮齒髮 소소타치발

이빨과 머리 빠져 엉성해졌지만

一節大窖中 일절대교중

오로지 절개로 큰 움 속에 살면서

十年天山雪 십년천산설

십 년간 천산의 눈만 먹고살았네

<右 老 우 노

위는 늙은 대이다.>

※蘇子卿(소자경) : 중국 한나라의 충신인 소무(蘇武). 자는 자경(子卿). 무제 때에 흉노에 사신으로 갔다가 체포되어 항복을 강요받았다. 흉노의 선우(單于)가 소무를 귀순시키려고 움집 속에 감금하고 음식을 주지 않았으나, 소무는 내리는 눈을 먹고 사는 등 고생을 하면서도 끝내 굽히지 않고 19년이나 억류 생활을 하다가 무제가 죽고난 뒤 흉노와의 화해가 성립되어 장안으로 돌아왔다. 이 시는 늙은 대를 소자경의 절개에 비유하였다.

 

凌亂炎風影 능란염풍영

더운 바람도 깔보는 대 그림자는

淸深月夜陰 청심월야음

맑고 깊은 달밤의 그늘과 같네

竚看瓊玉實 저간경옥실

우두커니 옥 같은 열매를 보니

將聽鳳凰吟 장청봉황음

봉황의 노래가 들리려고 하네

<右 叢 우 총

위는 대나무 무더기이다.>

 

疾風裂高岡 질풍렬고강

높은 산도 찢을 듯한 모진 바람이

復欲吹勁草 복욕취경초

다시 경초에 불어오려고 하는데

披拂莫輕翔 피불막경상

나부껴 불어도 가벼이 흔들림 없이

同調歲寒老 동조세한노

차가운 겨울에도 함께 견디며 늙네

<右 風 우 풍

위는 대나무에 부는 바람이다.>

※勁草(경초) : 억센 풀이라는 뜻으로, 지조 있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披拂(피불) : (바람에) 나부끼다는 뜻이나 선동하다, 남을 부추기다는 뜻이 있다. 즉 지조 있는 선비는 선동에도 흔들리지 않고 대처럼 시련을 견딘다는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