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完譯』蓬萊詩集(완역 봉래시집)-楊士彦/長短句(장단구)

詠白鷺 并序 (영백로 병서)

-수헌- 2025. 1. 29. 21:51

詠白鷺 并序   영백로 병서  

백로를 노래하며 서문도 함께 쓰다.

余自小少 甚愛鷗鷺 行遇江河陂澤 必駐馬吟玩 久然后去 孝悌人孫世光 籠致鷺一雙惠 適所願 喜過同好 走成一詩 時用自笑

여자소소 심애구로 행우강하피택 필주마음완 구연후거 효제인손세광 농치로일쌍혜 적소원 희과동호 주성일시 시용자소

나는 젊어서부터 갈매기와 백로를 매우 좋아했다. 여행하다가 강이나 늪을 만나면 반드시 말을 세우고 오래도록 읊고 즐긴 연후에 갔다. 효제인 손세광이 새장에 백로 한 쌍을 구해 주었다. 마침 내가 바라는 바였으니 매우 기쁘고 좋아서 급히 시 한 수를 지어 스스로 웃는 자료로 삼았다.

 

白如玉白鷺白 백여옥백로백

백로의 흰빛은 백옥처럼 희지만

白玉雖白不飛發 백옥수백불비발

백옥은 비록 희어도 날지를 못하네

白如雪白鷺白 백여설백로백

백로의 흰빛은 눈처럼 희지만

白雪雖白有彫歇 백설수백유조헐

백설은 비록 희어도 녹고 마르네

丹丘紫鳳詎不貴 단구자봉거불귀

단구의 붉은 봉황 어찌 귀하지 않을까만

閬風曾城阻雲路 낭풍증성조운로

낭풍의 증성은 구름에 길 막혔네

扶桑黃鵠最矯矯 부상황곡최교교

부상의 황곡이 가장 고결하다지만

泛泛萬里時反顧 범범만리시반고

만 리를 날다가도 때때로 뒤돌아보네

生成江海傍澤藪 생성강해방택수

강과 바다에 살고 늪 가에 자라면서

淤泥汨沒無緇磷 어니골몰무치린

진흙에 빠졌어도 검게 물들지 않았네

秋風獨振皎皎衣 추풍독진교교의

가을바람에 홀로 흰옷을 떨치고

皓若日烏飛青春 호약일오비청춘

푸른 봄에 날 때는 희기가 해와 같네

相親相近莫吾猜 상친상근막오시

서로 가까이 친하여 시기하지 말고

五湖魚蝦烟雨中 오호어하연우중

오호의 고기 먹고 안개 빗속에 살다가

霜辰氷至歲云徂 상진빙지세운조

세월 가서 서리 오고 얼음 얼면

啄實棲我青竹叢 탁실서아청죽총

우리 대숲에 깃들어 살며 열매 쪼아 드시게

 

※孝悌人(효제인) : 효제(孝悌)는 부모에 대한 효도와 형제에 대한 우애를 아우르는 말이다.

※丹丘(단구) : 전설상 선인이 산다는 곳. 밤과 낮이 없이 항상 밝기만 하다고 한다.

※閬風曾城(낭풍증성) : 낭풍(閬風)은 곤륜산(崑崙山)에 있는 산 이름, 역시 신선이 사는 곳이라고 한다. 증성(曾城) 역시 신선이 사는 곳이라고 한다.

※扶桑(부상) : 중국의 전설에서, 동쪽 바다의 해가 뜨는 곳에 있다는 신성한 나무. 또는 그 나무가 있는 곳. 해가 돋는 동쪽 바다를 빗대어 이르는 말로도 쓰인다.

※黃鵠(황곡) : 신선이 타고 다닌다는 큰 새.

※日烏(일오) : 태양의 별칭. 해 속에 세 발 달린 까마귀[三足烏]가 있다는 데서 유래된 말.

※五湖(오호) : 중국의 강남에 있는 호수, 여기서는 늪이나 호수를 이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