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重陽節(중국 시인들의 중양절)

-수헌- 2021. 10. 14. 14:37

이번에는 중국의 유명 시인들이 중양절을 노래한 시 몇 수를 감상해 본다.

중국에서는 重陽節(중양절)에 액운을 막기 위하여 수유(茱萸)를 주머니에 넣거나 머리에 꽂고 높은 산에 올라가[登高] 국화주를 마시는 풍속이 있는데 이는 앞서 소개한 중국 진(晉) 나라 때의 장방(長房)과 환경(桓景)의 고사에서 유래했다 한다. 중국 시인들의 시에는 특히 고향을 떠나 객지 생활을 하면서 높은 산에 올라 고향을 그리워하고 술로 벗을 삼으며 신세를 한탄하는 시가 많이 보인다.

 

 

九日齊山登高 구일제산등고    杜牧 ​두목

중양절에 제산에 오르다

 

江涵秋影雁初飛 강함추영안초비

강물에 가을빛 담기고 기러기 날아오면

與客携壺上翠微 여객휴호상취미

​손님과 같이 술병 들고 산 중턱에 오른다

塵世難逢開口笑 인세난봉개구소

진세에 크게 웃을 일 만나기 어려우니

菊花須揷滿頭歸 국화수삽만두귀

머리 가득 국화나 꽂고 돌아가리라

但將酩酊酬佳節 단장명정수가절

중양절 좋은 날 다만 흠뻑 취하려 하니

不用登臨怨落暉 불용등림원락휘

산에 올라도 지는 해를 원망하지 말라

古往今來只如此 고왕금래지여차

예나 지금이나 인생살이 다 마찬가진데

牛山何必淚沾衣 우산하필루점의 ​​​​​

어찌 우산에 올라 눈물로 옷을 적시는가​

 

牛山何必淚沾衣(우산하필루첨의) : 제(齊) 나라의 경공(景公)이 우산(牛山)에 놀러 갔다가 북쪽에 있는 자기 나라의 성을 바라보고 자기 사후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자, 사공(史孔)과 양구거(梁丘據) 같은 신하들도 따라 울었는데, 안자(晏子) 만이 홀로 곁에서 웃고 있었다.

경공이 그 이유를 묻자 안자는 “현자(賢者)로 하여금 죽지 않고 언제나 이 나라를 지키게 두었다면, 태공(太公)이나 환공(桓公)께서 지금껏 이 나라를 지키고 있었을 것이니 우리 주군께서는 지금 어찌 이 자리를 얻어 서 계실 수 있겠습니까?”라고 하였다. 《열자(列子) 力命篇(역명편)》

 

 

登高 등고     杜甫 두보

 

風急天高猿嘯哀 풍급천고원소애

하늘 높이 세찬 바람에 원숭이 슬피 울고

渚淸沙白鳥飛廻 저청사백조비회

물 맑고 흰 모래톱에 새들이 돌며 나네

無邊落木蕭蕭下 무변낙목소소하

나뭇잎은 끝없이 쓸쓸하게 떨어지고

不盡長江滾滾來 부진장강곤곤래

끊임없는 장강은 넘실넘실 흘러오네

萬里悲秋常作客 만리비추상작객

가을을 슬퍼하며 늘 만 리를 떠돌다가

百年多病獨登臺 백년다병독등대

나이 들고 병들어 홀로 누대에 올랐네

艱難苦恨繁霜鬚 간난고한번상빈

온갖 간난에 무성한 흰머리가 한스럽고

燎倒新停濁酒杯 요도신정탁주배

늙어가니 새로이 술잔마저 멈추게 하네

 

 

九日閑居 구일한거    陶淵明 도연명

 

序 서

餘閑居 여한거

나는 한가롭게 살며

愛重九之名 애중구지명

중양절이라는 이름을 좋아한다

秋菊盈園 추국영원

가을 국화는 정원에 가득해도

而持醪靡由 이지료미유

술을 마련할 수 없기 때문에

空服九華 공복구화

부질없이 중양절에 국화를 잡고

寄懷於言 기회어언

품은 마음을 시에 부친다.

 

世短意常多 세단의상다

뜻은 많아도 인생은 짧으니

斯人樂久生 사인락구생

나는 생을 오래 즐기고 싶네

 

日月依辰至 일월의진지

세월에 의지해 중양절에 이르니

舉俗愛其名 거속애기명

세속에서는 그 이름을 좋아하네

 

露淒暄風息 노처훤풍식

더운 바람 잦아들고 이슬 차가우니

氣澈天象明 기철천상명

공기는 맑고 하늘의 기상 밝아지네

 

往燕無遺影 왕연무유영

제비 떠나간 뒤 그림자도 남지 않고

來雁有餘聲 내안유여성

기러기 날아와 다른 울음소리 남았네

 

酒能祛百慮 주능거백려

술은 온갖 근심을 떨쳐 없애주고

菊為制頹齡 국위제퇴령

국화는 늙음을 억제해 준다는데

 

