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대사(四溟大師)가 일본에 머무는 동안 많은 일본인에게 가르침을 전하였는데 그중 도쿠가와 이에야쓰(德川家康)의 장자(長子)”도 선학(禪學)에 뜻이 있어 불도를 열심히 구하여 사명대사에게 번거롭게 물으니 그 진리를 한 절귀로 깨우쳐 주기도 하였다. 평소에 사명대사의 이름을 높이 듣고 있었던 이에야쓰도 사명대사를 대함에 경복하게 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이번에는 사명대사가 지은 시 중에서, 일본인들에게 불도를 깨우쳐주는 시, 찬(贊)을 구하거나 말을 청한 자들에게 지어준 시, 고승들에게 지어준 시들을 구별하여 몇 회에 나눠 상고하고자 한다.
불도를 가르쳐 준 시(詩)
家康長子有意禪學求語再勤 仍示之
가강장자유의선학구어재근 잉시지
이에야스의 장자는 선학에 뜻이 있어 부지런히 불도를 구하므로 지어주다.
一太空間無盡藏 일태공간무진장
일태 공 간은 다함이 없고
寂知無臭又無聲 적지무취우무성
공적영지(寂知)는 냄새도 소리도 없도다
只今聽說何煩問 지금청설하번문
지금 말을 듣고 어찌 번거롭게 묻는가
雲在青天水在瓶 운재청천수재병
구름은 청천에 있고 물은 병 속에 있느니라
※ 이에야쓰의 장자는 노부야스(信康)인데 1579년에 죽었으므로 여기에 장자라 하는 것은 이에야스의 2남인 히데야쓰(秀康)이다. 히데야쓰는 이때 나이 32세인데 선학의 진리를 알려고 부지런히 와서 물었으므로 이 시를 써 준 것이라 한다.
※적지(寂知) :공적영지(空寂靈知), "공적(空寂)"은 텅 비어서 고요한 상태를 묘사한 말로서,
우주의 본체인 동시에 인간의 본성을 말한다. "영지(靈知)"는 문자 그대로 신령스러운 지혜광명을 표현한 말로서, 공적이 되면 영지가 나오고, 영지가 나오면 광명이 발생한다고 한다.
仙巢與數倭僧說稱秀吉好殺人 聞見畏之家康好不殺人 皆服之 且秀賴存亡 未可知矣 聞而以一絶示之
선소여수왜승설칭수길호살인 문견외지가강호불살인 개복지 차수뢰존망 미가지의 문이이일절시지
선소(仙巢)와 몇몇 왜승의 말이 “히데요시는 사람 죽이기를 좋아하니 듣는 사람이 두려워하고, 이에야스는 사람 죽이는 것을 좋아하지 아니하니 모두 복종하고, 히데요리(秀賴)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지 못한다 “ 하기에 한 절귀를 써 주다
殺人之父殺人兄 살인지부살인형
남의 아비 죽이고 남의 형을 죽이면
人亦還應殺爾兄 인역환응살이형
남도 또한 너의 형을 죽이리라
何乃不思反乎爾 하내불사반호이
어찌 네게 돌아올 줄 생각하지 않고
殺人之父殺人兄 살인지부살인형
남의 아비 남의 형을 죽일 것인가
有一倭僧求語 유일왜승구어
한 왜승이 말을 청하므로 써 준 시
棒喝交馳格外旨 봉할교치격외지
봉할(棒喝)을 번갈아 치는 격외의 뜻은
纔隨語會昧神機 재수어회매신기
겨우 말만 따라 알려고 하면 신기(神機)에 어두어진다.
瞥然回首知端的 별연회수지단적
언뜻 머리 돌이키면 분명히 알 것이니
獨把龍泉定是非 독파룡천정시비
홀로 용천검(龍泉劍)을 가지고 시비를 정하라
※ 봉할(棒喝) :선승(禪僧)이 경책(警策)으로 때려 대갈(大喝)하여 깨우침으로 인도하는 일
無位眞人没形段 무위진인몰형단
무위진인(無位眞人)은 형상이 없어도
尋常出入面門行 심상출입면문행
언제나 면문(面門:얼굴)으로 출입하도다
倘能一念回機了 당능일념회기료
아마도 한 생각에 기(機)를 돌이킬 수 있다면
踏斷電光流水聲 답단전광류수성
번갯불과 흐르는 물소리도 밟아 끊으리
※무위 진인(無位眞人) : 도를 닦는 마음이 뛰어나서 지위를 달 수 없을 만큼의 경지에 오른 참된 인간. 모든 미혹함과 깨달음을 초월한 인간의 궁극적인 진실을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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