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霜降 상강

-수헌- 2021. 10. 21. 16:41

상강(霜降)을 앞두고 벌써 때 이른 추위가 찾아와 아직 시월도 중순이 다 지나지 않았는데 한파주의보가 내리고, 산간에는 눈이 오는 등 겨울이 코앞에 다가왔다. 상강(霜降)은 서리가 내린다는 뜻인데 겨울의 시작인 입동을 앞두고 쾌청한 날씨가 계속되어 밤에는 기온이 매우 낮아 서리가 내리는 늦가을의 계절이다. 9월 들어 시작된 추수도 상강 무렵엔 마무리가 된다.

 

霜降 상강      權文海 권문해

 

半夜嚴霜遍八紘 반야엄상편팔굉

한밤중 매서운 서리 온 세상을 뒤덮으니

肅然天地一番清 숙연천지일번청

이 천지가 한꺼번에 차가워져 숙연하구나

望中漸覺山容瘦 망중점각산용수

바라보니 산 모습이 여윔을 점차 깨닫고

雲外初驚雁陣横 운외초경안진횡

구름 밖 기러기 떼 가로질러 비로소 놀란다

殘柳溪邊凋病葉 잔류계변조병엽

시냇가 남은 버드나무 병든 잎처럼 시들고

露叢籬下燦寒英 로총리하찬한영

울 밑의 이슬 젖은 찬 꽃부리는 빛이 나네

却愁老圃秋歸盡 각수로포추귀진

도리어 늙은 농부는 가을 끝나가는 시름에

時向西風洗破觥 시향서풍세파굉

이따금 서풍을 향해 깨진 술잔을 씻는다

 

*權文海(권문해,1534~1591) : 조선 전기 좌부승지, 사간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호원(灝元), 호는 초간(草澗).

 

秋    추       陳溫 진온

 

釦砌微微著痰霜 구체미미저담상

섬돌에 무서리가 희미하게 펼쳐 내리니

裌衣新護玉膚凉 겹의신호옥부량

추위에 몸 보호하려 겹옷 새로 지었네

王孫不解悲秋賦 왕손불해비추부

왕손은 가을 세금의 비애를 모르는지

只喜深閨夜漸長 지희심규야점장

다만 규방에 밤 길어지는 것만 기뻐하네

 

*陳溫(진온) : 고려 후기 예빈시경, 나주목사 등을 역임한 관리. 문신.

 

 

秋夜 추야      尹治 윤치

 

老樹荒岡響遠聞 노수황강향원문

거친 언덕 고목에 바람소리 멀리서 들리고

深夜霜意亂黃雲 심야상의난황운

깊은 밤 누런 들판에 어지러이 서리 내리네

汀洲客雁如相語 정주객안여상어

물가의 기러기는 서로 마주보고 말하는 듯

月在西峰缺半分 월재서봉결반분

달은 서산머리에 이지러져 반만 걸려있구나

 

※黃雲(황운) : 벼나 보리가 누렇게 익어서 논밭에 그득히 서 있는 모습을 비유한 말.

*尹治(윤치) : 조선 전기의 시인. 자는 자정(子精),

 

 

山行 산행      石之嶸 석지영

 

斜日不逢人 사일불봉인

해는 저무는데 만나는 이 없고

徹雲遙寺磬 철운요사경

먼 절의 풍경소리 구름에 닿네

山寒秋己盡 산한추기진

산은 차고 가을은 이미 저무니

黃葉覆樵徑 황엽복초경

단풍잎이 나무꾼의 산길을 덮네

 

*石之嶸(석지영) : 조신시대의 시인으로 호는 청헌(淸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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