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城主求白鵞 民始學語 酷好是鳥 求諸人 竟莫能致 幸謁琴軒 忽見池上羣鵝 欣然協望 走成詩以乞
상성주구백아 민시학어 혹호시조 구제인 경막능치 행알금헌 홀견지상군아 흔연협망 주성시이걸
성주에게 올릴 흰 거위를 구하니 말 배우기 시작하는 백성까지 이 새를 매우 좋아하였다. 여러 사람에게 구하였으나 끝내 구하지 못하였다. 다행히 금헌을 만났을 때 홀연 못 위에 거위무리가 보였다. 기꺼이 원하던 바여서 급히 시를 지어 얻었다.
羲之好白鵞 희지호백아
왕희지는 흰 거위를 좋아하여
掃寫黃經五千言 소사황경오천언
황정경 오천 자를 베껴 썼다는데
我亦愛此鳥 아역애차조
나 역시 이 새를 좋아하여서
愛重不復比璵璘 애중부부비여린
애중함이 옥빛과도 다시 비할 수 없네
貧無雙璧書不成 빈무쌍벽서불성
짝이 없는 좋은 글을 쓰지 못했더라면
山陰將奈白鵝何 산음장나백아하
산음의 흰 거위는 장차 어찌 되었을까
黃山二十四洞天 황산이십사동천
황산의 스물네 곳의 동천에는
卅二蓮峯開赤赮 삽이연봉개적하
서른두 봉우리에 걸쳐 붉은 노을 펼쳤고
中有萬鵞羣 중유만아군
그 가운데 수많은 거위의 무리가 있으니
雲羞雪恥爭玉潔 운수설치쟁옥결
눈과 구름도 깨끗함을 다투어 부끄럽네
我欲往執樊籠來 아욕왕집번농래
내가 가서 새장에 넣어서 가지고 싶어도
翠壁丹厓路超忽 취벽단애로초홀
취벽과 단애에 막힌 길이 아득히 멀구나
風流太守守花山 풍류태수수화산
풍류를 아는 태수가 다스리는 화산에서
還有池邊六七雙 환유지변육칠쌍
돌아보니 못 부근에 예닐곱 쌍이 있으니
耿介逖聞陶令風 경개적문도령풍
도연명의 강직한 풍모가 멀리서 들리고
擬看白鷴臥北窓 의간백한와북창
흰 꿩이 북쪽 창에 엎드린 듯이 보이네
爲減玉羽能輟贈 위감옥우능철증
옥빛 깃털을 뽑고 줄 수 있다고 하니
敢辭一詩煩胡公 감사일시번호공
번거롭게 감히 시 한 수로 호공에 청했네
亂放綠竹猗猗叢 난방녹죽의의총
아름답고 푸른 대숲에 자유로이 풀어놓고
翫之日夜長相從 완지일야장상종
밤낮으로 오랫동안 서로 어울려 즐기노라
※掃寫黃經五千言(소사황경오천언) : 거위를 매우 좋아하는 왕희지(王羲之)가 어느 날 연안에 하얀 거위 한 떼를 보았다. 왕희지는 부근에 있는 도사를 찾아가 그 거위들을 팔 수 있겠느냐고 물었더니, 도사는 ‘우군(右軍) 대인께서 필요하시다면, 저를 위하여 도가에서 양생과 수련에 쓰는 책 황정경(黃庭經) 한 부를 써 주십시오.’라고 하자, 왕희지는 기꺼이 도사가 제기한 조건을 받아들여 황정경을 써 주고 거위와 바꾸었다는 고사가 있다.
※山陰(산음) : 왕희지가 황정경을 써주고 도사로부터 거위를 얻어온 곳이 산음(山陰)이다.
※花山(화산) : 안동의 옛 지명이다.
※陶令(도령) : 팽택 영(彭澤令)을 지내다가 80여 일 만에 벼슬을 버리고 돌아온 도연명을 의미한다.
※臥北窓(와북창) : 은거하여 혼자 즐기는 사람을 말한다. 도잠(陶潛)의 여자엄등소(與子儼等疏)에 ‘오뉴월 중에 북창 아래에 누워 있으면 서늘한 바람이 잠깐 스치면 내가 희황(羲皇) 시대의 사람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五六月中 北窓下臥 遇凉風暫至 自謂是羲皇上人〕’라는 말이 나온다.
※爲減玉羽能輟贈(위감옥우능철증) 敢辭一詩煩胡公(감사일시번호공) : 호공(胡公)은 황산(黃山) 부자봉(夫子峰) 밑에 살던 사람으로 이름이 휘(暉)라고 하는데, 흰 꿩[白鷴] 한 쌍을 키우고 있었다. 이백(李白)이 이 꿩을 갖고 싶어 하니, 호공이 시 한 수를 지어달라 하여 지어주니 ‘호공이 줄 수 있다 하였다. [胡公能輟贈]’는 일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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