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完譯』蓬萊詩集(완역 봉래시집)-楊士彦/七言絶句(칠언절구)

天地 (천지) 外

-수헌- 2025. 1. 27. 10:22

天地  천지 

鯈忽混沌無極氏 조홀혼돈무극씨

무극의 조와 홀과 혼돈으로부터

肧胎淸濁兩儀君 배태청탁양의군

맑고 흐림과 천지가 배태했었네

三千世界生朝暮 삼천세계생조모

삼천세계가 아침저녁으로 생겨나니

十二樓臺度一元 십이루대도일원

십이루대의 근본이 모두 하나로구나

 

※鯈忽(조홀) : 숙홀(儵忽)과 같은 뜻이다. 장자(莊子) 응제왕(應帝王)에 남해(南海)의 신을 숙(儵)이라 하고 북해(北海)의 신을 홀(忽)이라 하며 중앙(中央)의 신을 혼돈(渾沌)이라 한다. 숙과 홀이 혼돈을 찾아갔더니 혼돈은 이들을 잘 대접하였다. 숙과 홀은 혼돈의 은혜를 갚으려고 ‘남들은 모두 일곱 개의 구멍이 있어 이것으로 보고 듣고 숨 쉬고 밥을 먹는데, 혼돈에게는 없으니, 우리가 구멍을 뚫어 주자’ 하고는 하루에 한 구멍씩 뚫었더니, 혼돈은 7일 만에 결국 죽고 말았다.” 하였다. 혼돈은 땅을 말하며, 혼돈은 원래 형체가 없었는데 구멍을 뚫어 죽고 난 뒤 지금과 같은 지구의 형체가 생겼다는 전설이 있다.

※無極(무극) : 우주의 근원인 태극(太極)이 아직 존재하지 않는 원시상태.

※兩儀(양의) : 역학(易學)에서, 양(陽)과 음(陰)을 말하며 태극(太極)에서 나왔다고 한다. 또는 하늘과 땅을 아울러 이르는 말.

※三千世界(삼천세계) : 불경에서 이 우주계를 삼천세계라 한다.

※十二樓臺(십이루대) : 중국의 곤륜산(崑崙山) 선인(仙人)의 거처에 있다는 열두 채의 고루(高樓)로써 선경(仙境)을 의미한다.

 

 

日月  일월 

乾坤闔闢倚雙懸 건곤합벽의쌍현

일월이 쌍으로 걸려 의지하며 순환하니

西海東溟一朶蓮 서해동명일타련

서해 동해 바다의 한 떨기 연꽃일세

却恨明光無背照 각한명광무배조

한스럽게 밝은 빛이 뒤를 비춰주지 않아

夜來還入地中天 야래환입지중천

밤이 오면 해가 땅속으로 다시 들어가네

 

※闔闢(합벽) : 열고 닫는다는 뜻이나 전하여 우주 변화의 순환 법칙을 이름.

 

 

星辰 성신 

塊然翕闢陰陰裏 괴연흡벽음음리

어둠 속에 홀로 있다 한꺼번에 떠오르니

嘒彼垂精耿耿光 혜피수정경경광

저 가냘픈 정기가 드리워 반짝반짝 빛나네

誰整樞機尊北極 수정추기존북극

누가 기틀을 북극에 높이 정돈하였는가

不敎庚孛見東荒 불교경패견동황

가르쳐주지 않아도 동황에서 혜성을 보네

 

※東荒(동황) : 우리나라의 별칭이다.

 

 

山川  산천 

高高下下分査滓 고고하하분사재

높고 낮음을 구분하여 높고 낮게 있으니

蕩蕩巍巍自峙流 탕탕외외자치류

탕탕외외한 모습으로 절로 솟아 흐르네

動靜不雖形氣外 동정불수형기외

움직임과 고요함이 형기 밖은 비록 아니나

蟻磨長載一虛舟 의마장재일허주

의마가 빈 배 하나에 오랫동안 실렸네

 

※蕩蕩(탕탕) : 넓고 아득한 모양, 평탄한 모양, 마음이 유연한 모양.

※巍巍(외외) : 높고 우뚝한 모양.

※形氣(형기) : 겉으로 드러나는 사물의 모양이나 상태와 그 기운.

※蟻磨(의마) : 고대의 우주론으로, 해 달은 본래 서에서 동으로 돌지만, 하늘(우주)은 동에서 서로 돌아가므로 우리가 보기에는 해와 달과 별이 동에서 서로 하늘과 같이 가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맷돌이 동에서 서로 돌아가는 데 개미 한 마리가 맷돌 위에서 서에서 동으로 가고 있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日月東行西沒 如蟻爬行於磨上也].

 

 

草木  초목 

草木蕃夭太始墟 초목번요태시허

태초엔 언덕에 초목이 무성하였으나

便將風雨自耕鋤 편장풍우자경서

장차 비바람이 저절로 갈아 없애고

唯有蓂蓍平露瑞 유유명시평로서

오직 명시만 들판에 상서롭게 남으니

見藏時復體盈虛 견장시부체영허

몸을 채우고 비울 것만 가려 간직하네

 

※蓂蓍(명시) : 명(蓂)은 상서로운 풀의 이름, 약초의 이름이고 蓍(시)도 약초의 이름이나 점을 칠 때 쓰는 댓가지인 서죽(筮竹)을 의미함.

 

 

風雲  풍운  

白海遠連靑海闊 백해원련청해활

먼 백해와 넓은 청해가 이어지듯이

吳山遙與楚山長 오산요여초산장

오나라 산과 초나라 산이 멀리 뻗쳤네

唯有風雲天不管 유유풍운천불관

오직 풍운은 하늘이 주관하지 않으니

任他南北恣飛揚 임타남북자비양

남북으로 마음대로 날아 흩어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