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431

중국 시인들의 눈[雪]

夜雪 야설 白居易 백거이 밤에 내리는 눈 已訝衾枕冷 이아금침냉 이부자리 싸늘하여 깜짝 놀라 復見窓戶明 부견창호명 다시 보니 창문이 환하구나 夜深知雪重 야심지설중 깊은 밤 눈 많이 내린걸 알리려고 時聞折竹聲 시문절죽성 때때로 대 꺾이는 소리 들렸구나 *白居易(백거이,772~846) : 당나라 중기를 대표하는 시인. 부패한 사회상을 풍자 비판하고, 서민적이고 쉬운 필치로 문학의 폭을 확대했다. 주요 작품으로 장한가, 비파행, 진중음(秦中吟), 신악부(新樂府), 두릉의 노인 등이 있다 江雪 강설 柳宗元 유종원 강에 내리는 눈 千山鳥飛絶 천산조비절 온 산에 날던 새들 자취 끊기고 萬徑人踪滅 만경인종멸 모든 길엔 사람 자취 사라졌네 孤舟簑笠翁 고주사립옹 외딴 배엔 도롱이에 삿갓 쓴 늙은이 獨釣寒江雪 독조한강설 눈..

雪晴[눈 개인 맑은 날] 外

雪晴 설청 卞季良 변계량 눈 개인 맑은 날 風急雪花飄若絮 풍급설화표야서 강풍 불어오니 눈꽃은 솜처럼 휘날리고 山晴雲葉白於綿 산청운엽백어면 산이 개니 구름 조각 솜보다 더 희구나 箇中莫怪無新句 개중막괴무신구 여기에 새로운 시 없음은 이상하지 않으니 佳興從來未易傳 가흥종내미역전 예부터 좋은 흥은 쉽게 전하지 못한다네 ※변계량(卞季良, 1369~1430) : 조선 전기 수문 전제학, 의정부 참찬, 대제학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거경(巨卿), 호는 춘정(春亭). 雪夜獨坐 설야독좌 金壽恒 김수항 눈 오는 밤 홀로 앉아 破屋凉風入 파옥량풍입 허물어진 집에 찬바람 들어오고 空庭白雪堆 공정백설퇴 빈 마당엔 흰 눈만 쌓이는구나 愁心與燈火 수심여등화 시름 깊은 마음이 등불과 함께 此夜共成灰 차야공성회 이 밤에 모두가 타..

매월당 김시습과 눈[雪]

雪覆蘆花 설복노화 金時習 김시습 눈 덮인 갈대꽃 滿江明月照平沙 만강명월조평사 강에 가득한 밝은 달빛 모래 벌을 비추어 裝點漁村八九家 장점어촌팔구가 어촌마을 여덟아홉 집을 밝혀 꾸미는구나 更有一般淸絶態 갱유일반청절태 맑고 뛰어난 자태 또 하나 있으니 暟暟白雪覆蘆花 개개백설복노화 아름다운 흰 눈이 갈대꽃을 덮었네 雪曉1 설효1 金時習 김시습 눈 내린 새벽 滿庭雪色白暟暟 만정설색백개개 뜰에 가득한 눈빛이 희고 아름답게 비치니 瓊樹銀花次第開 경수은화차제개 옥 나무에 은빛 눈꽃이 차례로 피어나네 向曉推窓頻著眼 향효추창빈저안 새벽 되어 창을 열고 눈을 급히 들어보니 千峰秀處玉崔嵬 천봉수처옥최외 일천 봉우리 솟은 곳에 옥이 높게 쌓였구나 雪曉2 설효2 金時習 김시습 눈 내린 새벽 我似袁安臥雪時 아사원안와설시 눈이 올..

만해 한용운과 눈[雪]

만해 한용운(萬海 韓龍雲, 1879~1944)은 일제강점기 불교계에 혁신적인 사상을 전하고 독립운동에도 앞장섰던 승려이자 민족시인으로 1919년 3·1 운동 때 민족대표 33인의 한 사람으로 참여하였다. 일제에 체포되어 3년형을 받고 수감되었으며, 이후에도 1944년 입적(入寂)할 때까지 1940년 창씨개명 반대운동, 1943년 조선인 학병 출정 반대운동 등을 펴기도 하였다. 1926년 『님의 침묵』이라는 첫 시집을 발간하였고, 시조와 한시를 포함하여 모두 300여 편에 달하는 다양한 작품을 남겼다. 이 시는 옥중에서 쓴 듯하다. 마지막 철창조차 막을 수 없는 종소리는 독립의 희망을 뜻하는 듯하다. 속명(俗名)은 유천(裕天)이고, 법명은 용운(龍雲), 자(字)는 정옥(貞玉), 법호(法號)는 만해(萬海)이..

소설(小雪)과 대설(大雪)

입동(立冬)이 지나고 본격적인 겨울로 접어들면 절기상으로는 소설(小雪)과 대설(大雪)이 찾아온다. 소설과 대설은 겨울철이라 특별한 절일로 여기지도 않고 별다른 민속행사도 없다. 원래 절기는 중국이 발상지인데, 중국 화북 지방에 이 시기에 눈이 많이 와서 붙여진 이름이지 우리나라에서는 특별히 눈이 많이 오는 시기도 아니다. 가을을 노래한 한시는 주로 국화와 술을 주제로 한 시가 많은데, 겨울을 주제로 한 한시는 제목부터가 눈(雪)인 경우가 태반이다. 江天暮雪 강천모설 李仁老 이인로 강 하늘의 저녁 눈 雪意嬌多著水遲 설의교다저수지 눈은 매우 곱고 싶어 물에 닿기 싫어하여 千林遠影已離離 천림원영이리리 온 숲 멀리에 그림자만 얼른거릴 뿐이네 蓑翁未識天將暮 사옹미식천장모 도롱이 걸친 노인은 날 저무는 줄 모르고 ..

