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鷺歌 次如丘投韻 如丘洞陰敎官¹⁾
백로가 차여구투운 여구동음교관
백로의 노래. 여구가 보낸 운을 차운하다. 여구는 동음의 교관이다.
白鷺白白如雪 백로백백여설
백로의 흰색은 희기가 눈과 같고
白鷺洲在赤壁東 백로주재적벽동
백로의 섬은 적벽의 동쪽에 있지만
<卽指長湍石壁²⁾ 즉지장단석벽
곧 장단의 석벽을 가리킨다.>
飛來不下惡溪水 비래불하악계수
개울 물이 더러우면 날아와 앉지 않고
飢去往啄崑玉虫 기거왕탁곤옥충
배고프면 곤산에 가서 벌레를 쪼는구나
朝飜紫煙入霄漢 조번자연입소한
아침엔 은하의 자줏빛 안개에 날아들고
暮辭靑雲泛方蓬³⁾ 모사청운범방봉
저녁엔 청운에 떠서 방봉으로 물러나네
翩翩鶴鶴人間世 편편학학인간세
인간 세상의 학들은 훨훨 날아서
遠落白雲<山名>靑溪中 원락백운<산명>청계중
멀리 백운산의 청계에 내려앉네
<出白雲澮鷺州 출백운회로주
백운산 개천의 노주에 나타난다.>
靑溪水綠沙皎銀 청계수녹사교은
청계의 물은 푸르고 모래는 달빛 받아 흰데
路絶不來求魚童 노절불래구어동
길이 끊어져 고기 잡는 아이가 오지 못하네
松關居士<洞名>啓郊扉 송관거사<동명>계교비
송관거사<골짝 이름이다>가 성 밖 사립문 여니
衣敝敗荷冠天公⁴⁾ 의폐패하관천공
의복은 헤어지고 하관과 천공은 부셔졌네
<天公 冠名 卽簦笠 役忘所焉 천공 관명 즉등립 역망소언
천공은 관의 이름으로 대나무 삿갓이니 할 일을 잊은 것이다.>
見我來揖我前 견아내읍아전
나를 보고 와서 내 앞에서 읍을 하더니
擧手揚言飛碧空 거수양언비벽공
손을 드니 푸른 하늘 날아 오른다 하네
空明滄島練輝中⁵⁾⁶⁾ 공명창도련휘중
넓고 깨끗한 창도에서 수련하던 가운데
狀若玉樓排鴻蒙⁷⁾ 상약옥루배홍몽
모습이 옥루에서 홍몽을 밀쳐내듯 하네
天成鬼守地藏之⁸⁾ 천성귀수지장지
지장의 것을 하늘이 이루고 귀신이 지키니
帝可盧兮神可宮⁹⁾ 제가노혜신가궁
신은 궁전에 제왕은 초가에 살 수 있구나
帝愛晴波羣 제애청파군
천제도 모여드는 맑은 물결을 좋아하여
授受雙溪漁父翁 수수쌍계어부옹
늙은 어부와 쌍계에서 주고 받네
廣張三萬六千之大鈞¹⁰⁾ 광장삼만육천지대균
삼만 육천 날을 천지의 조화를 널리 펼치니
坐忘三萬六千之春風 좌망삼만육천지춘풍
삼만 육천 날의 춘풍을 앉아서 잊게 되네
來不嫌去不猜 내불혐거불시
와도 싫어하지 않고 가도 원망하지 않으니
笑殺蠻觸爭相攻¹¹⁾ 소살만촉쟁상공
서로 싸우는 만씨와 촉씨마저 웃어넘기네
孰云浩蕩不可馴 숙운호탕불가순
누가 말하기를 호탕하여 길들일 수 없으니
翁與鷺與心天同 옹여로여심천동
늙은이와 해오라기는 하늘의 마음과 같구나
靜裏乾坤自如如¹²⁾ 정리건곤자여여
고요한 가운데 하늘과 땅이 절로 여여롭고
頭上日月莫匆匆 두상일월막총총
머리 위의 해와 달마저도 바쁘지를 않구나
東山峽束會橫川 동산협속회횡천
동산협에서 합쳐 만나는 횡천이
<山峽名 川水名 산협명 천수명
산골짜기의 이름이고 냇물의 이름이다>
屈曲盤回西塞邊 굴곡반회서새변
서새의 가장자리로 굽이굽이 돌아 흐르고
<西塞 砂名 서새 사명
서새는 모래밭의 이름이다>
淸風灑落明月樓 청풍쇄락명월루
청풍과 명월의 누각이 산뜻하고 깨끗하여
<淸風明月 竝峭壁名 청풍명월 병초벽명
청풍명월은 나란히 있는 가파른 절벽 이름이다.>
