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完譯』蓬萊詩集(완역 봉래시집)-楊士彦/五言絶句(오언절구)

南浦夕眺 (남포석조) 外

-수헌- 2025. 1. 26. 12:41

南浦夕眺  남포석조  

남포에서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落日沈殘景 낙일침잔경

지는 해는 남은 햇살마저 가라앉혀서

群峯生積陰 군봉생적음

뭇 봉우리들에 그늘이 짙어지는구나

我行如子美 아행여자미

나의 행로는 두자미를 따라갔는데

虛杜暮年心 허두모년심

두보의 노년처럼 마음이 허무하네

 

※ 子美(자미) : 자미(子美)는 당(唐) 나라 시인 두보(杜甫)의 자이다.

 

 

剪林  전림  

숲을 베어내다

 

剪林盤石出 전림반석출

숲을 베어내니 반석이 드러나고

吹火暖風生 취화난풍생

불사르니 더운 바람 일어나네

與爾煉金骨 여이련금골

그대와 더불어 금골을 달여서

千秋駕玉笙 천추가옥생

천 년 동안 옥피리를 불어야지

 

※金骨(금골) : 신선(神仙)이 먹는다는 불로장생(不老長生)의 선약(仙藥)

 

 

俯仰  부앙 

굽어보고 우러러보다.

 

俯臨石澗水 부임석간수

구부려 시냇물을 내려다보고

仰看松桂雲 앙간송계운

우러러 송계의 구름을 보네

明朝更登陟 명조경등척

내일 아침에 다시 올라와서

洗頭玉女盆 세두옥여분

선녀의 대야에 머리를 감으리

 

 

聲出虛瀨號示人覺輩  성출허뢰호시인각배  

지진 소리가 나기에 사람들이 깨닫도록 불러서 알리다.

 

闔闢混沌死 합벽혼돈사

혼돈이 죽은 뒤에 천지가 합벽하니

乾坤載太虛 건곤재태허

하늘과 땅 위에는 허공만 남았었네

誰知天籟發 수지천뢰발

하늘 울리는 소리는 누구나 알지만

不覺地雷噓 불각지뢰허

땅에서 천둥소리 울릴 줄은 몰랐네

 

※闔闢(합벽) : 합벽(闔闢)은 문이 열리고 닫히는 일로 음양(陰陽)의 소장성쇠(消長盛衰)를 말한다. 주역(周易) 계사전 상(繫辭傳上)에 ‘문을 닫음을 곤이라 이르고 [闔戶 謂之坤], 문을 엶을 건이라 이른다 [闢戶 謂之乾].’라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混沌死(혼돈사) : 混沌(혼돈)은 儵忽(숙홀)과 함께 전설상의 신(神)의 이름이다. 장자(莊子) 응제왕(應帝王)에 “남해(南海)의 신을 숙(儵)이라 하고, 북해(北海)의 신을 홀(忽)이라 하며, 중앙(中央)의 신을 혼돈(渾沌)이라 한다. 숙과 홀이 혼돈을 찾아갔더니 혼돈은 이들을 잘 대접하였다. 숙과 홀은 혼돈의 은혜를 갚으려고 ‘남들은 모두 일곱 개의 구멍이 있어 이것으로 보고 듣고 숨 쉬고 밥을 먹는데, 혼돈은 없으니 우리가 구멍을 뚫어 주자’ 하고는 하루에 한 구멍씩 뚫었더니, 혼돈은 7일 만에 결국 죽고 말았다.” 하였다. 혼돈은 땅을 말하며, 혼돈은 원래 형체가 없었는데 구멍을 뚫어 죽고 난 뒤 지금과 같은 땅의 형체가 생겼다는 전설이 있다. 따라서, 이 첫째 구절[闔闢混沌死]은 혼돈(混沌)이 죽고 난 뒤 천지가 열렸다는 의미인 듯하다.

 

 

登太平樓次紫陽先生  등태평루차자양선생 

태평루에 올라 자양 선생의 시를 차운하여

 

風緊動海碧 풍긴동해벽

바람이 급히 불어 푸른 바다 흔들리고

嵐浮裊空翠 남부뇨공취

남기가 하늘거리는 하늘도 푸르구나

淸時忍獨醒 청시인독성

태평세월에 홀로 깨어 참아야겠지만

境勝宜孤醉 경승의고취

경내가 아름다워서 홀로 취해야겠네

 

匏瓜繫一隅 포과계일우

박은 집 모퉁이에 매달려 있고

茅屋蓬門宿 모옥봉문숙

초가집 문은 쑥에 뒤덮여 있네

刮眼受金鎞 괄안수금비

금비를 얻어 눈꺼풀을 떼어내니

無幽明不燭 무유명불촉

등불 없어도 어두운 곳 없이 밝네

 

※刮眼受金鎞(괄안수금비) : 예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경지에 눈뜬다는 뜻. 금비괄목(金鎞刮目)의 고사에서 유래한 표현이다. 옛날 인도의 양의(良醫)가 쇠칼[金鎞]로 맹인의 눈꺼풀을 떼어내어 [刮眼膜] 광명을 찾게 해 주었다는 고사가 있다.

 

 

平望亭次許草堂韻  평망정차허초당운 

평망정에서 허 초당의 시를 차운하여

 

峩峩復洋洋 아아부양양

높고도 높으며 또 넓기도 넓은데

山水屋上下 산수옥상하

산과 물은 집 위아래에 어울렸네

溪雲起竹房 계운기죽방

시냇가 구름은 죽방에서 일어나고

松月入琴架 송월입금가

소나무 달빛은 거문고 시렁에 드네

 

※許草堂(허초당) : 홍길동전을 지은 허균(許筠)의 부친인 草堂(초당) 허봉(許篈)을 말한다.

※平望亭(평망정) : 봉래(蓬萊) 양사언(楊士彦)이 포천에서 복거(卜居)하였던 집을 평망정(平望亭)이라고 하였다.

※竹房(죽방) : 승방(僧房)의 별칭이다.

 

 

送許草堂出使江南  송허초당출사강남  

강남으로 출사하는 허 초당을 보내며

 

北闕承恩日 북궐승은일

궁궐에서 임금의 은총을 받던 날

南州出使臣 남주출사신

남쪽 고을로 출사하여 떠나가네

梅花應索笑 매화응색소

응당 매화를 찾아서 웃음 지으며

莫作未歸人 막작미귀인

돌아오지 않는 사람이 되지는 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