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完譯』蓬萊詩集(완역 봉래시집)-楊士彦/七言絶句(칠언절구)

送平安都使金彦亨 (송평안도사김언형) 外

-수헌- 2025. 1. 26. 19:01

送平安都使金彦亨 步俗短歌而作

송평안도사김언형 보속단가이작

평안 도사 김언형을 보내면서. 세상의 단가를 본떠 짓다.

 

蒼頡謾爲離別字 창힐위만이별자

창힐이 공연히 이별이란 글자 만들었는데

秦皇胡乃不焚之 진황호내불분지

진시황은 어찌하여 불태우지 않았던가

至今留滯人間世 지금체류인간세

지금까지 인간 세상에 그대로 남아 있어서

長見陽關去住時 장견양관거주시

양관에 갈 때마다 항상 보게 하는가

 

※ 단가(短歌) : 고려 후기에서 조선 전기에 걸쳐 정제된 우리나라 고유의 정형시 중 하나. 단가 가요 가곡 영언 시절가 신성 시조 등을 일컫는다.

※ 창힐(蒼頡) : 중국 상고시대의 인물로 한자를 처음 만들었다고 한다.

※ 양관(陽關) : 옥문관과 함께 중국에서 서역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 이름, 당나라 시인 왕유(王維)가 양관(陽關)에서 친구인 원이(元二)를 이별하면서 지은 위성곡(渭城曲) 이후로 양관은 이별의 대명사가 되었다.

 

 

夢登四名山  몽등사명산  

꿈에 사명산을 오르다

 

一彈丸上四名山 일탄환상사명산

오직 탄환처럼 빨리 사명산에 오르니

飛入詩翁蝶夢間 비입시옹접몽간

덧없는 인생에 늙은 시인이 되었구나

覺來身在紅塵裏 각래신재홍진리

내 몸이 홍진 속에 있음을 깨달으니

慙愧孤雲獨去閑 참괴고운독거한

한가히 홀로 가는 구름에 부끄럽구나

 

※四名山(사명산) : 백두산에서 내려온 네 명산. 동쪽의 금강산, 서쪽의 구월산, 남쪽의 지리산, 북쪽의 묘향산을 이른다.

※蝶夢(접몽) : 중국의 장자(莊子)가 꿈에 나비가 되어 즐겁게 놀다가 깬 뒤에 자기가 나비의 꿈을 꾸었는지 나비가 자기의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고 한 고사에서 유래한 것으로, 인생의 덧없음을 이르는 말.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에 나온다.

 

 

贈漱玉洞文益成 文時作襄陽守  증수옥동문익성 문시작양양수

수옥동 문익성에게 주다. 문익성은 그때 양양부사였다.

 

玉洞仙人下九天 옥동선인하구천 

옥동 선인이 높은 하늘에서 내려와서

蓬萊駕鶴弄雲煙 봉래가학롱운연

봉래에서 학을 타고 운연을 갖고 노네

丹崖却洒銀河句 단애각쇄은하구

붉은 벼랑에다 은하의 시구를 뿌리니

江漢風流五百年 강한풍류오백년

강한의 풍류가 오백 년이나 이어졌네

 

※文益成(문익성, 1526~1584) : 조선 전기 승문원 저작, 평양 서윤, 양양 부사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숙재(叔裁) 분중(賁仲), 호는 옥동(玉洞). 수옥동(漱玉洞)은 문익성의 고향인 경남 합천의 고을 이름이다.

※江漢(강한) : 강한(江漢)은 揚子江(양자강)과 漢水(한수)를 말한다. 水量(수량)이 아주 많은 것을 비유한다. 또 우리나라의 한강을 이르기도 하는데, 여기서는 앞의 의미가 복합적으로 사용된 듯하다.

 

 

贈送平安都事 兼寄李謫仙 十首之四 

증송평안도사 겸기이적선 십수지사

평안 도사를 보내며 주다. 아울러 이 적선에게 부치다. 열 수 가운데 네 수.

 

生別定知輕死別 생별정지경사별

나면 헤어짐을 알기에 사별도 가벼이 여겨

此行應見合分支 차행응견합분지

이 길에서 응당 모였다 갈라짐을 보겠구나

臨風寄語靑閨女 임풍기어청규녀

바람을 만나 젊은 규녀에게 말을 전하지만

何似當時杜牧之 하사당시두목지

어찌 당시의 두목지와 비슷할 수 있을까

 

聞說嬌顔減十分 문설교안감십분

듣자니 아리따운 얼굴이 매우 수척해지고

紅消桃臉淚紛紛 홍소도검루분분

홍조 사라진 복숭아 뺨에 눈물이 분분하네

若爲化作臙脂粉 약위화작연지분

만약에 연지분으로 얼굴을 고치려 한다면

妝點梅花半面薰 장점매화반면훈

한쪽 얼굴 향기롭게 매화로 멋을 부려야지

 

中天皓月挂西樓 중천호월괘서루

중천의 밝은 달이 서쪽 누각에 걸리니

獨捲重簾上玉鉤 독권중렴상옥구

홀로 무거운 발 걷어 옥고리에 걸었네

書雁不來秋夜盡 서안불래추야진

기쁜 소식 오지 않고 가을밤은 다하여

曉風吹結翠眉愁 효풍취결취미수

새벽바람 불어오니 취미에 시름겹구나

 

子美當時愛謫仙 자미당시애적선

두자미는 당시에 이적선을 좋아하여서

蛟龍得雨弄雲煙 교룡득우롱운연

교룡은 비를 얻어서 운연을 희롱했네

秖今竝世同天地 지금병세동천지

지금까지 같은 세상천지를 함께 하니

應是前身結後緣 응시전신결후연

응당 전신이 훗날 인연을 맺었으리라

 

※李謫仙(이적선) : 양사언(楊士彦)은 손곡(蓀谷) 이달(李達)의 시재(詩才)를 높이 사서 이백(李白)처럼 하늘에서 인간으로 귀양 온 신선[謫仙,적선]이라 불렀다.

※杜牧之(두목지) : 당나라 시인 두목(杜牧)을 말한다. 그는 시인으로도 유명하지만 매우 미남이어서 그가 수레를 타고 지나갈 때에는 주위의 기녀들이 관심을 받기 위해 귤을 던졌는데 던져진 귤이 수레에 가득했다고 한다. 이 구절은 두목지처럼 미인의 관심을 받겠는가 라는 의미로 이해된다.

※書雁(서안) : 한 무제(漢武帝) 때 흉노(匈奴)에 사신 갔다가 억류되었던 소무(蘇武)가 기러기 발에 편지를 묶어 보내 소식을 전했다는 고사가 있는데, 전하여 편지 또는 소식이라는 의미이다.

※翠眉(취미) : 푸른 눈썹이라는 뜻으로 화장한 눈썹을 말한다.

※子美當時愛謫仙(자미당시애적선) : 자미(子美)는 두보(杜甫)를 말하고, 적선(謫仙)은 이백(李白)을 말한다. 여기서 자미(子美)는 양사언 자신을, 적선(謫仙)은 손곡(蓀谷) 이달(李達)에 비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