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無名子(尹愭)의 記故事

又記故事 (우기고사) - 尹愭 (윤기)

-수헌- 2023. 1. 18. 10:27

무명자(無名子) 윤기(尹愭)는 앞에서 소개한 것처럼 그의 나이 53세 되는 1793년[癸丑年] 설날에 계축원효 우성봉대률(癸丑元曉 偶成鳳臺律)이라는 율시(律詩) 2수를 지어, 계축년(癸丑年)에 53세를 맞은 소회를 왕희지(王羲之) 두보(杜甫) 백낙천(白樂天) 소동파(蘇東坡) 도연명(陶淵明) 구양수(歐陽脩) 등의 고사를 인용해 표현하였는데, 설날의 고사에 대하여는 표현이 미흡하였는지 다시 우기고사(又記故事)라는 율시를 지어 설날의 풍속을 소개하였다.

 

又記故事     우기고사  

또 설날의 고사를 적다.

 

三元令節最宜名 삼원령절최의명

삼원이 마땅히 명절의 으뜸가는 이름이라

舊俗相傳樂太平 구속상전악태평

옛 풍속 서로 전해오며 태평시대 즐겼네

栢葉椒花藍尾酒 백엽초화람미주

잣나무 잎과 산초 꽃으로 담근 남미주와

柑黃韭綠膠牙餳 감황구록교아당

감황 색에 푸른빛 도는 가락엿을 먹네

桃符巧闘銀幡艶 도부교투은번염

도부는 은번과 기교와 아름다움을 다투고

梅蘂偏猜彩勝明 매예편시채승명

매예는 밝은 채승을 편견으로 시기하네

經席獸尊丹鳳闕 경석수존단봉궐

대궐 안 경연 자리에 놓인 수준의 술을

幾人能奪幾人傾 기인능탈기인경

몇 사람이나 빼앗아 마실 수 있을까

 

※三元(삼원) : 예로부터 정월초하루 곧 설날을, 한 해〔年〕의 으뜸, 한 달〔月〕의 으뜸, 날〔日〕의 으뜸이란 의미로 삼원이라 하였다.

 

※藍尾酒(남미주) : 남미주(藍尾酒)는 남미주(婪尾酒) 또는 도소주(屠蘇酒)라고도 한다. 산초와 잣 등을 넣어 만든 술로, 설날에 이 술을 마시면 사악한 기운을 물리칠 수 있다고 한다.

 

※膠牙餳(교아당) : 교아당(膠牙餳)은 가락엿을 말한다. 엿 역시 사악한 기운과 귀신을 꼼짝 못 하게 붙들어 놓거나, 또 이를 녹이는 힘이 있다고 보았다. 백거이(白居易)의 시 원일대주(元日對酒)에도 ‘석 잔의 남미주와 한 가락 가락엿〔三杯藍尾酒 一棵膠牙餳〕’이라는 구절이 있다.

 

※桃符(도부) : 복숭아나무로 만든 악귀(惡鬼)를 쫓는 부적의 일종. 복숭아나무를 깎아 만든 판자에, 신도(神荼)ㆍ울루(鬱壘)의 두 신상(神像)을 그려서 대문 곁에 걸어두면 악귀가 제거된다고 한다.

 

※銀幡(은번) : 은박으로 꽃처럼 오려 만든 머리꾸미개. 흔히 인일(人日)에 쓴다.

 

※梅蘂(매예) : 비단이나 은박으로 만든 인조 매화꽃으로, 머리 장식의 하나이다.

 

※彩勝(채승) : 비단으로 만들어 부인(婦人)의 머리에 장식하는 조화(造花)인데, 옛날에 주로 입춘일(立春日)이면 이것을 머리에 꽂았다. 풍속에 대궐에서 여러 조관(朝官)들에게 이것을 하사했다고 한다. 입춘일이 설날 전후로 들기에 설날에도 꽂은 듯하다.

 

※獸尊(수존) : 수준(獸尊)은 뚜껑에 호랑이 무늬를 새겨 넣은 술항아리를 말한다. 백수준 또는 백호준(白虎樽)이라고 한다. 진서(晉書) 예지(禮志)에 의하면, 새해 설날 아침에 하정례(賀正禮)를 거행할 때 백수준(白獸樽)을 궁전 뜰에 마련해 놓고서 직언(直言)을 올리는 자가 있으면 이 백수준의 술을 마시게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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