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無名子(尹愭)의 記故事

癸丑元曉 偶成鳳臺律 二首 (계축원효 우성봉대률 이수) - 尹愭 (윤기)

-수헌- 2023. 1. 16. 12:04

이 한시(漢詩)는 무명자(無名子)의 나이 53세 되는 1793년[癸丑年] 설날에 지은 작품이다. 무명자는 자주(自註)에서 언급했듯이 왕희지(王羲之)가 난정서(蘭亭序)를 쓴 해와 두보(杜甫)가 태어난 해가 계축년이고, 백낙천(白樂天)과 소식(蘇軾)의 글에 53세가 언급되는 것을 떠올리며, 이룬 것 없이 계축년을 맞은 자신의 신세를 안타까워하며, 53세를 맞은 소회를 왕희지(王羲之) 두보(杜甫) 백낙천(白樂天) 소동파(蘇東坡) 도연명(陶淵明) 구양수(歐陽脩) 등의 고사를 인용해 표현하고 있다.

 

癸丑元曉 偶成鳳臺律 二首   계축원효 우성봉대률 이수     尹愭   윤기

계축년 설날 우연히 봉대율로 짓다. 2수

 

昭陽赤奮著名稱¹ 소양적분저명칭

계축년의 이름은 분명히 칭송받으니

自古賢豪是歲曾 자고현호시세증

예부터 현인 호사가 이 해에 있었지

右軍揮灑高蘭稧² 우군휘쇄고란계

왕우군이 난정 계사에서 붓 휘둘렀고

工部文章降杜陵³ 공부문장강두릉

문장가 두보가 두릉에서 태어났다네

周天回甲知今幾 주천회갑지금기

세월이 몇 갑자 돌아도 알고 있으니

異代千秋尙可徵 이대천추상가징

천년 뒤 다른 때에도 징험 할 수 있네

只恨老夫生苦晩 지한로부생고만

다만 늙은이 만년의 고생이 한스러워

手摩新曆對殘燈 수마신력대잔등

흐린 등불 아래 새 월력 어루만지네

 

行年半百又加三 행년반백우가삼

이 내 나이 반백에 또 삼 년을 더하니

默坐元朝却自慚 묵좌원조각자참

말없이 앉은 설날 아침 절로 부끄럽네

香山麗什思先退⁴⁾ 향산려십사선퇴

향산은 고운 시로 먼저 물러날 생각 했고

坡老春衫強大談⁵⁾ 파로춘삼강대담

동파는 강권으로 봄 적삼을 입었었지

性剛才拙羲皇卧⁶⁾ 성강재졸희황와

강성에 재주 없어도 희황인처럼 누워서

髮白顔蒼木石甘⁷⁾ 발백안창목석감

머리 쇠고 얼굴 늙어도 목석이 달가웠네

衰病生涯惟爛醉 쇠병생애유란취

늙고 병든 생애에 흠뻑 취할 생각 하니

朱門豈獨聖恩覃⁸⁾ 주문기독성은담

성은이 어찌 권문세가에만 미칠까

 

羲之書蘭亭序 子美生年皆癸丑 樂天詩 有五十三合先退之語 子瞻詩 有白髮蒼顔五十三 家人強遣試春衫之句 淵明書 有行年五十餘 性剛才拙 與物多忤 甞北窓下卧遇凉風 自謂羲皇上人之語

희지서난정서 자미생년개계축 악천시 유오십삼합선퇴지어 자첨시 유백발창안오십삼 가인강견시춘삼지구 연명서 유행년오십여 성강재졸 여물다오 상북창하와우량풍 자위희황상인지어

 

왕희지가 난정서를 쓴 해와 두보가 태어난 해가 모두 계축년이다. 백낙천의 시에 ‘쉰셋은 벼슬에서 물러나기에 좋은 나이’라는 구절이 있다. 소식의 시에 “흰머리 늙은 얼굴의 쉰셋, 가족들이 억지로 보내는 바람에 봄 적삼을 입어보네.”라는 구절이 있다. 도연명의 글에 ‘인생 오십여 세에 성미는 강직하고 재주는 졸렬하여 세상과 어긋남이 많았다. 일찍이 북창 아래 누워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스스로 복희 시대의 사람이라 생각했다.라는 말이 있다.

 

※昭陽赤奮(소양적분)¹ : 소양적분약(昭陽赤奮若). 계축년(癸丑年)을 말한다. 옛날 중국에서 사용되었던 고갑자(古甲子)에 의하면 소양(昭陽)은 십간의 ‘계(癸)’이고, 적분약(赤奮若)은 십이지의 ‘축(丑)’이다.

 

※右軍揮灑高蘭稧(우군휘쇄고란계)² : 우군(右軍)은 우군장군(右軍將軍)이었던 왕희지(王羲之)를 말한다. 왕희지가 계축년(癸丑年)의 난정계사(蘭亭稧事)에서 난정서(蘭亭序)를 썼다는 말이다. 왕희지의 난정서는 ‘영화구년 세재계축(永和久年 歲在癸丑)’이라는 구절로 시작된다.

 

※工部(공부)³ : 두보(杜甫)를 말한다. 만년에 공부원외랑(工部員外郞)의 관직을 지냈으므로 두 공부(杜工部)라고 불리기도 한다. 두보는 서기 354년 계축년(癸丑年)에 태어났다.

 

※香山(향산) : 백거이(白居易)를 말한다. 자는 낙천(樂天), 호는 향산거사(香山居士)이다. 백거이(白居易)의 시 제야기미지(除夜寄微之)에 ‘임금보다 늙었으면 먼저 물러남이 마땅한데, 내년에는 쉰에 또 셋이 더해지네.〔老校於君合先退 明年半百又加三〕’라고 한 것을 인용하였다.

 

※坡老(파로)⁵⁾ : 동파(東坡) 소식(蘇軾)을 말한다. 원주(原註)의 ‘흰머리 늙은 얼굴의 쉰셋, 가족들이 억지로 보내는 바람에 봄 적삼을 입어보네. [白髮蒼顔五十三 家人強遣試春衫]’에서 인용하였다.

 

※性剛才拙羲皇卧(성강재졸희황와)⁶⁾ : 원주(原註)에 있는 도연명의 글 중의 ‘인생 오십여 세에 성미는 강직하고 재주는 졸렬하여 세상과 어긋남이 많았다. 일찍이 북창 아래 누워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스스로 복희 시대의 사람이라 생각했다. [有行年五十餘 性剛才拙 與物多忤 甞北窓下卧遇凉風 自謂羲皇上人之語]’에서 인용하였다.

 

※髮白顔蒼木石甘(발백안창목석감)⁷⁾ : 늙은 몸으로 산수에서 지내길 달가워한다는 의미이다. 백발창안(白髮蒼顔)은 늙은이의 모습을 형용한 말이고, 목석은 재야에서 자연과 함께 지냄을 말한다.

 

※朱門豈獨聖恩覃(주문기독성은담)⁸⁾ : 주문(朱門)은 대문에 붉을 칠을 한 고관대작의 집을 가리킨다. 술을 다른 말로 성인(聖人)이라고도 하기 때문에 성은(聖恩)이라고 표현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