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無名子(尹愭)의 記故事

除夕記故事 (제석기고사) - 尹愭 (윤기)

-수헌- 2023. 1. 13. 13:54

음력 섣달 그믐밤을 제석(除夕)이라 하는데, 제석은 한해의 마지막 밤이므로 예로부터 많은 세시풍속이 행해졌다. 대표적으로 구나(驅儺) 의식을 열고, 새벽에 도소주(屠蘇酒)를 마시는 풍속 등이 그것이다. 또 가족들이 모여 단란한 한때를 즐기는 것도 이날 밤의 한 풍경이다. 또 시인 묵객들이 이날 밤에 한 해를 보내는 소회를 읊은 시가 유난히 많은데, 무명자(無名子) 윤기(尹愭)는 이것들과 관련된 고사들을 망라하여 제석기고사(除夕記故事)라는 20운 40구에 달하는 칠언장률에 담았다.

 

 

除夕記故事 제석기고사      尹愭 윤기  

제석일의 고사를 적다

 

日窮于次星回天¹ 일궁우차성회천

태양이 차례를 다 하고 별은 하늘 돌아오니

將迓新年餞舊年 장아신년전구년

이제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려 하네

無那壑蛇難繫尾² 무나학사난계미

골짜기의 꼬리 말고 있는 뱀 어쩔 수 없고

生憎羲馭太揚鞭 ³ 생증희어태양편

희화가 태양을 빨리 몰아가서 밉기만 하네

先鐘響畏金鷄唱⁴⁾ 선종향외금계창

종소리 울리기 전에 금계가 울까 두렵고

分歲杯愁綠蟻傳⁵⁾ 분세배수록의전

잘 익은 분세주를 잔에 따르며 시름에 젖네

選侲驅儺鼗鼓際⁶⁾ 선진구나도고제

초라니를 뽑아서 소고를 두드리며 구나하고

抹糟帖馬竈門邊⁷⁾ 말조첩마조문변

부엌문에 술지게미를 바르고 조마를 붙였네

禮遵餽別收隨勢⁸⁾ 예준궤별수수세

형편에 따라서 예의를 갖춰 송년인사 하고

愛欲縶維守不眠 애욕집유수불면

잠도 안 자고 지키며 세월을 묶어두려 하네

餳果飣盤兒輩競 당과정반아배경

강정 과실 담은 접시에 아이들이 달려들고

屠蘇待曉少年先⁹⁾ 도소대효소년선

새벽을 기다려 소년이 먼저 도소주 마시네

秦遊賭博歡呼白¹⁰⁾ 진유도박환호백

진에서는 도박하고 놀며 백 부르며 기뻐하고

漢戱藏彄鬪弄拳¹¹ 한희장구투롱권

한에서는 제비 감춘 손 맞추기 하며 놀았네

爆竹雷霆驚惡鬼¹² 폭죽뢰정경악귀

우레 같은 폭죽 소리로 악귀 놀라게 하고

燒盆暖熱靄祥煙¹³ 소분난열애상연

화로에 불 피워 상서로운 연기 피어나네

點燈厨戶消虛耗¹⁴⁾ 점등주호소허모

부엌과 집안에 등잔 밝혀 허모를 없애고

然炬麻䕸照野田¹⁵⁾ 연거마개조야전

삼 줄기를 태우니 들과 밭을 비추었네

如願打灰潛祝貨¹⁶⁾ 여원타회잠축화

마음껏 재를 두드리며 재물 복을 빌고

賣癡繞巷不須錢¹⁷⁾ 매치요항불수전

거리 누비며 돈 받지 않고 바보 팔았네

唐宮畫燭凝仙樂 당궁화촉응선악

당나라 궁궐 화촉엔 신선의 풍악이 엉겼고

隋殿沈香熾甲煎¹⁸⁾ 수전침향치갑전

수나라 궁전의 침향은 갑전을 태운 것이네

金薄圖來神燕妙¹⁹⁾ 금박도래신연묘

신령한 제비 부르려고 금박으로 그리고

朱泥印處鬼丸鮮¹⁹⁾ 주니인처귀환선

