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無名子(尹愭)의 記故事

上元記故事 (상원기고사) - 尹愭 윤기

-수헌- 2023. 1. 31. 18:46

 

上元記故事 상원기고사      尹愭 윤기 

정월 대보름의 고사를 적다

 

迎蛾卜蠒答佳辰 영아복견답가진

영아와 복견으로 명절을 응대하니

唐宋遺風事事新 당송유풍사사신

당송의 유풍은 모든 일이 새롭구나

揷柳門傍祈祭競 삽류문방기제경

문 옆에 버들 꽂고 다투어 제 올리고

傳柑樓上笑歌繽 전감루상소가빈

누에서 감귤 전하여 크게 웃고 노래했네

霜輪寶斧三千界 상륜보부삼천계

상륜과 보부는 삼천 세계를 밝히고

火樹銀花億萬人 화수은화억만인

화수와 은화는 억만 사람을 비추네

五日金吾不禁夜 오일금오불금야

의금부에서 닷새 동안 야간 통금 않으니

宣和同樂太平民 선화동악태평민

선화 연간에 태평을 백성과 함께 즐겼네

 

※迎蛾(영아) : 오중(吳中) 지방에서는 정월 대보름 밤에 귀천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비단으로 꽃모양의 장식을 만들어 머리에 쓰고 나가 놀며, 비단 꽃에 나비가 날아오기를 기다리는 풍습이 있다. 빨리 봄이 오기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만들어진 풍속이다. 남송 범성대(范成大)의 시 대보름에 오중 지방의 절물을 기록하다. 배해체 32운〔上元記吳中節物俳諧體三十二韻〕에 ‘봄에 뽕나무로 누에치기를 권하고, 비단 꽃으로 밤에 나비를 부르네.〔桑蠶春繭勸 花蝶夜蛾迎〕’라고 하였다.

 

※卜繭(복견) : 견(繭)은 누에고치 모양으로 만든 강정을 말한다. 정월 대보름이 되면 쌀가루를 반죽하여 튀겨서 누에고치 모양의 강정을 만들고, 그 위에 관직 이름이나 길흉사를 적어 항아리에 담는다. 그리고 눈을 감고 하나씩 골라, 자기가 잡은 강정에 새겨진 내용을 보고 그해의 운수와 화복을 점친다. 이것을 복견 또는 견복(繭卜)이라고도 한다. <開元天寶遺事> <古今事文類聚>

 

※揷柳(삽류) : 당나라와 송나라 때 정월 대보름에 하던 제의(祭儀)의 일종. 항아리에 물을 받아 거기에 버드나무 가지를 꽂아놓고, 한 해 동안 비가 순조롭기를 빌거나 액을 씻는 행사이다.

 

※傳柑(전감) : 북송(北宋) 때 정월 대보름 밤에 궁중에서 근신(近臣)들에게 연회를 베풀어줄 때 귀척(貴戚)과 궁인(宮人)들이 감귤을 서로 선물로 주던 풍습이 있었다. 소식(蘇軾)의 시 상원시음루상(上元侍飮樓上)에 ‘돌아오니 등잔불 한 점 가물거리고, 그나마 아내에게 전해줄 황감이 있구나.〔歸來一點殘燈在 猶有傳柑遺細君〕.라는 구절이 있다.  

 

※霜輪寶斧(상륜보부) : 상륜(霜輪)은 서리처럼 희고 둥글다는 뜻이고, 보부(寶斧)는 보옥으로 만든 도끼라는 뜻으로, 하늘에 뜬 달을 가리킨다.

 

※火樹銀花(화수은화) : 화수(火樹)는 환한 등불을 많이 달아놓은 나무라는 뜻이고 은화(銀花)는 은빛 꽃이라는 뜻으로, 대보름에 달아놓은 휘황찬란한 등불을 뜻한다.

 

※金吾(금오) : 조선 시대, 임금의 명에 의해 죄인을 다스리는 일을 맡아보는 관청. 의금부(義禁府)

 

※宣和(선화) : 북송의 휘종(徽宗) 시대 연호가 선화(宣和)인데, 이는 화목하다는 의미이다. 여기서의 선화(宣和)는 화목하다는 의미와 선화연간이라는 의미를 모두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