慌聞彩鳳鳴高桐 황문채봉명고동
높은 오동나무에서 우는 봉황 소리 얼핏 들리네
蒼厓鐵立削神斧 창애철립삭신부
신의 도끼로 푸른 절벽을 쇠기둥처럼 깎아 세워
奇形異貌非人工 기형이모비인공
그 모습이 기이하여 사람 솜씨가 아닌 듯하고
琅玕瑤草長紫莖¹³⁾ 낭간요초장자경
낭간과 요초는 붉은 줄기가 길게 자랐네
岸上況有靑林楓 안상황유청임풍
더군다나 언덕 위 푸른 숲의 단풍나무는
飛仙西望出雲臺 비선서망출운대
서쪽에서 비선 바라보며 구름 위에 솟았고
叢石犖确珠玲瓏 총석락학주영롱
밝은 자갈돌 무더기가 구슬처럼 영롱하네
<飛仙 島名 洲東 비선 도명 주동
비선은 섬 이름인데 모래톱의 동쪽이다>
萬歲橋娛老淵松 만세교오노연송
만세교에서 못 가의 늙은 소나무를 즐기면서
磧沙潬飛素虹 적사단비소홍
모래사장의 자갈 모래에 흰 무지개가 뜨니
光碧瓊華炅炅相照灼 광벽경화경경상조작
푸른 빛의 옥색이 서로 비추며 밝게 빛나네
瑤宮金闕難爲功¹⁴⁾ 요궁금궐난위공
요궁과 금궐에서도 공적을 이루기 어려우니
洞陰仙如丘子¹⁵⁾ 동음선여구자
동음의 신선이 부구자를 따라야 하겠네
採眞直望佳氣忽 채진직망가기홀
진경을 찾아 바로 보니 홀연 기운이 맑아져
緣溪偶人桃花源¹⁶⁾ 연계우인도화원
시내를 따라가다 도화원에서 사람을 만나서
罄折曲匑如張弓 경절곡궁여장궁
활을 당긴 것처럼 공경하게 허리를 굽혔네
芝童錯遌藥犬吠¹⁷⁾ 지동착악약견폐
지동이 섞어놓은 약을 찾은 개가 짖어대고
累累行吟松桂叢 누누행음송계총
송계 숲을 노래하며 누누이 돌아 다니네
沐蘭湯浴芳華 목란탕욕방화
고운 꽃 피면 난초로 머리 감고 목욕하고
業風吹生靈雨濛¹⁸⁾ 업풍취생령우몽
업풍 불고 가랑비 내려 영혼을 소생시키네
相隨白鷺作雙鳥 상수백로작쌍조
백로와 봉황이 짝을 이뤄 서로 따르면서
日夜飛嗚呼號 일야비오호호
밤낮으로 날면서 서로 부르며 울어대니
天地爲之聾 천지위지롱
천지가 모두 귀머거리가 되어 버리고
蜂釀醽醑勺鸕鷀¹⁹⁾ 봉양령서작로자
벌이 담근 좋은 술을 노자작으로 마시네
醉來奉碎煙雲蓯 취래봉쇄연운총
취하여 오니 무성한 안개구름이 부숴지고
仙道有數不可久 선도유수불가구
선도가 빼어나도 오래 가지 않는구나
會合有窮情不窮 회합유궁정불궁
회합은 끝이 있어도 정은 끝이 없으니
三秋思隔十洲天²⁰⁾ 삼추사격십주천
십주의 하늘에 떨어져서 삼년을 생각하네
雙眼碧落于塵紅 쌍안벽락우진홍
하늘에서 홍진 세상에 반가운 눈길 보내고
長歌激烈付赤心 장가격렬부적심
장가를 격렬히 불러 참된 마음을 보내네
<長歌 卽送詩 장가 즉송시
장가는 곧 보낸 시이다.>
劍蓮拂雪他山礱 검련불설타산롱
저 산에 갈아놓은 눈을 검련으로 털어내고
頭風頓已牙類氷 두풍돈이아유빙
바람에 머리 숙이니 어금니가 얼어붙네
羽毛逈脫烏兔籠²¹⁾ 우모형탈오토롱
날갯짓으로 세월의 굴레에서 멀리 벗어나
劉安八公昔同登²²⁾ 유안팔공석동등
예전 유안과 팔공처럼 함께 하늘에 올랐네
願共盧敖驂鴛鴻²³⁾ 원공노오참원홍
조정에서 노오와 함께 곁마 타기를 원하여
三疊琴心橫玉笛²⁴⁾ 삼첩금심횡옥적
도가의 수련을 통해 옥피리를 불었네
取醉淸都酒 취취청도주
청도의 술을 마시고 취하여
下瞰人寰謝▣▣²⁵⁾ 하감인환사▣▣
▣▣를 떠나서 인간 세상을 내려다보네
※洞陰敎官(동음교관)¹⁾ : 동음(洞陰)은 지금의 경기도 포천지방이고, 교관(敎官)은 성균관이나 향교의 직책 중 하나이다.