붉은 인장 찍은 곳에 귀환이 선명하네

梅迎新蘂風光稍²⁰⁾ 매영신예풍광초

새 매화꽃술 맞으니 풍광이 산뜻하고

桃換舊符節物遷²¹ 도환구부절물천

절물이 바뀌니 옛 도부도 새로 바꾸네

添齒一宵童喜甚 첨치일소동희심

하룻밤에 나이 먹어 아이들은 기뻐하고

思鄕千里客悽然 사향천리객처연

천리 먼 고향 생각에 나그네 슬프구나

羊羔拊缶眞堪樂 ²² 양고부부진감악

양 잡고 장구치고 즐기면 견디겠지만

酒脯祭詩却可憐 ²³ 주포제시각가련

술과 포로 시를 제사 지내니 가련하네

櫪馬林鵶騰暮景²⁴⁾ 역마림아등모경

저물녘 마구간 말과 숲 까마귀 날뛰고

椒花栢葉爛華筵²⁵⁾ 초화백엽란화연

초주와 백엽주가 화려한 자리를 빛냈네

祝君曹子先擎酒²⁶⁾ 축군조자선경주

조송은 솔을 먼저 올려 임금을 송축했고

別友蘇翁悵逝川²⁷⁾ 별우소옹창서천

소식은 흐르는 냇물 슬퍼하며 벗 보냈네

氣改顔衰催暗裏²⁸⁾ 기개안쇠최암리

절기 바뀌니 암암리에 얼굴이 늙어가니

斗斜燼落覘樽前²⁹⁾ 두사신락첨준전

술통 앞에 별 기울고 꺼지는 등불 보네

異同風俗難幷記 이동풍속난병기

같고 다른 풍속 모두 기록하기 어려우나

憂樂人情各自牽 우악인정각자견

슬프고 기쁜 마음이 각각 절로 끌린다네

終古光陰如許度 종고광음여허도

예부터 세월이 이렇게 지나도록 되었으니

戱拈凍筆遂成篇 희념동필수성편

언 붓을 잡고 장난 삼아 시를 지어 보네

 

※日窮于次星回天(일궁우차성회천)¹ : 천체가 한 주기를 회전하여 한 해가 다 갔다는 말이다. 예기 월령(月令)에 ‘日窮于次 月窮于紀 星回于天 數將幾終 歲且更始’라고 한 데서 인용하였는데. 그 뜻은 12월이 되면 해와 달이 모두 운행의 주기(週期)를 한 차례 끝내고 1년이 마감이 되면서 새로운 해가 다시 시작된다는 뜻이다. 성(星)은 열두 별자리 곧 12수〔十二宿〕를 말하는데 1년에 하늘을 한 바퀴씩 돌아 제자리로 돌아온다.

 

※無那壑蛇難繫尾(무나학사난계미)² : 가는 한 해를 잡을 수도 막을 수도 없다는 것을 골짜기 구멍으로 들어가는 뱀에 비유하였다. 소식의 시 수세(守歲)에 ‘저물어 가는 한 해는, 골짜기에 들어가는 뱀과 같구나. 이미 비늘 몸체가 반이나 들어갔으니, 가고자 하는 뜻을 그 누가 막으랴. 더구나 꼬리마저 말고 있으니 애써 봐야 소용없구나. 〔欲知垂盡歲 有似赴壑虵 脩鱗半已沒 去意誰能遮 况欲繫其尾 雖勤知奈何 〕.라는 구절이 있는데 여기서 인용 비유하였다.

 

※羲和(희화)³ : 희화(羲和)는 천제(天帝) 제준(帝俊)의 아내로, 동해 밖 희화국(羲和國)에서 새벽마다 여섯 마리의 용이 끄는 수레에 태양을 싣고 용을 몰아 허공을 달려 서쪽의 우연(虞淵)에까지 이르러 멈춘다고 한다. 곧 해 수레를 모는 전설상의 여신이다.

 

※先鐘響畏金鷄唱(선종향외금계창)⁴⁾ : 동해바다에 부상(扶桑) 나무가 있는데, 그 가지에서 해가 떠오르면 금계(金鷄)가 운다는 전설이 있다. 금계가 울면 인간 세상의 닭들이 모두 따라서 운다고 한다. 곧 새해가 밝아오고 한 해가 가는 것이 두렵다는 뜻이다.

