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無名子(尹愭)의 記故事

人日記故事 (인일기고사) - 尹愭 (윤기)

-수헌- 2023. 1. 25. 12:18

예전에는 음력 1월 7일인일(人日)이라 하여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관습이 전해져 왔다. 인일(人日)은 사람 날이라 하여, 이 날은 일을 하지 않았으며, 나라에서는 이 날에 과거시험을 보기도 하였다. 지금은 거의 완전히 사라진 풍속이지만 정초에는 남의 집에 가서 유숙하지 않고, 특히 인일(人日)에는 밖에서 잠을 자지 않았다 하며, 충청북도에서는 이날 객이 와서 묵고 가면 그해는 연중 불운이 든다고 믿었다. 무명자 윤기(無名子 尹愭)는 인일의 고사를 이렇게 적었다. 올해의 인일은 양력으로 1월 28일이다.

 

人日記故事 인일기고사      尹愭 윤기 

인일의 고사를 적다

 

月正七日是人日 월정칠일시인일

정월 초이렛날이 바로 인일이니

歲後玆辰最令辰 세후자진최령진

새해 들어 이 날이 가장 좋은 날이네

收雨綻雲風習習 수우탄운풍습습

비 그친 구름 사이로 바람 솔솔 불고

浮陽披凍水粼粼 부양피동수린린

양기 넘쳐 얼음 녹아 물 맑고 깨끗하네

柳條弄色鸎嫌雪 류조롱색앵혐설

버들가지 물오르고 꾀꼬리는 눈이 싫고

梅蘂飄香鳥報春 매예표향조보춘

매화꽃 향기 날리고 새는 봄을 알리네

荊俗尙傳金鏤勝¹ 형속상전금루승

금박으로 채승 만드는 형초 풍습 전하고

晉風誰記綵爲人¹ 진풍수기채위인

비단인형 만드는 진나라 풍속 누가 알까

畫門朔日知先始² 화문삭일지선시

초하루에는 먼저 닭 그림을 문에 붙이고

貼帳今朝定有因³ 첩장금조정유인

오늘 아침 휘장에 붙이는 건 유래가 있네

栢葉隨樽驚節物⁴⁾ 백엽수준경절물

술동이의 백엽주도 절물 바뀌어 두렵고

銀幡歸第寵簪紳⁵⁾ 은번귀제총잠신

은번 꽂고 돌아가는 대신들을 총애했네

高門造繭千官卜⁶⁾ 고문조견천관복

고문에서는 면견 만들어 관직을 점치고

纖手傳羹七種新⁷⁾ 섬수전갱칠종신

고운 손으로 일곱 가지 새 국을 전하네

白水紫山悲濩落⁸⁾ 백수자산비호락

백수와 자암산에서 늙어 감을 슬퍼했고

匣琴佩劒洩輪囷⁹⁾ 갑금패검설륜균

거문고와 칼에서 불운함이 새어 나오네

魏徵託契恩褒重¹⁰⁾ 위징탁계은포중

위징은 은혜 입은 교분을 두텁게 기렸고

高適題詩句語神¹¹ 고적제시구어신

고적이 지은 시는 그 시구가 신묘하였네

姸取梅粧帝女壽¹² 연취매장제녀수

수양 공주는 예쁘게 매화 화장을 하였고

巧餘椒頌臻妻陳¹³ 교여초송진처진

유진의 처 진 씨의 초송은 기교가 넘쳤네

登高斟蟻吟閑趣¹⁴⁾ 등고짐의음한취

높은 데 올라 한가한 정취 읊고 술 마시니

煑菜鞭牛醉老身¹⁵⁾ 자채편우취로신

나물 삶아 소 몰고 가는 늙은이도 취했네

筆繼春秋劉會意¹⁶⁾ 필계춘추류회의

춘추필법을 이어온 것을 유극이 깨달았고

思深花鴈薛沾巾¹⁷⁾ 사심화안설첨건

꽃과 기러기 그리워 설도형이 수건 적셨네

董勛禮俗相談笑¹⁸⁾ 동훈례속상담소

동훈의 예속에 관하여 서로 담소하였는데

方朔占書孰見親¹⁹⁾ 방삭점서숙견친

동방삭의 점서는 누가 직접 보았을까

蓬鬢江湖休引興²⁰⁾ 봉빈강호휴인흥

강호에서 봉두난발로 흥을 일으키지 않으니

自傷書劒老風塵²¹ 자상서검로풍진

포부 지닌 채 속세에서 늙는 것을 상심하네

 

