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完譯』蓬萊詩集(완역 봉래시집)-楊士彦/七言絶句(칠언절구)

寄拘犴諸生 (기구안제생) 外

-수헌- 2025. 1. 27. 10:33

寄拘犴諸生  기구안제생  

옥에 같힌 여러 선비에게 보내다.

 

筆勢自是詩眼苦 필세자시시안고

시는 보기 괴로워도 필세는 스스로 자만하며

轍環猶有畏佳人 철환유유외가인

오히려 수레 타고 다니는 가인을 두려워하네

東隣豈乏西施笑 동린기핍서시소

어찌 동린이 서시보다 못하다고 비웃으며

不識今逢古壬申 불식금봉고임신

지금 만난 고임신을 알아보지 못하는구나

 

※轍環(철환) : 수레를 타고 돌아다닌다는 말로, 교화(敎化)를 위하여 세상을 돌아다님을 뜻한다.

※東隣豈乏西施笑(동린기핍서시소) : 서시(西施)는 중국 4대 미인 중 한 명인 월나라의 미인이다. 서시의 동쪽 이웃에 사는 한 추녀는 서시가 얼굴을 찡그려도 아름다운 미소가 부러워서 추한 얼굴을 찡그리고 다녔다고 한다.

 

 

新ト關東 得之兵亂後  신복관동 득지병란후  

관동에 새 터전을 닦다. 난리 뒤에 얻은 시다.

 

淵明心事歸來賦 연명심사귀래부

도연명은 마음으로 귀거래사 읊었고

摩詰生涯輞口圖 마힐생애망구도

마힐은 한평생을 망천에서 살았네

超然遠蹈蓬山路 초연원도봉산로

속세를 떠나 봉래산 길을 밟노라니

萬二千峯畵也無 만이천봉화야무

만이천봉은 그림이라 없구나

 

※淵明心事歸來賦(연명심사귀래부) : 도연명(陶淵明)이 팽택(彭澤) 현령으로 있을 때 독우(督郵; 옛날 중국의 관직. 지방 관직으로 군을 보좌해 현을 감찰하는 직책)가 와서 허리를 굽히라고 하자, ‘내가 어떻게 오두(五斗)의 녹봉 때문에 허리를 굽힐 수 있나.’ 하고 귀거래사를 짓고 낙향했다. 여기서는 작자가 벼슬을 버리고 관동에 살 터전을 마련했음을 표현한 것이다.

※摩詰生涯輞口圖(마힐생애망구도) : 마힐(摩詰)은 당(唐)나라 왕유(王維)를 가리킨다. 왕유는 안녹산(安祿山)이 난을 일으켰을 때 절개를 지켜 벼슬하지 않고, 망천에 별장을 지어놓고 시서화(詩書畵)를 즐기며 살았다. 뒤에 난이 평정된 후 벼슬이 상서우승(尙書右丞 )에 이르렀다.

 

 

簡寄應遇弟 二首之一   간기응우제 이수지일  

응우 아우에게 부치는 편지. 두 수중 첫 번째.  

 

風高松浦南鴻少 풍고송포남홍소

고송에 바람 부니 포구 남으로 가는 기러기 적고

霜重瀛洲北雁稀 상중영주북안희

영주에 무서리 내리니 북으로 가는 기러기 드무네

唯有淸江連碧海 유유청강련벽해

오로지 푸른 바다에 이어진 맑은 강에는

一雙魚帶十行歸 일쌍어대십행귀

한 무리의 고기가 열 줄로 돌아오는구나

 

次 時宰豊川府 應遇  차 시재풍천부 응우

차운 그때 풍천부를 맡아 다스렸다. 응우

 

大關嶺外行人少 대관령외행인소

대관령 밖에 다니는 사람이 적으니

西海城邊音信稀 서해성변음신희

서해 성 부근에는 소식도 드물구나

何日紫荊同樂土 하일자형동악토

어느 날에나 낙토에서 우애를 함께할까

十年干祿未言歸 십년간록미언귀

십년간 관직을 구하다 말없이 돌아오네

 

※應遇(응우) : 양사언(楊士彦)의 아우인 양사기(楊士奇)의 자이다. 호는 죽재(竹齋). 생원시와 진사시에 모두 합격하고, 별시 문과에도 급제하여 호조 좌랑을 거쳐 원주 부평 등 7 읍(邑)의 수령(守令)을 역임하였다. 가는 곳마다 청백(淸白)하여 칭송을 받았다.

