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한로(寒露)

-수헌- 2021. 10. 8. 12:01

한로(寒露)는 추분과 상강 사이에 드는데, 공기가 점점 차가워져서 말뜻 그대로 찬이슬이 맺히는 시절이다. 세시명절인 중양절(重陽節: 重九, 9월 9일)과 비슷한 때여서, 한로에는 이렇다 할 행사는 없고, 다만 24절기의 하나로서 지나칠 따름이다. 한로 즈음에는 곡식이 무르익어 들판이 풍요롭고 찬 이슬이 맺혀 기온이 더 내려가기 전에 추수를 끝내야 하므로 농촌은 타작이 한창인 시기이다.

 

送秋 송추     金益精 김익정

가을을 보내며

 

西風吹欲盡 서풍취욕진

가을바람 불어 더위가 다하려는데

白日向何歸 백일향하귀

태양은 어디를 향해 돌아가는가

 

砌下蛩音斷 체하공음단

섬돌 아래 귀뚜라미 소리 끊어지고

天涯雁影稀 천애안영희

하늘가 기러기 그림자도 드물구나

 

山應臨別瘦 산응림별수

산 또한 작별에 임해 여위어지며

葉爲送行飛 엽위송행비

나뭇잎을 날려 보내고 있네

 

來往光陰變 래왕광음변

오고 가는 세월이 변해만 가니

衰翁也獨悲 쇠옹야독비

노쇠한 늙은이 홀로 슬퍼하노라

 

※西風(서풍) : 서쪽에서 부는 바람이라는 뜻이나, 오행(五行)상 서쪽은 가을이므로 전하여 가을바람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김익정(金益精, ?~1436) ; 조선 태조 5년(1396)에 문과 급제하여 大司憲(대사헌), 觀察使(관찰사), 형조참판(刑曹參判) 등을 역임하였다.

 

 

禾熟 화숙    孔平仲 공평중

벼가 익을 무렵

 

百里西風禾黍香 백리서풍화서향

백리 서풍에 곡식 익는 향이 밀려오고

鳴泉落竇穀登場 명천낙두곡등장

소리 내며 샘물 흐르고 곡식이 나오네

老牛粗了耕耘債 노우조료경운채

늙은 소 밭 가는 일을 그나마 마쳤는지

囓草坡頭臥夕陽 설초파두와석양

해 질 무렵 둔덕에 누워 풀 씹고 있네

 

豐年氣象慰人心 풍년기상위인심

풍년 기상이 사람 마음 위로하니

鳥雀啾嘲亦好音 조작추조역호음

참새 지저귀는 소리 아름답게 들리네

玉食兒郞豈知此 옥식아랑기지차

좋은 음식 먹는 아이 이것을 어찌 알리

田家粒粒是黃金 전가립립시황금

시골집 곡식 알알 모두가 황금인 것을

 

孔平仲 (공평중)은 北宋시대 문인으로 字(자)는 義甫(의보)이다.

 

 

이안눌(李安訥)이 가을 저녁 달빛 아래 부르는 노래를 듣고 지었다는 시

 

去年無麥又無禾 거년무맥우무화

작년에는 보리농사 벼농사도 망쳐서

坐憫流氓失撫摩 좌민유맹실무마

떠도는 백성 무마하지 못해 불쌍했는데

秋熟始知盧舍飽 추숙시지노사포

가을에 무르익어 배부름을 알겠으니

月明頻聽路衢歌 월명빈청노구가

밝은 달 아래 길가의 노래 자주 듣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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