※荊俗尙傳金鏤勝(형속상전금루승) 晉風誰記綵爲人(진풍수기채위인)¹ : 채승은 인일에 비단과 금박으로 만들어 머리에 꽂는 장식물이다. 인일에 사람 모양으로 만들기 때문에 인승(人勝)이라고도 한다. 당나라 이상은(李商隱)의 시 인일즉사(人日卽事)에 ‘금박에 새겨 채승을 만드는 일은 형의 풍속으로 전해오고, 비단 오려 인형 만드는 풍습은 진에서 시작되었네.〔鏤金作勝傳荆俗 翦綵爲人起晉風 〕’라고 한 것에 전거를 둔 표현이다.

 

※畫門朔日知先始(화문삭일지선시)² : 새해 첫날은 닭날인 계일(鷄日)이므로 닭을 그려 문에 붙이고, 이날은 닭을 잡지 않는다고 한다. <古今事文類聚> 참고로 초하루는 계일(鷄日;닭날), 초이틀은 견일(犬日;개날), 초사흘은 시일(豕日;돼지날), 초나흘은 양일(羊日;양날), 초닷새는 우일(牛日;소날), 초엿새는 마일(馬日;말날), 초이레는 인일(人日;사람날), 초여드레는 곡일(穀日;곡식날) 이라 하였다.

 

※貼帳今朝定有因(첩장금조정유인)³ : 인일은 사람의 날이므로 사람을 귀하게 여겨 금박을 박아 새긴 인형을 만들어 휘장에 붙이고, 조정과 관가에서도 이날은 형을 집행하지 않았다 한다. 당나라 이적(李適)의 시 인일연대명궁(人日宴大明宮)에 ‘보배 휘장 황금 병풍에 사람 그림 이미 붙였고, 꽃을 그리고 채승 만드는 것 배워 새 그림 막 오렸네.〔寳帳金屛人已貼 圖花學勝鳥初裁〕’라고 하였다. <古今事文類聚>

 

※栢葉隨樽驚節物(백엽수준경절물)⁴⁾ : 정월 초하루에서 시일이 빠르게 지나 벌써 백엽주를 마시지 않는 때가 되었다는 뜻이다. 백엽주는 설날 마시는 술로, 도소주라고도 하는 절물인데, 인일이 되어 절물이 은번으로 바뀌었다는 의미이다. 두보의 시 인일(人日)에 ‘이날 이때 사람들 다 함께 서로 보며 담소하는 풍속이네, 술동이의 백엽주는 마시지 않고 채승의 금화는 추위를 잘 견디네.〔此日此時人共得 一談一笑俗相看 罇前柏葉休隨酒 勝裏金花巧耐寒〕’라고 하였다. <古今事文類聚>

 

※銀幡歸第寵簪紳(은번귀제총잠신)⁵⁾ : 인일에 근신과 고관이 은번(銀幡)을 머리에 꽂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왕이 그들을 총애하여 은번을 하사했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왕이 근신(近臣)들에게 손수 은번과 채승 등의 장식물을 하사하면, 하례식이 끝난 후 근신들이 모두 채승과 은번을 머리에 꽂고 집으로 돌아갔다는 고사가 있다. 잠신(簪紳)은 예전에, 관원들이 관에 꽂는 비녀와 갓의 끈을 이르던 말인데 전하여 관원들을 의미한다. <古今事文類聚>

 

※高門造繭千官卜(고문조견천관복)⁶⁾ : 견(繭)은 면견(麵繭)을 말한다. 밀가루로 만든 고치란 뜻인데, 만두나 춘권(春卷)과 비슷한 음식의 일종이다. 인일에 장안(長安)의 부귀한 집에서는 면견을 만들어 고기로 소를 넣어 먹는데, 이를 탐관견(探官繭)이라고도 한다. 면견 속에 온갖 벼슬 이름을 적어 넣고, 자제들이 면견을 골라잡아 먹을 때 그 속에 적혀 있는 관직이름을 가지고 각각 자신의 벼슬을 점치는 풍속이 있다. <歲時雜記> <古今事文類聚> 고문(高門)은 돈 많고 지체가 높은 집이나 집안을 말한다.

