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完譯』蓬萊詩集(완역 봉래시집)-楊士彦/五言絶句(오언절구)

東村十詠 (동촌십영)

-수헌- 2025. 1. 26. 12:00

東村十詠 동촌십영  

동촌에서 열 수를 읊다

 

泠泠磵中水 령령간중수

계곡 시내 사이로 물은 흘러내리고

灼灼巖上花 작작암상화

낭떠러지 위에는 꽃이 활짝 피었네

城市亦春事 성시역춘사

성안 저자는 봄 일로 크게 바쁘니

風光此地多 풍광차지다

봄날 풍광은 이곳에도 많이 있구나

<右 靈谷賞春 우영곡상춘

위는 영곡의 봄을 감상하며.>

 

 

萬里瑤臺鏡 만리요대경

만 리에 뜬 요대의 거울이요

千秋白玉盤 천추백옥반

긴 세월 동안 흰 옥쟁반일세

不分盈臼藥 불분영구약

절구에 찬 약은 분명치 않은데

空照片心丹 공조편심단

공연히 단심 조각만 비추는구나

<右 東臺翫月 우 동대완월

위는 동대에서 달을 감상하며.>

※瑤臺(요대) : 신선이 사는 궁궐을 말함.

※盈臼藥(영구약) : 달 속의 옥토끼가 절구질하는 약으로 비유함.

 

丹染靑楓枝 단염청풍지

푸른 단풍 가지는 붉게 물들고

天香落桂子 천향락계자

계수나무 좋은 향기 흩어지는데

不見眼中人 불견안중인

마음속 그리운 님 볼 수가 없어

空餘石上字 공여석상자

공연히 돌 위에 글자만 남겨두네

<右 盤石賞秋 우 반석상추

위는 반석에서 가을을 감상하며.>

 

日雨夜來急 일우야래급

낮부터 밤까지 비가 크게 내리더니

千山晩矢足 천산만시족

해 질 무렵 온 산기슭을 무너뜨리네

莫敎藘渚沈 막교려저심

갈대 우거진 섬은 잠기게 하지 말라

賓鷗舊棲息 빈구구서식

예로부터 갈매기 손님 살던 곳이니

<右 藘川晩漲 우 여천만창

위는 해 질 무렵에 여천이 불어나다.>

 

不夕峯雲黑 불석봉운흑

저녁 무렵 봉오리의 구름이 검어져서

瑤華滿飛嶂 요화만비장

고운 꽃처럼 높은 산에 빼곡히 나니

今夜駕白鸞 금야가백란

오늘 밤 흰 난새가 모는 수레에 올라

千尋適仙掌 천심적선장

천 번을 찾아야만 선장에 도달하겠네

<右 道峯暮雪 우 도봉모설

위는 해 질 녘 도봉에 내린 눈.>

※仙掌(선장) : 신선의 손바닥. 한 무제가 신선이 되고자 구리로 감로를 받는 신선의 손바닥[仙掌]을 만들었다 한다.

 

暮作風流帳 모작풍류장

저녁에 만들어진 풍류의 휘장이

朝爲朝會雲 조위조회운

아침에는 조회의 구름이 되었네

浮空千佛影 부공천불형

하늘에 떠 있는 천 불의 모습이

終古奉明君 종고봉명군

예로부터 밝은 임금을 받들었네

<右 千佛朝雲 우 천불조운

위는 아침 구름 위의 천불.>

 

返暉照東南 반휘조동남

빛이 되돌아 동남쪽을 비추니

西北陰崖黑 서북음애흑

서북쪽 언덕 음지는 어둡구나

吾欲剗去好 오욕잔거호

언덕을 깎아 밝게 하고 싶어도

還愁富媼哭 환수부온곡

토지신이 울까 봐 걱정이 커지네

<右 三角夕照 우 삼각석조

위는 삼각산의 석양.>

 

杖藜尋僧來 장려심승래

지팡이 짚고 스님을 찾아오니

鐘聲響石路 종성향석로

종소리가 돌길까지 울려오네

蘭若近紫霄 난야근자소

난야가 자소에 가까이 있으니

三淸風日好 삼청풍일호

삼청궁은 풍치가 날로 좋구나

<右 西寺尋僧 우 서사심승

위는 서사에서 스님을 찾다.>

※蘭若(난야) : 한적한 수행처라는 뜻으로, 절, 암자를 이르는 말

※紫霄(자소) : 도교에서 최고의 신인 옥황대제(玉皇大帝)를 모신 자소궁(紫霄宮)

※三淸(삼청) : 도교에서 신선이 산다는 옥청, 상청, 태청의 세 궁을 아울러 이르는 말

 

 

借君池中鶴 차군지중학

그대의 연못에 있는 학을 빌려다

駕我風背翼 가아풍배익

날개 위에 바람처럼 나를 태우고

須臾到蓬丘 수유도봉구

잠깐 사이에 봉래산에 이르러서

一見梅月客 일견매월객

한 번이라도 매월객을 뵈었으면

<右 鴨池聞鶴 우 압지문학

위는 압지에서 학의 소리를 듣다.>

 

入海觀魚者 입해관어자

바다에 들어가서 고기를 본 사람이

臨淵直釣何 임연직조하

못가에서 곧은 낚시로 무얼 낚을까

三公如可傲 삼공여가오

삼공을 같이 가히 업신여기고

一竹是生涯 일죽시생애

낚싯대 하나로 평생을 보내네

<右 妓淵釣魚 우 기연조어

위는 기연에서 고기를 낚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