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매월당 김시습과 눈[雪]

-수헌- 2021. 11. 28. 15:38

雪覆蘆花 설복노화    金時習 김시습

눈 덮인 갈대꽃

滿江明月照平沙 만강명월조평사

강에 가득한 밝은 달빛 모래 벌을 비추어

裝點漁村八九家 장점어촌팔구가

어촌마을 여덟아홉 집을 밝혀 꾸미는구나

更有一般淸絶態 갱유일반청절태

맑고 뛰어난 자태 또 하나 있으니

暟暟白雪覆蘆花 개개백설복노화

아름다운 흰 눈이 갈대꽃을 덮었네

 

雪曉1 설효1    金時習 김시습

눈 내린 새벽

滿庭雪色白暟暟 만정설색백개개

뜰에 가득한 눈빛이 희고 아름답게 비치니

瓊樹銀花次第開 경수은화차제개

옥 나무에 은빛 눈꽃이 차례로 피어나네

向曉推窓頻著眼 향효추창빈저안

새벽 되어 창을 열고 눈을 급히 들어보니

千峰秀處玉崔嵬 천봉수처옥최외

일천 봉우리 솟은 곳에 옥이 높게 쌓였구나

 

雪曉2 설효2     金時習 김시습

눈 내린 새벽

我似袁安臥雪時 아사원안와설시

눈이 올 때 나는 원안처럼 누워서

小庭慵掃捲簾遲 소정용소권렴지

작은 뜰도 쓸지 않고 발도 늦게 걷는다

晩來風日茅簷暖 만래풍일모첨난

저물녘 해와 바람에 초가 처마가 따뜻해져

閒看前山落粉枝 한간전산락분지

앞산 가지에 떨어지는 가루를 한가히 바라본다

 

袁安(원안): 한(漢) 나라 때 현사(賢士). 낙양(洛陽)에 큰 눈이 내려 한 자 가량이나 쌓여 모두 눈을 쓸고 나와서 먹을 것을 구하러 돌아다니는데, 원안의 집에는 그런 기척이 없었다. 저잣거리를 시찰하던 현령이 원안이 죽은 줄 알고 안으로 들어가 보니, 원안이 죽은 듯이 누워 있었다. 낙양 현령이 원안에게 어찌 나와서 먹을 것을 구하지 않느냐고 묻자, 원안은 “큰 눈이 와서 사람들이 모두 굶주리고 있으니 다른 사람에게 먹을 것을 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하였다. 이에 현령은 원안을 어진 사람이라고 여겨 효렴(孝廉)으로 천거하였다. 〈후한서(後漢書) 원안전(袁安傳)〉

 

雪曉3 설효3     金時習 김시습

눈 내린 새벽

東籬金菊褪寒枝 동리금국퇴한지

동쪽 울타리에 금국도 시들고 가지는 찬데

霜襯千枝个个垂 상친천지개개수

서리 내린 천 가지가 하나하나 드리웠네

想得夜來重壓雪 상득야래중압설

밤새 내린 많은 눈을 두고 생각해봐도

從今不入和陶詩 종금불입화도시

이제는 도연명의 화운 시에 들지 못하겠네

 

동리금국(東籬金菊): 도연명의 시 음주(飮酒) 二十首 중 其五에 “동쪽 울 밑에서 국화꽃을 따다가, 유연히 남산을 바라보노라. [採菊東籬下 悠然見南山]”라는 유명한 구절이 나오는데 여기서 유래하여 시구(詩句)에 국화는 자주 동쪽 울타리와 함께 인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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