 

※纖手傳羹七種新(섬수전갱칠종신)⁷⁾ :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에 ‘인일에 일곱 가지의 나물을 뜯어다 국을 만든다.〔人日採七種菜作羮〕’ 하였다. <古今事文類聚> 두보의 시 입춘(立春)에 ‘나물은 섬섬옥수로 푸른 실처럼 곱게 썬 나물을 보내온다.〔菜傳纖手送靑絲〕”라고 한 것을 인용한 표현이다.

 

※白水紫山悲濩落(백수자산비호락)⁸⁾ : 백수와 자암산은 모두 촉(蜀) 지방에 있는 강과 산이다. 두보의 시 인일(人日)에 ‘설날에서 인일까지, 흐리지 않은 날이 없구나. 눈 쌓여 꾀꼬리 나오지 않고, 봄추위에 꽃도 더디 피네. 구름은 백수 따라 떨어지고, 바람은 자암산에 구슬피 부네. 헝클어진 머리숱 성글어진 지 오래되어, 흰 실에도 견줄 수가 없네.〔元日到人日 未有不陰時 冰雪鸎難至 春寒花較遲 雲隨白水落 風振紫山悲 蓬鬢稀疎久 無勞比素絲〕’라고 한 구절이 있다. <古今事文類聚>

 

※匣琴佩劒洩輪囷(갑금패검설륜균)⁹⁾ : 두보의 시 인일에 ‘차고 있던 칼 뽑으니 기운이 하늘 찌르고, 갑 속의 금을 꺼내 연주하니 물 흐르는 듯하네.〔佩劔衝星聊暫拔 匣琴流水自須彈〕’라고 하였다. <古今事文類聚> 윤균(輪囷)은 구부러진 바퀴라는 뜻으로 어려움에 봉착했음을 말한다.

 

※魏徵託契恩褒重(위징탁계은포중)¹⁰⁾ : 위징(魏徵)은 당 태종(唐太宗) 때의 명재상인데, 위징이 출행할 때 인일에 당 태종을 알현하니 태종이 위로하여 ‘경이 오늘 왔으니, 인일이라고 할만하다.〔卿今日至 可謂人日矣〕’ 하였다고 한다. <山堂肆考> 위징은 당 태종을 직언으로 보좌하여 태종이 훗날 모든 통치자들에게 모범이 된 '정관(貞觀:태종의 연호)의 치(治)'를 이루는 데 큰 역할을 했다.

 

※高適題詩句語神(고적제시구어신)¹¹ : 당 현종 때의 시인 고적(高適)이 인일기두이(人日寄杜二)라는 훌륭한 시를 지었음을 말한다.

 

※帝女壽(제녀수)¹² : 한 무제의 딸 수양공주(壽陽公主)를 말한다. 수양공주가 인일에 함장전(含章殿)의 처마 아래에 누워 있을 때 처마 밑으로 매화 꽃잎이 이마로 떨어져 오출(五出 다섯 모)의 꽃무늬가 되었는데, 손으로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았다 한다. 후인들이 이것을 흉내 내어 매화꽃 모양의 화장인 매화장(梅花粧)을 하였다고 하며, 일명 수양장(壽陽粧)이라고도 한다. <古今事文類聚>

 

※巧餘椒頌臻妻陳(교여초송진처진)¹³ : 초송(椒頌)은 초화송(椒花頌)을 말하는데 화송(花頌)이라고도 하며, 신년 축사(新年祝詞)를 말한다. 진(晉) 나라 유진(劉臻)의 아내 진 씨(陳氏)가 총명하고 글을 잘 지었는데 일찍이 정초에 초화송(椒花頌)을 지어 조정에 바친 데서 온 말이다.