 

※分歲杯愁綠蟻傳(분세배수록의전)⁵⁾ : 분세(分歲)는 그믐밤 자정을 뜻한다. 즉 묵은해가 가고 새해가 오므로 해가 나뉜다는 뜻이다. 녹의(綠蟻)는 푸른 술거품으로, 흔히 좋은 술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그믐밤이 가고 새해가 오는 즈음에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고 술을 마시며 송축하고 흩어지는데, 이를 분세주(分歲酒)라 한다. 그것은 곧 나이를 더 먹는 것을 의미하므로 그 잔을 받으니 근심스럽다는 뜻이다.

 

※選侲驅儺鼗鼓際(선진구나도고제)⁶⁾ : 진(侲)은 예전에, 궁중에서 마귀와 사신을 쫓는 의식인 나례(儺禮)를 거행할 때의 나자(儺者)의 하나인 진자(侲子)를 이르던 말로 초라니라고도 한다. 납일이나 그믐날 액막이 구나(驅儺)를 할 때, 어린아이들을 뽑아 초라니를 만들고 마당놀이 형식을 빌어 초라니들로 하여금 역신을 쫓아내게 한다. 초라니 패는 무려 120명이나 되는데, 모두 붉은 두건을 쓰고 손에 땡땡이 북[鼗鼓]을 들고서, 몰려다니며 창화를 하면서 역신을 쫓는다.

 

※抹糟帖馬竈門邊(말조첩마조문변)⁷⁾ : 조마(竈馬)는 부엌에 사는 귀뚜라미 비슷한 곤충으로 꼽등이라고도 한다. 동경몽화록(東京蒙華錄)에 의하면 중국에서는 제야에 불승을 불러 염불을 하고 술과 다과를 대접하며, 또 빚을 준 장부를 모두 태워버린다. 부뚜막 위에는 조왕신의 하나인 조마를 그린 부적을 붙이며, 또 부엌문에 술지게미를 바른다. 이것을 ‘취사명(醉司命)’이라고 한다. <古今事文類聚>

 

※禮遵餽別收隨勢(예준궤별수수세)⁸⁾ : 풍토기(風土記)에 ‘촉 지방 풍속에 세밑에 서로 송년 인사를 하는 것을 궤세(餽歲)라 하고, 술과 음식을 장만하여 송년 모임을 갖는 것을 별세(別歲)라 하고, 제야에 밤새도록 자지 않는 것을 수세(守歲)라고 한다.〔蜀之風俗 晩歲相與餽問 謂之餽歲 酒食相邀爲別歲 至除夕達旦不眠 謂之守歲〕’ 하였다. 따라서 송년 인사나 송년 모임은, 개인의 형편에 따라 예의를 갖춰 알맞게 하면 된다는 말이다.

 

※屠蘇酒(도소주)⁹⁾ : 도소주는 설날에 마시는 약주(藥酒)를 말한다. 귀신의 기운을 끊어 죽이고 사람의 혼을 다시 깨워 살린다는 뜻에서 이러한 이름이 붙여졌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도소주를 화타(華佗)의 비방(秘方)이라고 하였다. 그믐밤을 자지 않고 새다가 새해 첫새벽이 되면 가족 모두 의관을 정제하고 모여서 차례로 도소주를 마시는데, 나이 어린 사람부터 마신다. <荊楚歲時記>

 