※音信(음신) : 먼 곳에서 보내는, 안부를 묻는 편지. 소식. 기별.

※何日紫荊同樂土(하일자형동악토) : 자형(紫荊)은 박태기나무를 말하는데, 형제간의 우애를 의미한다. 양(梁) 나라 때 전진(田眞) 삼 형제가 재산을 공평하게 분할하려고 마당에 한 그루 뿐인 자형(紫荊)을 삼등분하려 하자 나무가 말라 죽었다. 이에 뉘우친 삼 형제가 다시 재산을 합치니 자형(紫荊)이 되살아났다는 고사에서 유래한다. 낙토(樂土)는 아무런 걱정이나 부족함이 없이 편안하고 즐겁게 살 수 있는 곳을 말한다.

※干祿(간록) : 관직을 구하다. 행복을 구하다.

 

 

題安邊民家新板 時宰安邊府   제안변민가신판 시재안변부

안변 민가의 새 시판에다 쓰다. 그때 안변부를 맡아 다스렸다.

 

川通徐巿扶桑海 천통서불부상해 

내를 통하여 서불이 부상 바다로 나갈 때

山盡王喬種玉田 산진왕교종옥전

산 끝나는 곳에 왕교가 밭에 옥을 심었네

塵埃不到氷壺裏 진애불도빙호리

얼음 항아리 속에 티끌이 이를 수 없으니

方信人間別有天 방신인간별유천

온 세상 사람들이 별유천지라고 믿었네

 

百世關西道已東 백세관서도이동

오랜 세월 관서부자의 도가 동으로 오니

不知苗裔幾英雄 불지묘예기영웅

먼 후손 중에 영웅이 몇인지 알 수 없네

兒童錯認遨頭貴 아동착인오두귀

아이들이 고을 수령 귀한 줄 잘 못 알고

歌詠宜春一帖中 가영의춘일첩중

시첩 중의 의춘가를 노래하는구나.

<七代祖楊起 以元閣老 陪齊國大長公主出來 封上黨伯 蓋關西夫子楊伯起四十世孫故云

칠대조 양기 이원각로 배제국대장공주출래 봉상당백 개관서부자양백기사십세손고운

칠대 조 양기는 원나라 내각의 원로였는데, 제국대장공주를 배행하여 우리나라에 와서 상당백에 봉해졌다. 그래서 관서부자 양백기의 사십 세 손이라고 한다. >

 

※徐巿扶桑海(서불부상해) : 서불(徐巿)은 진시황의 명령으로 동남동녀 삼천을 데리고 불로초를 찾아 떠났으며, 부상해(扶桑海)는 전설에 해가 뜬다는 동쪽 바다를 말한다.

※王喬(왕교) : 주 영왕(周靈王)의 태자로, 왕에게 직간하다가 폐서인이 되었는데, 젓대를 불어 봉황의 소리를 잘 내었고, 훗날 신선이 되어 흰 학을 타고 산꼭대기에서 놀았다 한다. 여기서는 단순히 신선이라는 의미인 듯.

※關西(관서) : 관서부자(關西夫子) 양진(楊震, 54~124). 자는 백기(伯起). 청주양씨(淸州楊氏)의 중국 쪽 본관인 홍농양씨(弘農楊氏)의 본관을 최초로 썼으며, ‘하늘이 알고, 귀신이 알고, 내가 알고, 그대가 아는데 어찌 아는 자가 없다고 하는가? [天知, 神知, 我知, 子知, 何謂無知]’ 라는 말로 부정한 재물을 배격한 청백리로 알려져 있다.

※苗裔(묘예) : 먼 후손. 자손.

※遨頭(오두) : 고을 수령을 말한다. 송(宋) 나라 때 두자미(杜子美)의 초당(草堂) 안의 창랑정(滄浪亭)에서 태수(太守)가 잔치를 벌여 놀았는데, 이때 온 고을 사람들이 나와서 보면서 태수를 놀이의 우두머리라는 뜻으로 오두(遨頭)라고 하였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