 

※登高(등고)¹⁴⁾ : 옛날 중국에는 중양절(重陽節) 뿐만 아니라 인일(人日)에도 높은 곳에 올라 술을 마시고 시를 읊는 풍습이 있었다 한다. 환온(桓溫)의 참군 장망(張望)도 칠일등고(七日登高)라는 시를 남겼고, 당나라의 한유(韓愈) 역시 인일성남등고(人日城南登高)라는 시를 읊었다. <古今事文類聚>

 

※煑菜鞭牛醉老身(자채편우취로신)¹⁵⁾ : 송나라 때의 문인 후팽로(侯彭老)의 시 인일입춘(人日立春)에 ‘아침에 나물 삶아 소를 몰고 가니, 이미 강변에 눈 그치려 하네. 화창한 동풍 불어 빗발 거두고, 따뜻한 아침 햇살 구름 속에 나오네. 술동이 앞 늙은 매화는 아직 피지 않는데, 귀밑털이 버드나무처럼 늘어졌구나. 봄꽃 핀 때를 맞아 취하니, 다시 가을 되어 여위지 않게 해 주오.〔朝來煑菜往鞭牛 已覺江邊雪意休 習習東風收雨脚 暄暄曉日綻雲頭 尊前未放梅花老 鬢上先看柳帶柔 及取春花時一醉 莫教沉瘦更清秋〕’라고 한 데서 인용하였다. <古今事文類聚>

 

※筆繼春秋劉會意(필계춘추류회의)¹⁶⁾ : 도인(都人) 유극(劉克)이란 사람은 전적에 두루 통달한 인물로 전한다. 한 번은 객과 논하기를 “두보의 시 가운데 ‘원일부터 인일까지 흐리지 않은 날이 없네〔元日到人日 未有不陰時〕’라는 구절에 대해 사람들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으니, 400년 동안 자미(子美; 두보의 자)와 내가 알았을 뿐이다.” 하였다. 이윽고 일어나 서가에서 동방삭(東方朔)의 점서를 가져다 객에게 보이며 “정초의 팔일의 각 날에서 해당하는 날의 날씨가 맑으면 주관하는 생물이 잘 양육되고 흐리면 재앙이 든다. 두보(杜甫)는 천보 연간에 난리로 사방이 어지러워 사람과 사물이 해마다 재앙을 받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니, 춘추(春秋)에서 왕정월(王正月)을 쓴 뜻이 아니겠는가. 두보의 시는 옛사람의 마음 씀씀이를 깊이 얻었다.” 하였다.

 

※思深花鴈薛沾巾(사심화안설첨건)¹⁷⁾ : 수(隋) 나라의 시인 설도형(薛道衡)의 시 인일에 ‘새해 들어 칠일 째인데, 집 떠나온 지 이미 두 해로구나. 사람은 기러기 뒤에 돌아가고, 생각은 꽃 앞에서 일어나네.〔入春纔七日 離家已二年 人歸落鴈後 思發在花前〕’라고 하였다. <古今事文類聚 >

 

※董勛禮俗相談笑(동훈례속상담소)¹⁸⁾ : 고금사문류취 동훈문예속(董勛問禮俗) 조에 한나라 학자 동훈(董勛)이 인일의 유래와 성격, 풍속에 대해 말한 것이 소개되어 있다.

 

※方朔占書(방삭점서)¹⁹⁾ : 앞의 주 ¹에서 유극(劉克)이 보았다는 동방삭(東方朔)의 점서를 말한다.

 

※蓬鬢江湖休引興(봉빈강호휴인흥)²⁰⁾ : 두보의 시 인일에 ‘이른 봄날 강호의 흥취를 거듭 일으키니, 곧은길 가면 행로의 어려움과 걱정 없다네.〔早春重引江湖興 直道無憂行路難〕’라고 한 것을 변용하여, 자신의 순탄치 못한 벼슬길에 대한 자조의 심경을 담았다.

 

※自傷書劒老風塵(자상서검로풍진)²¹ : 서검(書劍)은 칼에다 쓴다는 뜻으로 장부의 포부나 기상을 말한다. 고적의 시 인일에 두이에게 부치다〔人日寄杜二〕에 ‘동산에 누운 지 삼십 년 세월에, 포부가 풍진과 함께 사라질 줄 어찌 알겠나.〔 一臥東山三十春 豈知書劒與風塵〕’라고 한 것에 전거를 두었으며, 아무것도 한 것 없이 늙어버린 자신에 대한 한탄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