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소설(小雪)과 대설(大雪)

-수헌- 2021. 11. 20. 13:23

입동(立冬)이 지나고 본격적인 겨울로 접어들면 절기상으로는 소설(小雪)대설(大雪)이 찾아온다. 소설과 대설은 겨울철이라 특별한 절일로 여기지도 않고 별다른 민속행사도 없다. 원래 절기는 중국이 발상지인데, 중국 화북 지방에 이 시기에 눈이 많이 와서 붙여진 이름이지 우리나라에서는 특별히 눈이 많이 오는 시기도 아니다. 가을을 노래한 한시는 주로 국화와 술을 주제로 한 시가 많은데, 겨울을 주제로 한 한시는 제목부터가 눈(雪)인 경우가 태반이다.

 

 

江天暮雪 강천모설      李仁老 이인로

강 하늘의 저녁 눈

 

雪意嬌多著水遲 설의교다저수지

눈은 매우 곱고 싶어 물에 닿기 싫어하여

千林遠影已離離 천림원영이리리

온 숲 멀리에 그림자만 얼른거릴 뿐이네

蓑翁未識天將暮 사옹미식천장모

도롱이 걸친 노인은 날 저무는 줄 모르고

醉道東風柳絮時 취도동풍유서시

취하여 봄바람에 버들 꽃 날릴 때라 하네

 

*이인로(李仁老, 1152~1120 고려)는 정중부의 난을 피해 승려가 되었다가 환속하여 명종 10년 문과에 급제한 뒤 문극겸의 천거로 한림원에 보직되었다. 동문선과 보한집에 120여 편의 시문이 남아 있다.

 

雪中訪友人不遇 설중방우인불우      李奎報 이규보

눈 속에 벗을 찾았다가 못 만나다

 

雪色白於紙 설색백어지

눈빛이 종이보다 더 희길래

擧鞭書姓字 거편서성자

채찍 들어 내 이름자를 썼네

莫敎風掃地 막교풍소지

바람이 땅을 쓸어 내지 말고

好待主人至 호대주인지

주인 올 때까지 기다려주면 좋겠네

 

*이규보(李奎報, 1168-1241)는 호가 백운거사(白雲居士)이다. 고려조 최고의 명문장가로 그가 지은 시풍은 자유분방하고 웅장하며, 해학이 넘치는 시구로 유명하였다. 시, 술, 거문고를 즐겨 스스로를 삼혹호 선생(三酷好先生)이라 칭하였다. 저서에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백운소설(白雲小說), 작품에 국선생전(麴先生傳) 등이 있다

 

 

山中雪夜 산중설야      李齊賢 이제현

산속 눈 내린 밤

紙被生寒佛燈暗 지피생한불등암

얇은 이불에 한기 돋고 불등은 어두운데

沙彌一夜不鳴鐘 사미일야불명종

사미는 한 밤 내내 종도 울리지 않네

應嗔宿客開門早 응진숙객개문조

나그네 문 일찍 열어 원망스럽겠지만

要看庵前雪壓松 요간암전설압송

암자 앞 눈 덮인 소나무 보려고 하네

 

*이제현(李齊賢, 1287-1367)은 고려의 대 성리학자이며 문필가로 호는 익제(益齋). 백이정의 문하에서 정주학(程朱學)을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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