※秦遊賭博歡呼白(진유도박환호백)¹⁰⁾ : 두보가 함양 객사에 있을 때 섣달 그믐밤에 도박놀이를 하며 시름을 잊은 고사를 차용하여 이렇게 표현하였다. 그때 읊은 두보의 시 금석행(今夕行)에 ‘오늘 저녁이 어떤 저녁인가 한 해가 지나가네. 밤은 길고 촛불이 밝은데 외로이 보낼 수 없네. 함양의 객사에 아무 할 일 없으니, 서로 어울려 즐겁게 박색 놀이 하네. 마구 날뛰며 크게 소리쳐 오백을 외쳐보지만, 소매 걷고 발 굴러도 효로는 잘 나오지 않네.〔今夕何夕歲云徂 更長燭明不可孤 咸陽客舍一事無 相與博塞爲歡娛 馮陵大叫呼五白 袒跣不肯成梟盧〕’ 하였다. 오백(五白)은 박색 놀이에서 다섯 개의 패가 모두 흰 면이 위로 올라오는 것이다. 이 놀이는 다섯 개의 패의 양면(兩面)에 한쪽에는 흑색(黑色) 칠을 하고, 다른 한쪽에는 백색(白色) 칠을 하였다. 이 다섯 패를 한 번 던져서 모두 흑색을 얻으면 노(盧)라 외치는데, 이것이 가장 높은 점수의 패이고, 모두 백색을 얻으면 백(白)이라 외치는데 이것이 그다음 높은 패이다. 효로(梟盧)는 주사위 놀이에 쓰던 도구의 그림 중에 부엉이 그림과 개 그림을 말하는데, 부엉이가 그려진 효(梟)가 가장 점수가 높은 패이고, 개가 그려진 로(盧)가 그다음이라 한다.

 

※藏彄(장구)¹¹ : 구(彄)는 구(鬮)와 같은 의미로 쓰였는데, 제비를 손으로 잡다 라는 뜻이다. 한나라 때에 장구중구(藏鉤中鬮)라는 놀이를 하였다. 이 놀이는 옥가락지 하나를 제비로 삼아 한 손에 감춘 다음, 두 손 가운데 어느 손에 감추고 있는지를 맞추는 놀이이다. 한 소제(漢昭帝)의 어머니가 한쪽 손이 고부라져 펴지 못했다. 입궁한 뒤에 무제(武帝)가 그 손을 펴보자, 옥가락지가 들어있었다. 이후로 사람들이 이러한 놀이를 했다고 한다. <漢武故事>

 

※爆竹雷霆驚惡鬼(폭죽뢰정경악귀)¹² : 제야가 되면 중국에서는 폭죽놀이를 하며 악귀를 쫓는 풍속이 있었다.

 

※燒盆暖熱靄祥煙(소분난열애상연)¹³ : 그믐밤에 화로에 삼실이나 콩깍지 등을 태워 연기를 피워 올리며 재앙을 물리치는 풍속이 있다. 범성대의 시 소화분행(燒火盆行)에 ‘설날 닷새 전 초경이 지나면 집집마다 불을 피워 대낮 같구나. 부잣집에선 콩깍지보다 나은 장작불 피우고 , 빈가에선 가랑잎에 생솔을 태우네. 푸른 연기 온 성에 피어 하늘을 덮으니 자던 까마귀 놀라 깍깍 울며 날아가네.〔春前五日初更後 排門燃火如晴晝 大家薪乾勝豆䕸 小家帶葉燒生柴 靑煙滿城天半白 栖鳥驚啼飛格磔〕’라는 구절이 있다. <古今事文類聚>

 

※虛耗(허모)¹⁴⁾ : 허모(虛耗)는 사람과 집안에 해악을 끼치는 것을 말한다. 허(虛)는 빈틈을 노려 사람을 홀린다는 뜻이고, 모(耗)는 집안의 기쁜 일을 우환으로 만든다는 뜻이다. 그믐밤에 밤새 부엌에 불을 켜놓아 허모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한다. 이 풍속을 조허모(照虛耗)라고 한다. <古今事文類聚>

 

※然炬麻䕸照野田(연거마개조야전)¹⁵⁾ : 앞의 註¹³ 참고.

 

※如願打灰潛祝貨(여원타회잠축화)¹⁶⁾ : 제야에 밤을 새우다가 새해 첫새벽이 되면 헛간의 잿더미를 자기 원하는 만큼 두드리며 마음속으로 재물 복이 들어오기를 비는데, 재가 날려 새로 해 입은 설빔을 더럽혀도 아랑곳하지 않았다고 한다. <古今事文類聚>

 

