四溟大師의 충절과 詩

四溟大師-일본으로 가다(일본 각지를 유람하며2)

-수헌- 2020. 6. 28. 15:16

일본에 건너 간 사명대사(四溟大師)는 유람을 핑계로 일본 곳곳을 정탐하였다. 이때 지은 시를 보면 어떤 때는 바닷가를 지나가며 큰 바다 거센 물결에 배를 타기도 하고, 어떤 때는 골짜기나 들판을 쇠 지팡이를 짚으며 지나고, 시내를 건너고 또 건너고 산을 넘고 넘어 산봉우리에도 올라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때의 사명대사의 행적에 대한 공식 기록은 찾아 볼 수 없고 오직 대사의 시에 의해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상야수 죽림원의 벽에 글을 쓴 것이 3월 그믐이라는 것은 봄을 마지막 보내는 날이라 한 것으로 알 수 있다. 다음의 시는 시기적으로나 내용상으로나 사명대사가 후시미성(伏見城)에서 도쿠가와(德川家康)와의 회담을 끝낸 후 조금 여유로움 속에서 지은 시인 듯하다.

 

題上野守竹林院壁上

제상야수죽림원벽상

상야수의 죽림원 벽 위에 쓰자

 

旅游滄海未歸人 려유창해미귀인

창해에 떠돌며 돌아가지 못한 사람이

徙倚高亭望北宸 사의고정망북신

높은 정자 거닐며 북신(임금 계신 곳)을 바라본다

青草滿塘佳節過 청초만당가절과

푸른 풀 못에 가득한 좋은 계절 지나서

桃花零落殿殘春 도화령락전잔춘

복숭아 꽃 떨어지는 늦은 봄을 보낸다

 

竹院茶煙翠 죽원다연취

죽원(竹院)에는 차 끓이는 연기 푸르고

晴花三月時 청화삼월시

갠 날씨에 꽃이 피니 삼월이로구나

江湖浮暖氣 강호부난기

강과 호수에 따뜻한 기운 떠오르고

楊柳弄青絲 양류롱청사

버들은 푸른빛 가지가 흥겹구나

遠嶽波中畫 원악파중화

먼 산은 물 가운데 그림이요

斜風袖裏吹 사풍수리취

스치는 바람이 소매 속에 불어오네.

同游心不盡 동유심부진

이번 유람에 마음을 다하지 못하니

重結上方期 중결상방기

상방에서 다시 만날 기약하도다

 

洞裏春晴唯鳥啼 동리춘청유조제

골짜기에 봄이 오니 새들만 지저귀는데

碧雲微逕亂峯西 벽운미경란봉서

푸른 구름이 봉우리 서쪽으로 어렵게 넘어가네

一僧何處携金策 일승하처휴금책

한 중이 쇠 지팡이 짚고 가는 곳에

渡一溪橋又一溪 도일계교우일계

시내 다리 하나 건너면 또 한 시내가 있네.

 

孤舟行李指山城 고주행리지산성

외로운 배로 나그네가 산성으로 가는데

鲲海鯨波渺去程 곤해경파묘거정

큰 바다 거센 물결 갈 길이 아득하네

獨倚月明無別意 독의월명무별의

홀로 달밤에 섰으니 다른 생각 없고

五千里外北歸情 오천리외북귀정

오천리 밖 북으로 돌아가고픈 심정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