題琴腹 得之江陵士人家 제금복 득지강릉사인가
거문고의 몸체에다 쓰다. 강릉의 선비 집안에서 얻어갔다.
玲瓏石上桐 영롱석상동
바위 위에서 영롱한 거문고를
一鼓一吟三十春 일고일음삼십춘
한번 타며 한번 읊은 지 삼십 년이구나
當年鍾子棄我去 당년종자기아거
그 옛날 종자기가 나를 버리고 떠난 뒤
玉軫金徽生素塵 진금휘생소진
옥진 금휘에 하얀 먼지가 쌓였으나
陽春白雪廣陵散 양춘백설광릉산
양춘 백설곡과 광릉산을 연주하여
倘寄蓬萊山水人 당기봉래산수인
혹여 봉래 산수인에게 부칠까하네
※江陵士人家(강릉사인가) : 강릉 출신으로 허균(許筠)의 부친인 초당(草堂) 허엽(許曄)을 말한다. 조선 후기 실학자 홍대용(洪大容)의 담헌서내집(湛軒書內集)에 허엽의 외손 박종현(朴宗賢)이 봉래공(蓬萊公)이 이 시를 적은 거문고를 외할아버지 허엽(許曄)으로부터 전수받았는데, 이 거문고를 봉래금(蓬萊琴)이라고 한다고 하였다.
※玉軫金徽(옥진금휘) : 좋은 거문고를 말한다. 옥진(玉軫)은 옥으로 만든 거문고의 기러기발을 말하고, 금휘(金徽)는 줄감개를 말한다.
※陽春白雪(양춘백설) : 양춘곡(陽春曲)과 백설곡(白雪曲)을 말하는데, 중국 초(楚) 나라 때의 2대 명곡으로, 내용이 너무도 고상하여 창화(唱和:가락을 잘 맞추어 부름) 하기 어려운 곡으로 알려진다. 전하여 상대방의 시문을 높여 이르는 말이 되었다.
※廣陵散(광릉산) : 광릉산(廣陵散)은 위진(魏晉)시대 죽림칠현(竹林七賢)의 한 사람인 혜강(嵇康)의 거문고 곡조를 말한다.
贈崔孤竹 膾傳人口 증최고죽 회전인구
고죽 최경창에게. 사람들의 입에 올라 전해지다.
首陽山 수양산
수양산의
孤竹節 고죽절
고죽의 절개여
綠葉三冬雪 녹엽삼동설
삼동의 눈 속에서도 잎은 푸르고
靑天一片月 청천일편월
푸른 하늘에 뜬 한 조각 달이로구나
西方美人歸去來 서방미인귀거래
서방 미인의 관직을 버리고 돌아오니
山可摧兮竹可折 산가최혜죽가절
산도 무너뜨리고 대나무마저 꺾을 만하네
※首陽山 孤竹節(수양산 고죽절) : 백이(伯夷)와 숙제(叔齊)의 절개를 말한다. 고죽국(孤竹國)의 임금인 고죽군(孤竹君)의 두 아들인 백이(伯夷)와 숙제(叔齊)는 주(周)나라 무왕(武王)이 부왕(父王)의 상중임에도 은나라를 정벌하자, 주나라의 신하로 녹(祿)을 받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 수양산(首陽山)에 숨어 살며 고사리를 캐 먹고 지내다 굶어 죽어 지조와 청렴으로 존경받고 있는 인물이다. 이 시는 호가 고죽(孤竹)인 최경창(崔慶昌)을 백이(伯夷)와 숙제(叔齊)에 비유하여 절개를 칭송하고 있다.
※西方美人歸去來(서방미인귀거래) : 미인(美人)은 임금을 뜻하는 말이며, 서방 미인은 서주(西周)의 임금[周 武王]을 비유한 말이다. 이소경(離騷經)에서도 미인을 임금으로 비유하였고 송강 정철(松江 鄭澈)도 사미인곡(思美人曲)에서 임금을 미인에 비유하였다. 귀거래(歸去來)는 도연명의 귀거래사에서 유래하여 관직을 버리고 고향에 낙향한다는 뜻이다.