※賣癡繞巷不須錢(매치요항불수전)¹⁷⁾ : 옛날 중국 오(吳) 나라 풍속에, 제야가 되면 어린아이들이 거리를 누비면서 “바보 사려” 하고 외치고 다녔다. 범성대의 매치애사(賣癡獃詞)에 ‘그믐날 저녁 깊은 밤에 사람들이 잠 안 자고, 미련함 물리치며 새해를 맞이한다. 아이들은 떠들며 길거리 누비면서, ‘바보 사려’ 하며 살 사람 부르네. 이 두 물건이 누구에겐들 없으랴마는, 그중에도 나에게는 더욱 많다오. 이 골목 저 골목에서 팔려해도 못 팔자, 서로 만나 크게 웃고 서로 놀리네. 역옹은 주렴 아래 우두커니 앉아서, 바보를 사서 보태려고 값을 물었더니, 아이가 말하길 어른께서 사신다면 돈 받지 않고, 바보를 천 년 백 년 그냥 드리겠다 하네.〔除夕更闌人不睡 厭禳鈍滯迎新歲 小兒呼叫走長街 云有癡獃召人買 二物於人誰獨無 就中吳儂仍有餘 巷南巷北賣不得 相逢大笑相揶揄 櫟翁塊坐重簾下 獨要買添令問價 兒云翁買不須錢 奉賒癡獃千百年〕‘ 하였다. <古今事文類聚>

조선 중기 우의정을 지낸 심수경(沈守慶)이 편찬한 견한잡록(遣閑雜錄)에도, 새해 첫날 만나는 사람을 불러서 그가 대답을 하면 ‘내 허술함을 사시오[買我虛疏]’라고 했는데, 이를 ‘바보를 판다[賣癡]’고 하였으며, 이는 재액(災厄)을 면하기 위해 한 일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정월 대보름에 더위를 팔듯, 새해 첫날 나의 어리숙함을 남에게 넘김으로써 그로 인해 겪을 액운을 미리 떨어 버리려는 풍속이었던 듯하다.

 

※甲煎(갑전)¹⁸⁾ : 갑전(甲煎)은 감향과 사향을 섞어 만든 액향의 일종이다. 수 양제(隋煬帝)가 그믐밤이 되면 화산(火山)에 침향을 사르면서 갑전향(甲煎香) 몇 수레를 들이붓곤 했다고 한다.

 

※金薄圖來神燕妙 朱泥印處鬼丸鮮(금박도래신연묘 주니인처귀환선)¹⁹⁾ : 제석이 되면 봄이 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에 제비 그림을 그리고, 재액을 막기 위해 붉은 주사로 귀환(鬼丸)을 찍던 풍습이 있었다. 양(梁) 나라 유견오(庾肩吾)의 시 세진(歲盡)에 ‘한 해가 이미 다하니, 춘심이 절로 설레네. 백엽주 술통을 열고 즐기며, 오신반을 차려 맛보네. 금박으로 제비를 그리고, 주사로 귀환을 찍네. 매화가지 꺾을 만하나, 눈 속에서 보니 예쁘구나.〔歲序已云殫 春心不自安 聊開柏葉酒 試奠五辛盤 金薄圖神燕 朱泥印鬼丸 梅花應可折 倩爲雪中看〕’ 하였다.

 

※梅迎新蘂(매영신예)²⁰⁾ : 여기서 매화는 매예(梅蘂)라고 하는 머리에 꽂는 장식물이다. 제석이나 정초에 비단이나 은박으로 새로이 만든 인조 매화꽃을 꽂았다는 뜻이다.

 

※桃符(도부)²¹ : 복숭아나무로 만든 악귀(惡鬼)를 쫓는 부적의 일종. 복숭아나무를 깎아 만든 판자에, 신도(神荼) 울루(鬱壘)의 두 신상(神像)을 그려서 대문 곁에 걸어두면 악귀가 제거된다고 한다.