입동(立冬) - 겨울의 시작

입동(立冬)은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이다. 특별히 절일(節日)로 여기지는 않지만 우리의 겨울 생활과 상당히 밀접한 관계에 있다. 입동을 기준해서 겨울 동안의 김치를 장만하는 김장을 하고 일상생활에서도 긴 겨울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이 즈음에 단풍도 저물고 낙엽이 떨어지면서 나무들이 헐벗기 시작한다. 재래 역법의 발생지인 중국에서는 이 시기의 초반인 초후(初候)에 물이 비로소 얼고, 중후(中候)에 땅이 처음으로 언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기후가 꼭 이와 같다고는 볼 수 없다. 고려 명종 때의 시인 김극기(金克己)가 田家四時(전가사시)중 겨울에서 겨울철 농가의 생활상을 잘 표현하였다. 田家四時 中 冬 전가사시 중 동 金克己 김극기 농가의 사계절 중에서 겨울 歲事長相續 세사장상속 해마다 할 일..

霜降 상강

상강(霜降)을 앞두고 벌써 때 이른 추위가 찾아와 아직 시월도 중순이 다 지나지 않았는데 한파주의보가 내리고, 산간에는 눈이 오는 등 겨울이 코앞에 다가왔다. 상강(霜降)은 서리가 내린다는 뜻인데 겨울의 시작인 입동을 앞두고 쾌청한 날씨가 계속되어 밤에는 기온이 매우 낮아 서리가 내리는 늦가을의 계절이다. 9월 들어 시작된 추수도 상강 무렵엔 마무리가 된다. 霜降 상강 權文海 권문해 半夜嚴霜遍八紘 반야엄상편팔굉 한밤중 매서운 서리 온 세상을 뒤덮으니 肅然天地一番清 숙연천지일번청 이 천지가 한꺼번에 차가워져 숙연하구나 望中漸覺山容瘦 망중점각산용수 바라보니 산 모습이 여윔을 점차 깨닫고 雲外初驚雁陣横 운외초경안진횡 구름 밖 기러기 떼 가로질러 비로소 놀란다 殘柳溪邊凋病葉 잔류계변조병엽 시냇가 남은 버드나무 ..

重陽節(중국 시인들의 중양절)

이번에는 중국의 유명 시인들이 중양절을 노래한 시 몇 수를 감상해 본다. 중국에서는 重陽節(중양절)에 액운을 막기 위하여 수유(茱萸)를 주머니에 넣거나 머리에 꽂고 높은 산에 올라가[登高] 국화주를 마시는 풍속이 있는데 이는 앞서 소개한 중국 진(晉) 나라 때의 장방(長房)과 환경(桓景)의 고사에서 유래했다 한다. 중국 시인들의 시에는 특히 고향을 떠나 객지 생활을 하면서 높은 산에 올라 고향을 그리워하고 술로 벗을 삼으며 신세를 한탄하는 시가 많이 보인다. 九日齊山登高 구일제산등고 杜牧 ​두목 중양절에 제산에 오르다 江涵秋影雁初飛 강함추영안초비 강물에 가을빛 담기고 기러기 날아오면 與客携壺上翠微 여객휴호상취미 ​손님과 같이 술병 들고 산 중턱에 오른다 塵世難逢開口笑 인세난봉개구소 진세에 크게 웃을 일 ..

重陽節 중양절

음력 9월 9일은 중양절이다, 예부터 이날을 중양절(重陽節), 또는 중구일(重九日)이라 하는데, 중양이란 음양사상에 따라 양수(홀수)가 겹쳤다는 뜻이다. 중구란 숫자 9가 겹쳤다는 뜻으로 설날(1월 1일), 삼짇날(3월 3일) 단오(5월 5일), 칠석(7월 7일)과 함께 명절로 지낸다. 또 중양절에는 국화를 감상하거나 국화잎을 따다가 술을 담그고, 화전을 부쳐 먹기도 했으며, 이밖에 추석 때 햇곡식으로 차례를 지내지 못한 집에서는 이날 차례를 지내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중양절에 높은데 올라가는 풍습이 있는데 이는 옛날 중국 진(晉)나라의 어느 마을에 장방(長房)이란 사람이 환경(桓景)이란 사람을 찾아와 “9월 9일 마을에 큰 재앙이 닥칠 것이니 식구들 모두 산꼭대기로 올라가라”라고 하였다. 환경이 식구들..

한로(寒露)

한로(寒露)는 추분과 상강 사이에 드는데, 공기가 점점 차가워져서 말뜻 그대로 찬이슬이 맺히는 시절이다. 세시명절인 중양절(重陽節: 重九, 9월 9일)과 비슷한 때여서, 한로에는 이렇다 할 행사는 없고, 다만 24절기의 하나로서 지나칠 따름이다. 한로 즈음에는 곡식이 무르익어 들판이 풍요롭고 찬 이슬이 맺혀 기온이 더 내려가기 전에 추수를 끝내야 하므로 농촌은 타작이 한창인 시기이다. 送秋 송추 金益精 김익정 가을을 보내며 西風吹欲盡 서풍취욕진 가을바람 불어 더위가 다하려는데 白日向何歸 백일향하귀 태양은 어디를 향해 돌아가는가 砌下蛩音斷 체하공음단 섬돌 아래 귀뚜라미 소리 끊어지고 天涯雁影稀 천애안영희 하늘가 기러기 그림자도 드물구나 山應臨別瘦 산응림별수 산 또한 작별에 임해 여위어지며 葉爲送行飛 엽위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