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無名子(尹愭)의 記故事 22

社日記故事 (사일기고사) - 尹愭 (윤기)

산업화된 현대사회에서는 잊혀진 날이지만 농경사회였던 예전에는 사일(社日)이라 하여 토지신(土地神)에게 제사를 지내는 날이 있었다. 봄가을로 두 번의 사일(社日)을 두고 사단(社壇)에 제사를 지내는데, 입춘(立春)이 지난 뒤 다섯 번째 무일(戊日)을 춘사일(春社日)이라 하여 풍년을 기원하는 뜻에서, 입추(立秋)가 지난 뒤의 다섯 번째 무일(戊日)을 추사일(秋社日)로 하여 풍성한 수확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지신(地神)과 농신(農神)에게 제사(祭祀)를 지냈다. 사일(社日)은 각 입춘과 입추가 지난 뒤 다섯 번째 무일이므로 자연히 춘분과 추분 즈음에 들게 되며, 춘분과 추분을 지난 뒤의 첫 무자일(戊子日)로 사일을 삼기도 하였다. 무명자(無名子) 윤기(尹愭)는 춘사일(春社日)을 중심으로 사일기고사(社日記故事)를..

上元記故事 (상원기고사) - 尹愭 윤기

上元記故事 상원기고사 尹愭 윤기 정월 대보름의 고사를 적다 迎蛾卜蠒答佳辰 영아복견답가진 영아와 복견으로 명절을 응대하니 唐宋遺風事事新 당송유풍사사신 당송의 유풍은 모든 일이 새롭구나 揷柳門傍祈祭競 삽류문방기제경 문 옆에 버들 꽂고 다투어 제 올리고 傳柑樓上笑歌繽 전감루상소가빈 누에서 감귤 전하여 크게 웃고 노래했네 霜輪寶斧三千界 상륜보부삼천계 상륜과 보부는 삼천 세계를 밝히고 火樹銀花億萬人 화수은화억만인 화수와 은화는 억만 사람을 비추네 五日金吾不禁夜 오일금오불금야 의금부에서 닷새 동안 야간 통금 않으니 宣和同樂太平民 선화동악태평민 선화 연간에 태평을 백성과 함께 즐겼네 ※迎蛾(영아) : 오중(吳中) 지방에서는 정월 대보름 밤에 귀천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비단으로 꽃모양의 장식을 만들어 머리에 쓰고 나..

立春記故事 (입춘기고사) - 尹愭 (윤기)

입춘(立春)은 1년 24 절기 중 첫 번째로 통상 섣달그믐께에 들거나 설날을 전후하여 들며 양력으로는 2월 4. 5일경이 된다. 올해는 윤 2월이 있어서 설날이 일찍(1월 21일) 드는 관계로 대보름 전날인 2월 4일이다. 2023년은 쌍춘년(雙春年)이다. 쌍춘년이란 입춘(立春)이 한해에 두 번 드는 해를 말한다. 이는 음력에 윤달이 있어서 생기는데 올해는 윤이월(閏二月)이 들기 때문에 음력 정월 열나흘과 섣달 스무닷새가 입춘이다. 우리나라 역법(曆法)은 '19 태양년 7 윤월 법'을 사용한다. 양력 19년 동안, 음력 윤달을 7개월(약 210일)을 둔다는 말이다. 5년 단위로 두 번의 윤달을 두어서 양력과 균형을 맞추는데 오세재윤(五歲再閏)이라고도 한다. 立春記故事 입춘기고사 尹愭 윤기 입춘 날의 고사..

