四溟大師의 충절과 詩

四溟大師-일본으로 가다(일본 각지를 유람하며)

-수헌- 2020. 6. 23. 18:00

사명대사(四溟大師)교오또(京都) 본법사(本法寺)를 떠나 낭고성(浪古城; 나고야)도요토미히데요시(豊臣秀吉)의 결진처(結陣處)로 향한 것은 정월 12일 이후이다. 매화(梅花)가 떨어질 무렵인 2월에 다시 본법사에 왔다가 다시 에도(江戶)로 가서도쿠가와(德川家康)와 회담을 한 것 같으며, 도쿠가와와의 회담을 마치고 조선으로 돌아올 때도 본법사에 들렀던 것 같다. 그러나 사명대사가 대마도를 떠나 왜도로 온 게 섣달그믐께고 조선으로 돌아온 것이 5월 말이니 그동안 일본 각지에 가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많았을 것이나 공식 기록은 남아 있지 않아 아쉬울 뿐이다.

 

回舟浪古城過平秀吉結陣處

회주낭고성과평수길결진처

낭고성으로 배를 돌려 평수길의 결진처를 지나다

 

玄黄宇宙極洪荒 현황우주극홍황

천지 우주는 한없이 넓고 거칠어도

萬古興亡更杳茫 만고흥망경묘망

예로부터 홍망이 바뀌어진 적은 없네

虞夏商周漢唐宋 우하상주한당송

우·하·상·주·한·당·송나라도

浮雲流水太悤忙 부운류수태총망

뜬 구름 유수처럼 모두 잠깐 지나갔네

聖狂易得分邪路 성광역득분사로

성인과 광인의 잘못은 분별하기 쉬워도

臧丕難齊履大方 장비난제리대방

두텁고 크게 사방을 다스리기는 어렵구나

誰料奚奴動天下 수료해노동천하

저놈(奚奴)이 천하를 흔들 줄 누가 알았으리

世間翻覆絶思量 세간번복절사량

세상일을 번복함은 생각도 할 수 없구나

 

浪古城邊逢立春 랑고성변봉입춘

낭고성 근처에서 입춘을 맞이하니

碧波千里客愁新 벽파천리객수신

푸른 바다 천리객 시름도 새롭구나

片帆又向赤關遠 편범우향적관원

조각배로 또 나아가니 적관은 멀어지고

回首三韓杳北宸 회수삼한묘북신

삼한으로 머리 돌리니 북신(北宸)은 아득하네

 

登高四望 등고사망

높은 데에 올라 사방을 바라보다

 

高臺獨上倚滄茫 고대독상의창망

높은 대에 홀로 올라 창망에 의지하여

廻出青冥壓大荒 회출청명압대황

푸른 하늘 돌아 나와 먼 나라를 눌렀도다

西北風回雲靄散 서북풍회운애산

서북풍 불어와 운애가 흩어지니

更無妖翳隔清光 경무요예격청광

요망하게 맑은 빛 가리는 일 다시없으리

※大荒(대황); 중국(中國)에서 매우 멀리 떨어진 곳  또는 지극히 먼 곳

 

遠游懷抱獨登臺 원유회포독등대

멀리 와서 시름 안고 홀로 대에 오르니

天海相連鳥去來 천해상련조거래

하늘 바다 맞닿은 곳에 새들만 오가네

西日漸低空宇冷 서일점저공우랭

서쪽으로 해 기우니 하늘은 찬데

笑看鯨浪玉山頹 소간경랑옥산퇴

옥산이 무너질듯한 거센 물결 웃으며 본다

玉山頹(옥산퇴); 술에 취해서 몸을 가누지 못하는 모습을 미화한 것이다.

삼국 시대 죽림칠현(竹林七賢)의 한 사람인 ()나라 혜강(嵇康)은 체격 좋고 풍채가 뛰어났는데, 그에 대해서 친구인 산도(山濤)평소에는 오연(傲然)한 모습이 마치 소나무가 홀로 서 있는 것과 같은데, 술에 취하기만 하면 한쪽으로 몸이 기울어지는 것이 마치 옥산이 무너지려는 것과 같다.巖巖若孤松之獨立 其醉也 傀俄若玉山之將崩라고 평한 고사가 전한다. 世說新語 容止

사명대사가 거센물결鯨浪옥산퇴(玉山頹)로 표현한 것은 회담을 잘 마친 후 일본이 재침(再侵) 하지 못하리라는 믿음과 여유로움의 표현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