如何蓬廬士 여하봉려사

어찌하여 오두막집 속의 선비는

空視時運傾 공시시운경

시운이 기움을 부질없이 쳐다보나

 

塵爵恥虛罍 진작치허뢰

빈 술독에 속세의 벼슬이 부끄러워

寒華徒自榮 한화도자영

국화는 헛되이 스스로 피어나네

 

斂襟獨閑謠 염금독한요

옷깃 여미고 홀로 한가히 노래하니

緬焉起深情 면언기심정

깊은 정이 아득하게 일어나네

 

棲遲固多娛 서지고다오

느긋한 삶이 오로지 즐거움이 많은데

淹留豈無成 엄류기무성

오래 머물며 어찌 이룬 것이 없는가

 

*陶淵明(도연명, 365 ~ 427)은 중국 동진의 전원시인(田園詩人)이다. 호는 연명(淵明)이고, 자는 원량(元亮), 본명은 잠(潛)이다. 오류(五柳) 선생이라고 불리며, 시호는 정절(靖節)이다

 

 

​九月九日 憶山東兄弟 구월구일 억산동형제     王維 왕유

중양절에 산동의 형제들을 생각하며

 

獨在異鄉爲異客 독재이향위이객

타향에서 떠도는 이방인으로 홀로 지내니

每逢佳節倍思親 매봉가절배사친

명절이 될 때마다 친척이 더욱 그립구나

遙知兄弟登高處 요지형제등고처

멀리서 형제들 높은 곳에 올랐을 때 알겠지

遍插茱萸少一人 편삽수유소일인

모두 수유 머리에 꽂는데 한 사람 모자람을

 

 

九月十日即事 구월십일즉사     李白 이백

 

昨日登高罷 작일등고파

어제는 높은데 올랐다 왔는데

今朝更舉觴 금조갱거상

오늘 아침 다시 술잔을 들었네

菊花何太苦 국화하태고

국화꽃은 얼마나 크게 괴로울까

遭此兩重陽 조차량중양

이처럼 중양절을 두 번 만나니

 

*중국에서는 중양절이 지나감을 아쉬워해서 중양절의 다음날인 음력 9월 10일을 소중양(小重陽)으로 국화를 감상하며 즐기는 풍습이 있었다.

 

九日醉吟 구일취음    白居易 백거이

중양절에 취하여 탄식하다.

 

有恨頭還白 유한두환백

머리가 희어져서 한이 되는데

無情菊自黃 무정국자황

무정한 국화는 절로 누렇게 피네

一爲州司馬 일위주사마

한번 강주의 사마가 되어

三見歲重陽 삼견세중양

중양절을 세 번이나 만나네

劍匣塵埃滿 검갑진애만

칼집에는 먼지만 가득한데

籠禽日月長 농금일월장

새장의 새는 나날이 커가네

身從漁父笑 신종어부소

신세는 어부의 비웃음을 따르고

門任雀羅張 문임작라장

문 앞은 참새 그물 펼쳤네

問疾因留客 문질인유객

문병 온 손님을 머무르게 하고

聽吟偶置觴 청음우치상

술잔 둘 차려놓고 탄식 소리 듣는다

歎時論倚伏 탄시논의복

시절을 한탄하여 의복을 논하면서

懷舊數存亡 회구수존망

옛 생각에 죽고 산 이를 헤아려본다

奈老應無計 내로응무계

아무 계책 없이 늙음을 어이하랴만

治愁或有方 치수혹유방

수심 다스릴 방도는 그나마 있네

無過學王勣 무과학왕적

왕적을 배움보다 나은 것 없기에

唯以醉爲鄕 유이취위향

오로지 취함으로써 고향을 삼으리

 

雀羅張(작라장) : 참새 잡는 그물을 펼쳐 놓는다는 뜻으로 찾아오는 이 하나 없는 상황. 사마천은 史記(사기) 汲鄭列傳論(급정열전논)에서 지금의 섬서성(陝西省) 하규(下邽)에 살았던 ‘적공(翟公)이 정위(廷尉) 벼슬을 얻자 손님이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뤘으나 그가 면직되자 집 안팎이 얼마나 한산했는지 ‘문 앞에 참새 잡이 그물을 쳐 놓아도 될 정도[門外可設雀羅:문외가설작라]가 됐다.’고 했다.

倚伏(의복) : 화복(禍福), 길흉(吉凶), 성패(成敗) 따위가 서로 맞물려 돌고 도는 것.

王勣(왕적) : 왕적은 수나라 말과 당나라 초 사람으로 술을 좋아하여서 매일 한말의 술을 마셨다는 인물이다.

* 백거이(白居易, 772년ㅡ846년). 자(字)는 낙천(樂天)이고, 號는 취음선생(醉吟先生), 향산거사(香山居士)등으로 불리었다. 이 시의 제목인 구일취음(九日醉吟)은 다른 자료에서는 구월취음(九月醉吟)으로도 되어 있으며, 중양절에 취하여 탄식하다는 뜻이지만 백거이의 호가 취음선생이므로 중양절의 내 신세라는 의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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