人日記故事 (인일기고사) - 尹愭 (윤기)

예전에는 음력 1월 7일을 인일(人日)이라 하여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관습이 전해져 왔다. 인일(人日)은 사람 날이라 하여, 이 날은 일을 하지 않았으며, 나라에서는 이 날에 과거시험을 보기도 하였다. 지금은 거의 완전히 사라진 풍속이지만 정초에는 남의 집에 가서 유숙하지 않고, 특히 인일(人日)에는 밖에서 잠을 자지 않았다 하며, 충청북도에서는 이날 객이 와서 묵고 가면 그해는 연중 불운이 든다고 믿었다. 무명자 윤기(無名子 尹愭)는 인일의 고사를 이렇게 적었다. 올해의 인일은 양력으로 1월 28일이다. 人日記故事 인일기고사 尹愭 윤기 인일의 고사를 적다 月正七日是人日 월정칠일시인일 정월 초이렛날이 바로 인일이니 歲後玆辰最令辰 세후자진최령진 새해 들어 이 날이 가장 좋은 날이네 收雨綻雲風習習 수우탄운풍..

又記故事 (우기고사) - 尹愭 (윤기)

무명자(無名子) 윤기(尹愭)는 앞에서 소개한 것처럼 그의 나이 53세 되는 1793년[癸丑年] 설날에 계축원효 우성봉대률(癸丑元曉 偶成鳳臺律)이라는 율시(律詩) 2수를 지어, 계축년(癸丑年)에 53세를 맞은 소회를 왕희지(王羲之) 두보(杜甫) 백낙천(白樂天) 소동파(蘇東坡) 도연명(陶淵明) 구양수(歐陽脩) 등의 고사를 인용해 표현하였는데, 설날의 고사에 대하여는 표현이 미흡하였는지 다시 우기고사(又記故事)라는 율시를 지어 설날의 풍속을 소개하였다. 又記故事 우기고사 또 설날의 고사를 적다. 三元令節最宜名 삼원령절최의명 삼원이 마땅히 명절의 으뜸가는 이름이라 舊俗相傳樂太平 구속상전악태평 옛 풍속 서로 전해오며 태평시대 즐겼네 栢葉椒花藍尾酒 백엽초화람미주 잣나무 잎과 산초 꽃으로 담근 남미주와 柑黃韭綠膠牙餳..

癸丑元曉 偶成鳳臺律 二首 (계축원효 우성봉대률 이수) - 尹愭 (윤기)

이 한시(漢詩)는 무명자(無名子)의 나이 53세 되는 1793년[癸丑年] 설날에 지은 작품이다. 무명자는 자주(自註)에서 언급했듯이 왕희지(王羲之)가 난정서(蘭亭序)를 쓴 해와 두보(杜甫)가 태어난 해가 계축년이고, 백낙천(白樂天)과 소식(蘇軾)의 글에 53세가 언급되는 것을 떠올리며, 이룬 것 없이 계축년을 맞은 자신의 신세를 안타까워하며, 53세를 맞은 소회를 왕희지(王羲之) 두보(杜甫) 백낙천(白樂天) 소동파(蘇東坡) 도연명(陶淵明) 구양수(歐陽脩) 등의 고사를 인용해 표현하고 있다. 癸丑元曉 偶成鳳臺律 二首 계축원효 우성봉대률 이수 尹愭 윤기 계축년 설날 우연히 봉대율로 짓다. 2수 昭陽赤奮著名稱¹⁾ 소양적분저명칭 계축년의 이름은 분명히 칭송받으니 自古賢豪是歲曾 자고현호시세증 예부터 현인 호사가 ..

除夕記故事 (제석기고사) - 尹愭 (윤기)

음력 섣달 그믐밤을 제석(除夕)이라 하는데, 제석은 한해의 마지막 밤이므로 예로부터 많은 세시풍속이 행해졌다. 대표적으로 구나(驅儺) 의식을 열고, 새벽에 도소주(屠蘇酒)를 마시는 풍속 등이 그것이다. 또 가족들이 모여 단란한 한때를 즐기는 것도 이날 밤의 한 풍경이다. 또 시인 묵객들이 이날 밤에 한 해를 보내는 소회를 읊은 시가 유난히 많은데, 무명자(無名子) 윤기(尹愭)는 이것들과 관련된 고사들을 망라하여 제석기고사(除夕記故事)라는 20운 40구에 달하는 칠언장률에 담았다. 除夕記故事 제석기고사 尹愭 윤기 제석일의 고사를 적다 日窮于次星回天¹⁾ 일궁우차성회천 태양이 차례를 다 하고 별은 하늘 돌아오니 將迓新年餞舊年 장아신년전구년 이제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려 하네 無那壑蛇難繫尾²⁾ 무나학사난계..