※長湍(장단)²⁾ : 경기도 장단군. 6.25 전쟁 이후 거의 전지역이 민간인 출입 통제선에 걸쳐 있게 되어 사실상 행정구역의 기능을 상실하고 분단된 행정구역으로 현재는 남북 모두 인근 행정구역으로 통폐합되어 실질 행정구역상 장단군은 남아 있지 않다. 명승지로 임진강 변 고랑포리의 장단석벽(長湍石壁)이 유명하다.
※方蓬(방봉)³⁾ : 전설 속 신선이 산다고 하는 방장산(方丈山)과 봉래산(蓬萊山)을 말한다.
※荷冠(하관)⁴⁾ : 비를 막으려고 연잎으로 만든 고깔을 말한다.
※空明(공명)⁵⁾ : 도교 용어로 넓고 깨끗함을 말한다
※滄島(창도)⁶⁾ : 큰 바다에 있는 섬. 창주(滄州). 신선이 사는 곳.
※鴻蒙(홍몽)⁷⁾ : 천지개벽 이전의 혼돈상태.
※天成鬼守地藏之(천성귀수지장지)⁸⁾ :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지장보살의 영역을 하늘의 힘과 귀신들의 수호를 받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帝可盧兮神可宮(제가로혜신가궁)⁹⁾ : 제왕이 초가집에 살 수 있다는 것은 겸손과 소박함을, 신이 궁전에 살 수 있다는 것은 신의 초월적 특성을 나타낸다. 이는 세속적 권력과 초월적 존재 사이의 관계, 그리고 겸손과 위엄의 조화를 표현하고 있다.
※大鈞(대균)¹⁰⁾ : 천지 하늘 조화를 말한다. 균(鈞)은 옹기를 만들 때 쓰는 녹로(轆轤)인데, 녹로로써 도자기가 만들어지는 것과 같이 음양이 만물을 생성하고 조화하기 때문에 일컫는 말이다.
※蠻觸爭相攻(만촉쟁상공)¹¹⁾ : 만촉지쟁(蠻觸之爭)에서 인용한 말로 달팽이의 오른쪽 뿔에 있는 만씨와 왼쪽 뿔에 있는 촉씨가 서로 싸움. 사소한 일로 서로 싸우는 일
※如如(여여)¹²⁾ : 불가(佛家)의 용어로 ‘변함이 없는 마음’, ‘속되지 않은 마음’이란 뜻이다. ‘물건의 본연 그대로의 모습’이라는 뜻으로 변화하는 세계의 변화하지 않는 존재 그대로의 진실한 모습을 일컫는다.
※琅玕(낭간)¹³⁾ : 낭간(琅玕)은 경옥(硬玉)의 한 가지인데, 봉황(鳳凰)이 쪼아 먹는다는 죽실(竹實) 혹은 경실(瓊實)을 말한다.
※瑤宮金闕(요궁금궐)¹⁴⁾ : 요궁(瑤宮)은 전설 속의 옥을 다듬어서 만들었다는 신선들이 사는 궁전이고, 금궐(金闕)도 달 속에 신선이 산다는 궁궐이다.
