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重陽節 중양절

-수헌- 2021. 10. 12. 15:45

음력 9월 9일은 중양절이다, 예부터 이날을 중양절(重陽節), 또는 중구일(重九日)이라 하는데, 중양이란 음양사상에 따라 양수(홀수)가 겹쳤다는 뜻이다. 중구란 숫자 9가 겹쳤다는 뜻으로 설날(1월 1일), 삼짇날(3월 3일) 단오(5월 5일), 칠석(7월 7일)과 함께 명절로 지낸다. 또 중양절에는 국화를 감상하거나 국화잎을 따다가 술을 담그고, 화전을 부쳐 먹기도 했으며, 이밖에 추석 때 햇곡식으로 차례를 지내지 못한 집에서는 이날 차례를 지내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중양절에 높은데 올라가는 풍습이 있는데 이는 옛날 중국 진(晉)나라의 어느 마을에 장방(長房)이란 사람이 환경(桓景)이란 사람을 찾아와 “9월 9일 마을에 큰 재앙이 닥칠 것이니 식구들 모두 산꼭대기로 올라가라”라고 하였다. 환경이 식구들을 데리고 산에 올라가 국화주를 마시며 놀다가 이튿날 집에 내려와 보니 집안의 모든 가축들이 죽어 있었다. 그 후부터 중양절이 되면 산에 올라가서 국화주를 마시는 풍습이 생겼다고 하며 시인들의 시에도 등고(登高)란 말이 자주 나온다.

 

九日 구일 李奎報 이규보

중양절에

 

少年遇重陽 소년우중양

소싯적에는 중양절이 되면

汲汲索黃菊 급급색황국

부지런히 황국을 찾았었지

不論酒醇醨 불론주순리

독한 술 순한 술 논하지 않고

泛此香馥馥 범차향복복

국화 띄우니 향기가 풍기더라

如今祿稍豐 여금록초풍

지금은 녹봉도 조금 넉넉하고

甕有浮蟻綠 옹유부의록

독 안에 푸른 거품이 떠 있어도

緣我老且慵 연아노차용

내가 늙고 또 게으른 관계로

索莫情味薄 색막정미박

정취가 없고 삭막하기만 하네

任爾霜葩開 임이상파개

너는 서리와도 꽃을 피우지만

但悲時節促 단비시절촉

다만 시절을 재촉하니 슬프구나

客來强洗盞 객내강세잔

손님이 와서 억지로 잔 씻으니

一酌歡已足 일작환이족

한 잔 술에도 즐거움 족하구나

免使籬邊花 면사리변화

울타리 곁의 꽃으로 하여금

厚顔終愧恧 후안종괴육

염치없이 부끄럽지 말라 하네

 

浮蟻綠(부의록) ; 蟻(의)는 술 위에 뜬 밥알 또는 거품이라는 뜻이 있으니 푸른 거품이 뜬다는 것은 술이 익어 간다고 해석됨.

 

重陽節 중양절    兪彦述 유언술

 

佳辰寂寞在他鄕 가진적막재타향

타향에 있으니 좋은 명절도 적막하고

澤國秋風雁叫霜 택국추풍안규상

물가 가을바람 서리에 기러기도 우네

世事悠悠堪一笑 세사유유감일소

세상사 걱정되나 한번 웃으며 견디니

年光忽忽又重陽 년광홀홀우중양

세월은 어느덧 흘러 또 중양절일세

籬邊黃菊爲誰發 리변황국위수발

울타리 옆 국화는 누굴 위해 피었는지

鏡裏凋顔漫自傷 경리조안만자상

거울 속 여윈 얼굴 절로 마음 상하네

回望故園何處是 회망고원하처시

돌아보니 고향 동산은 어디에 있는지

且將幽抱付深觴 차장유포부심상

잠깐 마음을 술잔에 깊이 의지하려 하네

 

※兪彦述(유언술, 1703~1773), 조선 후기 대사헌, 지중추부사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계지(繼之), 호는 송호(松湖) 지족당(知足堂) 서고(西皐).

 

 

重陽 중양     孤竹 崔慶昌 고죽 최경창

중양절에

 

左手持黃花 좌수지황화

왼쪽 손에 국화꽃을 쥐고서

右手酌白酒 우수작백주

오른손으로 백주를 따르네

落帽龍山西 낙모용산서

모자를 떨어뜨린 용산의 가을

佳辰九月九 가신구월구

아름다운 명절 9월 9일이라네

 

※落帽龍山西(낙모용산서) : 낙모(落帽)는 동진(東晉)의 명사 맹가(孟嘉)가 9월 9일에 재상 환온(桓溫)과 함께 용산(龍山)에 오를 때 모자가 바람에 날려 떨어진 것도 몰랐다는 고사에서 나왔다. 중국에서는 중양절에 높은데 올라[重陽登高, 중양 등고] 고향을 바라보는 풍습이 있다. 龍山西(용산서)의 西는 서쪽 이라기보다는 가을로 해석함이 옳을 듯.

 

乞菊花 걸국화     海原君 李健 해원군 이건

국화를 구하며

 

淸秋佳節近重陽 청추가절근중양

좋은 계절 맑은 가을 중양절 가까우니

正是陶家醉興長 정시도가취흥장

바로 도가에서 취흥이 크게 일어날 때네

相見傲霜花滿砌 상견오상화만체

섬돌 위에 만발한 국화꽃 쳐다보니

可能分與一枝香 가능분여일지향

향기로운 가지 하나 나눠줄 수 있나요

 

※陶家(도가) : 진(晉)나라의 도간(陶侃)의 집, 범규(范逵)가 그의 집을 방문하자 도간의 어머니가 머리를 잘라 주효(酒肴)를 마련해준 고사가 있다. 《晉書》

 

※海原君 李健(해원군 이건,1614~1662) : 자는 자강(子强), 호는 규창(葵窓). 할아버지는 선조, 아버지는 선조의 일곱째 아들 인성군(仁城君) 이공(李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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