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完譯』蓬萊詩集(완역 봉래시집)-楊士彦/七言絶句(칠언절구)

迎祥詩 恭懿大妃殿 (영상시 공의대비전) 外

-수헌- 2025. 1. 26. 19:11

迎祥詩 恭懿大妃殿  영상시 공의대비전 

공의대비전에 올리는 영상시

 

滿酌屠蘇薦九華 만작도소천구화

도소주를 가득 따라 구화전에 올리니

延年不用飯胡麻 연년불용반호마

수명 늘이려는 호마반이 필요 없구나

極知坤化滋羣植 극지곤화자군식

초목의 번식이 곤전의 덕화임을 알고

珥筆詞臣盡拜嘉 이필사신진배가

신하에게 말하시니 사관들 모두 절하네

 

※屠蘇(도소) : 도소주(屠蘇酒)를 말하는데, 설날에 마시는 약주(藥酒)를 말한다. 귀신의 기운을 끊어 죽이고 사람의 혼을 다시 깨워 살린다는 뜻에서 이러한 이름이 붙여졌다.

※九華(구화) : 구화전(九華殿)을 말하는데, 옛 중국의 궁전 이름이다. 공의대비전(恭懿大妃殿)을 구화전(九華殿)에 비유한 듯하다.

※延年(연년) : 수명을 더 연장함. 수명을 늘이다. 장수하다.

※飯胡麻(반호마) : 호마반(胡麻飯). 검은 참깨로 지은 밥으로, 신선의 음식을 말함.

※珥筆(이필) : 조정에서 신하가 즉시 기록하기 쉽도록 귓바퀴나 관모(官帽) 측면에 붓을 끼우고 있는 것. 전하여 사관(史官)이라는 의미가 있다.

 

 

春帖字  춘첩자  

行侔天地卽相參 행모천지즉상참

가지런히 가면 천지가 곧 어울리게 되니

毋道徽柔繼二南 무도휘유계이남

온화하게 이남을 계승하라 말하지 말라

擬和思齊歌聖德 의화사제가성덕

마음을 합쳐 성덕을 노래하며 비교하니

秖同蠡測恐難堪 지동려측공난감

여측과 같아서 두렵고 난감하기만 하네

 

※二南(이남) : 이남은 시경(詩經)의 주남(周南)과 소남(召南)을 가리킨다. ‘二南의 風化’라는 말이 있듯 도덕적인 교화를 상징한다.

※蠡測(여측) : 표주박으로 바다를 잰다는 뜻으로, 옅은 식견으로 심대한 사리를 헤아림 또는 소견이 천박함을 이르는 말

 

 

順陵途中 次朴建之  순릉도중 차박건지  

순릉 가는 도중 박건지를 차운하여

 

烏几靑年學聖賢 오궤청년학성현

오궤의 젊은이가 성현을 공부하려고

朅來高詠矞雲篇 걸래고영율운편

율운시 편 크게 읊으며 떠나가는구나

窮途忽發歸歟興 궁도홀발귀여흥

길이 막히니 돌연 돌아갈 생각이 일어

長憶蓬窻醉後眠 장억봉창취후면

오랜 봉창 생각에 취하여 잠이 들었네

 

※順陵(순릉) : 조선 성종의 정비인 공혜왕후의 능. 파주에 있다.

※朅來(걸래) : 가다. 어찌 오지 아니하느냐?. 떠나다.

※矞雲篇(율운편) : 율운(矞雲)은 삼색구름을 말한다. 오색구름은 경운(慶雲)이라 하는데, 모두 상서로움을 의미한다. 편(篇)은 완결된 시문(時文)이란 뜻이 있으니 상서로움을 갈구하는 시문을 의미한다.

※蓬窻(봉창) : 쑥이 무성하거나 쑥대로 얽은 창문이라는 뜻으로 고향의 허름한 집을 말한다.

 

 

三山雪觀  삼산설관 

삼산의 눈구경

 

天意應嫌紫翠峯 천의응혐자취봉

하늘의 뜻이 푸른 봉우리를 싫어하여

六花開出玉芙蓉 육화개출옥부용

눈꽃을 아름다운 연꽃처럼 피웠구나

孤雲亦匪無心者 고운역비무심자

외로운 구름 또한 무심하지 아니하여

還向孱顔盡日籠 환향잔안진일롱

하루 종일 험준한 산을 덮어 가렸네

 

※六花(육화) : 눈[雪]의 결정이 여섯 모로 된 꽃과 같이 생겼다는 뜻으로, ‘눈[雪]’을 달리 이르는 말.

※孱顔(잔안) : 산이 험준한 모양. 험악한 바위.

 

 

次觀頤道人贈法達韻  차관이도인증법달운 

이도인이 법달에게 주는 것을 보고 차운하다.

 

道士淸詩起法僧 도사청시기법승

도사가 맑은 시로써 법승의 흥을 일으키니

珠琪璀粲滿溪藤 주기최찬만계등

찬란한 옥구슬이 개울가 등나무에 가득하네

三吟欲和才還盡 삼음욕화재환진

재주 다하고 돌아오고 싶어 세 번을 읊으며

挑了禪房一夜燈 도료선방일야등

한밤 선방의 등불 심지를 돋우어 밝히는구나

 

※頤道人(이도인) : 조선 중기의 학자이자 서예가인 宋寅(송인, 1516~1584)을 말한다. 자는 명중(明仲), 호는 이암(頤庵) 녹피옹(鹿皮翁).

※法達(법달) : 조선 전기의 승려. 선조(宣祖) 때의 문신인 양사언(楊士彦) 송인(宋寅) 등과 교유하였다.

※道士淸詩起法僧(도사청시기법승) : 도사(道士)는 이암(頤庵) 송인(宋寅)을, 법승(法僧)은 승려 법달(法達)을 말한다. 흥기 시킨다는 것은 공자(孔子)가 시경(詩經)을 가지고 문답한 자하(子夏=商)를 칭찬하여, ‘나를 흥기 시키는 자는 상(商)이로구나. 비로소 더불어 시를 말할 만하구나. [起予者 商也 始可與言詩已矣]’ 한 데서 인용하였다.

 

 

遊楓嶽和車紫洞   유풍악 화차자동  

풍악에서 놀며 차식에게 화답하다

 

山上有山天出地 산상유산천출지

산 위에 산 있고 땅 위에 하늘 솟았고

水邊流水水中天 수변유수수중천

물가에 물 흐르고 물속에 하늘 있는데

蒼茫身在空虛裏 창망신재공허리

내 몸은 아득히 텅 빈 하늘 속에 있으나

不是烟霞不是仙 불시연하불시산

노을도 아니고 또한 신선도 아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