※丘子(구자)¹⁵⁾ : 고대 전설 속의 선인(仙人) 부구자(浮丘子)를 말한다. 주(周)나라 영왕(靈王)의 태자인 왕자 진(王子晉, 王子喬라고도 한다.)이 생황을 잘 불었는데, 도사 부구자(浮丘子)를 따라 숭산(嵩山)에 올라가서 신선술을 배워 신선이 되었으며, 30년 뒤에 백학을 타고 구지산(緱氏山) 위에 내려와서 피리를 불며 며칠을 머물고서 떠났다고 한다.
※緣溪偶人桃花源(연계우인도화원)¹⁶⁾ : 도연명(陶淵明)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서 한 어부가 시내를 따라가다 무릉도원(武陵桃源) 입구에 도달한 고사를 말한다.
※芝童錯遌藥犬吠(지동착악약견폐)¹⁷⁾ : 한(漢)나라 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이 선도(仙道)를 이루어 온 가족을 이끌고 승천(昇天)할 때, 그 집의 닭과 개도 그릇에 남아 있던 단약(丹藥)을 핥아먹고 하늘에 올라가서, 개는 천상에서 짖고 닭은 구름 속에서 울었다[犬吠于天上 鷄鳴于雲中]는 전설이 있다. 곧 개와 닭 같은 짐승도 신선이 될 수 있다는 해학적 표현이다. 지동(芝童)은 신선이 부리는 아이[仙童]이라는 의미이다.
※業風(업풍)¹⁸⁾ : 업풍(業風)은 중생이 삼계(三界)를 윤회하는 바탕이 되는 업식(業識)의 바람이라는 뜻이다. 선악(善惡)의 업(業)이 마치 바람처럼 사람으로 하여금 삼생(三生)을 떠돌면서 윤회하게 한다는 뜻의 불교 용어이다.
※鸕鶿(노자)¹⁹⁾ : 술그릇 이름으로 노자작(鸕鶿杓)라고 한다. 당(唐) 나라 이백(李白)의 〈양양가(襄陽歌)〉에 ‘노자표여 앵무배여, 백년 삼만 육천일에, 하루에 삼백 배씩 기울여야지. [鸕鶿杓鸚鵡杯 百年三萬六千日 一日須傾三百杯]’ 한 데서 온 말이다.
※十洲(십주)²⁰⁾ : 신선들이 산다는 바닷속의 열 군데 선경(仙境)을 말한다.
※烏兔(오토)²¹⁾ : 해 속의 삼족오와 달 속의 토끼라는 의미로 해와 달을 의미한다. 전하여 세월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劉安八公昔同登(유안팔공석동등)²²⁾ : 서한(西漢) 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의 문객(門客) 8인이 신선이 된 뒤에 유안을 인도하여 백일 승천(白日昇天)케 하였다는 전설이 있다.
※盧敖(노오)²³⁾ : 노오는 진 시황(秦始皇) 때 사람으로, 진 시황이 그를 박사(博士)로 삼고 신선을 찾게 하였는데, 신선을 찾으러 갔다가 도망쳐서 노산(盧山)에 은거하다가 뒤에 신선이 되었다고 한다.
※三疊琴心橫玉笛(삼첩금심횡옥적)²⁴⁾ : 삼첩금심(三疊琴心)은 도가(道家)의 수련 용어로 기(氣)를 화(和)하게 하여 축적(蓄積)하는 것을 뜻한다. 횡옥적(橫玉笛)은 앞의 주 구자(丘子)에서 왕자교(王子喬)가 신선이 되어 옥피리를 불었다는 고사에서 유래하여, 신선이 되었다는 의미이다.
【下瞰人寰謝▣▣(하감인환사▣▣)²⁵⁾ : ▣▣는 원문에서 판독이 어렵고 그 의미도 알 수 없어 ▣▣로 처리하였다.】
'『完譯』蓬萊詩集(완역 봉래시집)-楊士彦 > 長短句(장단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美人曲 (미인곡) (0) | 2025.01.29 |
---|---|
上城主求白鵞 (상성주구백아) (0) | 2025.01.29 |
詠白鷺 并序 (영백로 병서) (0) | 2025.01.29 |
競渡怨 (경도원) (0) | 2025.01.28 |
牛女詞 (우녀사) 外 (0) | 2025.0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