 

※羊羔拊缶眞堪樂(양고부부진감악)²² : 한나라 선제(宣帝) 때 평통후(平通侯) 양운(楊惲)이 폐서인이 된 데 불만을 품고 ‘복날이나 납일 같은 세시가 되면 양(羊)을 삶아 안주로 삼고 두주(斗酒)를 마시어 스스로 위로하네. 술이 거나해지면 하늘을 우러러 질 장구를 치고 노래를 들으며 즐긴다.’라고 노래한 고사가 있다. <漢書>

 

※酒脯祭詩(주포제시)²³ : 중당(中唐)의 시인 가도(賈島)는 매년 제석이 되면 반드시 그해 1년 동안 지은 시를 가져다 서안 위에 놓고 술과 포를 차린 다음, 향을 사르고 제사를 올렸다. 제사가 끝나면 술과 포를 먹고 마시며 ‘나의 정신을 고되게 했으니, 이것(술과 포)으로 원기를 보충한다.〔勞吾精神 以是補之〕’ 하고는, 길게 노래를 부르며 한 해를 보냈다고 한다. <唐才子傳>

 

※櫪馬林鵶騰暮景(역마림아등모경)²⁴⁾ : 두보의 시 두위댁 수세(杜位宅守歲)에 ‘뜻 맞는 이들이 모이니 구유의 말이 울고, 횃불이 늘어서니 숲 까마귀 흩어지네.〔盍簪喧櫪馬 列炬散林鴉〕’라고 한 것에 근거를 둔 표현이다. 합잠(盍簪)은 서로 뜻 맞는 이들이 달려와 회동하는 것을 말한다.

 

※椒花栢葉(초화백엽)²⁵⁾ : 제석 밤과 설날 아침에 산초를 넣어 만든 초주(椒酒)와 잣 잎을 넣어 만든 백엽주(柏葉酒)를 선조에게 올려 강신한 후에 온 가족이 모여 자식들이 가장에게 올렸다고 한다.

 

※祝君曹子先擎酒(축군조자선경주)²⁶⁾ : 만당의 시인 조송(曹松)의 시 제야(除夜)에 ‘내일 아침 멀리 술을 올릴 때, 의당 먼저 우리 임금 송축해야지.〔明朝遙捧酒 先合祝吾君〕’라고 한 것을 두고 읊은 것이다. <古今事文類聚>   조송은 가도(賈島)에게 시를 배워 오언 율시에 뛰어났으며, 자구를 세련되게 조탁하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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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別友蘇翁悵逝川(별우소옹창서천)²⁷⁾ : 소식의 시 별세(別歲)에서 한 해를 보내는 심정을 오랜 벗 이별하는 것에 비유하여 ‘벗이 천리를 떠날 때, 이별에 임해 발걸음 더디구나. 사람이야 가면 다시 올 수 있지만, 세월은 가고 나면 어찌 쫓아갈 수 있을까. 세월이 어디로 갔는지 물으니 멀리 하늘 끝에 있다네. 이미 동으로 흘러간 뒤라 바다에 다다라 돌아올 수 없구나.〔故人適千里 臨別尙遲遲 人行猶可復 歲行那可追 問歲安所之 遠在天一涯 已逐東流水 赴海歸無時〕’라고 한 데서 인용하였다. <古今事文類聚>

 

※氣改顔衰催暗裏(기개안쇠최암리)²⁸⁾ : 당나라 왕인(王諲)의 시 제야에 ‘올해는 오늘로 다하고, 내년은 내일로 다가왔네. 추위는 이 밤을 따라가버리고, 봄은 새벽같이 오리라. 절기는 하늘에서 바뀌고, 얼굴은 암암리에 늙는다네. 풍광은 아무도 모르게, 이미 후원의 매화에 뚜렷하네.〔今歲今朝盡 明年明日催 寒隨一夜去 春逐五更來 氣色空中改 容顔暗裏衰 風光人不覺 已著後園梅〕’라고 한 데서 인용하였다. <古今事文類聚>

 

※斗斜燼落覘樽前(두사신락첨준전)²⁹⁾ : 소식의 시 수세(守歲)에 ‘새벽닭아 부디 울지 마라. 제야에 치는 북도 두렵구나. 오래 앉았으니 등잔 심지도 떨어지고, 일어나서 보니 북두성도 기울었네. 내년엔들 어찌 한 해 없으랴만, 심사만 두렵고 어수선하구나.〔晨鷄且勿唱 更鼓畏摻撾 坐久燈燼落 起看北斗斜 明年豈無年 心事恐蹉跎〕’라고 한 데서 인용하였다. <古今事文類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