八竹詠 팔죽영
여덟가지의 대를 읊다
枯 筍 新 雨 雙 老 叢 風 朴生光世 將朴詠八竹屛 求詩 書贈
고 순 신 우 쌍 노 총 풍 박생광세 장박영팔죽병 구시 서증
고죽 순죽 신죽 우죽 쌍죽 노죽 총죽 풍죽은 박광세가 여덟 가지 대를 그린 병풍을 읊고자 하여 시를 지어달라고 해서 써주었다.
亦知等一死 역지등일사
모두가 알듯이 누구나 한 번 죽지만
堅貞磨不滅 견정마불멸
굳은 절개는 갈아도 없어지지 않네
君看萬木春 군간만목춘
그대 봄에 많은 나무를 보았겠지만
不換千霜骨 불환천상골
오랜 세월에도 강직함은 바뀌지 않으리
<右 枯竹 우 고죽
위는 말라서 시든 대이다.>
介六七筍嘉 개육칠순가
가느다란 예닐곱 죽순이 맛있어
忘千萬錢肉 망천만전육
천만금의 고기 맛도 잊었노라
始覺夫子嗟 시각부자차
공자님이 감탄한 처음 느낀 맛이
盡美齊舜樂 진미제순낙
순임금이 즐기던 맛과 똑같구나
<右 筍 우 순
위는 죽순이다.>
纔脫霧豹衣 재탈무표의
무표가 방금 가죽을 벗은 듯하고
倒書飛鳥跡 도서비조적
나는 새의 자취를 거꾸로 그렸구나
幾時壯瑤枝 기시장요지
굳세고 아름다운 가지 되려 할 때
靑飇添月夕 청표첨월석
밝은 달밤에 맑은 바람이 불어오네
<右 新 우 신
위는 새로 난 대이다.>
※무표(霧豹) : 검은 표범[玄豹]이 자신의 아름다운 터럭을 보전하려고 배가 고픈 것도 참으며 보슬비[霧雨]가 내리는 7일 동안 산 밑으로 내려가지 않았다는 전설이 있으며, 명성을 보전하기 위하여 벼슬하지 않고 은거하는 사람을 비유한다.
雪白葉逾靑 설백엽유청
흰 눈에 잎사귀는 더욱 푸르고
雨洗枝更淨 우세지경정
비에 씻기니 가지는 깨끗해지네
獨也任和淸 독야잉화청
혼자서 스스로 온화하고 맑으니
和君草中聖 화군초중성
그대 풀 가운데 성군이 되리라
<右 雨 우 우
위는 비 맞은 대나무이다.>
嬋娟相倚薄 선연상의박
고운 모습 서로 가볍게 의지하니
風月與雙淸 풍월여쌍청
바람과 달처럼 둘이 함께 맑구나
願死西山上 원사서산상
함께 서산 위에서 죽기를 원하고
當年欲竝生 당년욕병생
때를 만나면 나란히 나고자 하네
<右 雙 우 쌍
위는 짝을 이룬 대이다.>
落落蘇子卿 낙락소자경
어려운 지경에 떨어진 소자경은
蕭蕭墮齒髮 소소타치발
이빨과 머리 빠져 엉성해졌지만
一節大窖中 일절대교중
오로지 절개로 큰 움 속에 살면서
十年天山雪 십년천산설
십 년간 천산의 눈만 먹고살았네
<右 老 우 노
위는 늙은 대이다.>
※蘇子卿(소자경) : 중국 한나라의 충신인 소무(蘇武). 자는 자경(子卿). 무제 때에 흉노에 사신으로 갔다가 체포되어 항복을 강요받았다. 흉노의 선우(單于)가 소무를 귀순시키려고 움집 속에 감금하고 음식을 주지 않았으나, 소무는 내리는 눈을 먹고 사는 등 고생을 하면서도 끝내 굽히지 않고 19년이나 억류 생활을 하다가 무제가 죽고난 뒤 흉노와의 화해가 성립되어 장안으로 돌아왔다. 이 시는 늙은 대를 소자경의 절개에 비유하였다.
凌亂炎風影 능란염풍영
더운 바람도 깔보는 대 그림자는
淸深月夜陰 청심월야음
맑고 깊은 달밤의 그늘과 같네
竚看瓊玉實 저간경옥실
우두커니 옥 같은 열매를 보니
將聽鳳凰吟 장청봉황음
봉황의 노래가 들리려고 하네
<右 叢 우 총
위는 대나무 무더기이다.>
疾風裂高岡 질풍렬고강
높은 산도 찢을 듯한 모진 바람이
復欲吹勁草 복욕취경초
다시 경초에 불어오려고 하는데
披拂莫輕翔 피불막경상
나부껴 불어도 가벼이 흔들림 없이
同調歲寒老 동조세한노
차가운 겨울에도 함께 견디며 늙네
<右 風 우 풍
위는 대나무에 부는 바람이다.>
※勁草(경초) : 억센 풀이라는 뜻으로, 지조 있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披拂(피불) : (바람에) 나부끼다는 뜻이나 선동하다, 남을 부추기다는 뜻이 있다. 즉 지조 있는 선비는 선동에도 흔들리지 않고 대처럼 시련을 견딘다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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