臘日記故事 (납일기고사) - 尹愭 (윤기)

납일(臘日)은 섣달그믐께 즈음해서 신에게 제사를 올리는 절일(節日)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시대에 와서 동지로부터 세 번째 미일(未日)을 납일로 하여 신에게 제사를 지냄은 물론 여러 가지 세시풍속을 이어 왔었다. 무명자(無名子) 윤기(尹愭)는 납일 기고사(臘日記故事)라는 43개의 운에 86구에 달하는 장편 오언 고시를 지어 납일의 이름, 유래와 의미, 궁중의 풍속과 민간의 풍경 등을 담아, 납일의 유래와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납일(臘日)이 동지 뒤 세 번째 미일(未日)이면 동지 뒤 25일부터 37일 사이에 들게 되는데 올해처럼 동지가 음력 11월 그믐날이면 음력으로 새해가 될 수도 있는데, 이런 경우 어떻게 납제를 지냈는지 궁금하다. 실제로 올해는 음력 1월 4일이 세 번째 미일(未日)이다. 臘日記故事..

冬至記故事 (동지기고사) - 尹愭 (윤기)

冬至記故事 동지기고사 尹愭 윤기 동짓날의 고사를 적다 仲冬冬至理宜諳 중동동지리의암 겨울 가운데 동지 있는 이치 알아야 하는데 至義由來盖有三 지의유래개유삼 동지의 의미와 내력에는 모두 셋이 있다네 陽氣始生陰極北 양기시생음극북 양기가 나기 시작하니 음기는 다해 달아나며 春心初動日行南 춘심초동일행남 봄기운 움트기 시작하고 해는 남지로 가네 黃鍾律中羣源是¹⁾ 황종률중군원시 황종을 율의 무리 가운데서 근원으로 삼고 緹幔灰飛密候堪¹⁾ 제만회비밀후감 휘장 안에 재 날려 은밀히 천도를 살폈네 剝盡復來常道届²⁾ 박진부래상도계 정상적인 이치대로 박이 다하고 복이 오니 泰回否往妙機函³⁾ 태회부왕묘기함 태가 돌아오고 비가 가는 오묘한 시기이네 芳芸柔荔時爭應⁴⁾ 방운유려시쟁응 향기로운 운초와 여린 여지가 때맞춰 나고 臘柳寒梅意..

十月朔記故事 (시월삭기고사) - 尹愭 (윤기)

이 달 25일은 음력으로 시월 초하루이다. 조선 후기의 학자 홍석모는 동국세시기에서, 인가에서는 10월을 상달이라 하여 집안이 편안하기를 기원하는 성주고사(城主告祀)를 지낸다고 했다. 예부터 10월에는 하늘에 제사를 지냈는데, 고구려(高句麗) 때는 동맹(東盟)이라 하여 사당(祀堂)을 세워 귀신(鬼神), 사직(社稷)에 제사 지내는 제천의례(祭天儀禮)가 있었고, 근대에 와서도 10월이면 상달 고사를 비롯하여 개천제(開天祭)와 시제(時祭)를 지내는 풍습이 있다. 이는 온갖 햇곡식들을 가지고 음식을 만들어 조상과 신에게 감사하는 행사로 생각된다. 十月朔記故事 시월삭기고사 尹愭 윤기 시월 초하루 고사를 적다 十月丁初吉 십월정초길 시월 초하루는 길한 날이어서 舊風亦可觀 구풍역가관 옛 풍속이 또한 볼만했었지 禮家拜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