贈琴翁 증 금옹
금옹에게 드리다
琴翁錦水亭主人也 刻此詩於尊巖
금옹금수정주인야 각차시어존암
금옹은 금수정 주인이다. 이 시를 존암에 새겼다.
綠綺琴 녹기금
녹기금 소리는
伯牙心 백아심
백아의 마음인데
鐘子始知音 종자시지음
종자기가 소리를 처음 알아주어서
一鼓復日吟 일고부일음
한번 타고 다시 한 번 읊으니
冷冷虛籟起遙笒 냉냉허뢰기요금
맑은 소리 일어나 멀리 산봉우리에 울리고
江月娟娟江水深 강월연연강수심
강에 달은 곱게 비치고 강물은 깊네
※금수정(金水亭) : 포천 8경 중의 하나. 포천에서 세거(世居)한 안동 김씨의 소유로 우두정(牛頭亭)이었는데, 소유주인 금옹(琴翁) 김윤복(金胤福)이 봉래(蓬萊) 양사언(楊士彦)을 사위로 삼고 정자를 물려주었다. 이후 봉래공(蓬萊公)은 정자 이름을 금수정(金水亭)이라 고쳐 지었다.
※綠綺琴(녹기금) : 한나라의 대문장가인 사마상여(司馬相如)의 거문고. 일반적으로 좋은 거문고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題鉢淵磐石上 제발연반석상
발연(鉢淵)의 너럭바위 위에 쓰다
與崔顥 車軾 各述一篇 刻石上 여최호 차식 각술일편 각석상
최호 차식과 함께 각 한편씩 지어 돌 위에 새겼다.
白玉京 백옥경
백옥경과
蓬萊島 봉래도
봉래도는
浩浩烟波古 호호연파고
넘실넘실 안갯속 파도는 예스럽고
熙熙風日好 희희풍일호
맑고 따뜻한 바람 날씨도 좋네
碧桃花下閑來往 벽도화하한래왕
벽도화 아래에 한가로이 오가니
笙鶴一聲天地老 생학일성천지로
생학이 한번 울어 천지가 늙어가네
【백옥경(白玉京)은 옥황상제가 산다는 하늘나라의 서울이고, 봉래도(蓬萊島)는 신선이 산다는 동해 바다의 섬이다. 벽도화(碧桃花)는 푸른 복사꽃으로 무릉도원(武陵桃源)을 의미하고, 생학(笙鶴) 역시 신선이 타고 다닌다는 학이니, 봉래공(蓬萊公)은 금강산(金剛山)의 외양을 거의 묘사하지 않고도 천상의 공간으로 그려 신선처럼 사는 자신을 그 속에 던져 넣었다.】
次蓀谷挽玄鶴 차손곡만현학
손곡의 만 현학을 차운하다.
胎化雲來 태화운래
학이 구름에서 내려오니
氣歸風去 기귀풍거
바람은 가고 기가 돌아왔네
羽儀入土 우의입토
우의가 흙으로 들어가니
聲影何處 성영하처
소리와 모습은 어디 있는가
吾終無侶 오종무려
나는 끝내 짝이 없어졌으니
心與口語 심여구어
입과 함께 마음으로 말하네
※胎化(태화) : 학의 별칭이다. 태화(胎化)는 태생(胎生)을 의미하는데, 동양에서는 사실과 달리 학은 난생(卵生)이 아니라 태생(胎生)이라고 여겼다. 조선 후기 고종 때 박재철(朴載哲)이 쓴 학어집(學語集)에서도 ‘태에서 자란 것이 학이니라. [胎化者鶴也]’고 했다.
※羽儀(우의) : 재덕을 겸비하고서 높은 지위에 앉아 만인의 사표가 되는 사람의 모습을 이른다. 여기서는 뭇 새의 모범이 되는 학의 고운 자태를 이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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