四溟大師의 충절과 詩

四溟大師-일본으로 가다(일본정탐을 마치며1)

-수헌- 2020. 7. 23. 10:30

우국충정이 넘쳐흐르는 사명대사(四溟大師)는 일본 탐적을 마치고 조선으로 돌아올 때까지 우리 조정에 연락도 하지 못하고 당연히 우리 조정의 소식도 알지 못하였다. 도쿠가와(德川家康)와의 회담은 잘 마쳤으나 돌아오기 전 같이 올 3천 여명 동포들의 귀환 준비도 해야 하고, 일본 생활을 마무리 하면서도 빨리 돌아갈 마음만 간절하여 가끔 고국 하늘을 바라보며 읊은 시가 많았다. 다음의 시는 돌아올 시일이 임박해진 무렵에 읊은 시들로써 사명대사의 심정을 잘 나타내고 있다.

 

夜懷 야회

밤회포

鐘磬寥寥閉竹房 종경요요폐죽방

죽방(竹房) 닫히고 풍경소리 쓸쓸한데

玉爐燒盡水沈香 옥로소진수침향

옥로의 수침향(水沈香)도 다 타들어 가는구나

夜深無月西廊靜 야심무월서랑정

달 없는 깊은 밤 서랑(西廊)은 고요한데

夢斷滄波歸路長 몽단창파귀로장

꿈 깨니 창파에 돌아갈 길이 멀구나

 

蓬萊仙洞衆香城 봉래선동중향성

봉래산 중향성의 신선 골짜기에

千朶芙蓉玉萬重 천타부용옥만중

부용이 천 떨기요 옥이 만 겹이라

長在夢中何日到 장재몽중하일도

어느 날 돌아갈까 항상 꿈꾸는데

春來依舊對群凶 춘래의구대군흉

봄이 와도 여전히 흉한 무리를 대하네

 

홀로 앉아 돌아갈 길 생각하며

 

爲客經年益苦吟 위객경년익고음

나그네 해 넘기니 시 읊기도 괴로워

五臺頻憶閉東林 오대빈억폐동림

오대산 동림 닫고 있던 일 자주 생각한다

青松丈室有歸計 청송장실유귀계

푸른 솔 방장실(方丈室)에 돌아가고 싶은데

碧落暮雲生遠心 벽락모운생원심

푸른 하늘 저무는 구름 아득한 생각이 든다

蕙帳焚香山欲瞑 혜장분향산욕명

혜초장막(蕙帳幕)에 향 사르니 산도 잠이 들고

鶴聲回夢月初沈 학성회몽월초침

학 소리에 꿈을 깨니 비로소 달이 지네

仍思祝聖千秋事 잉사축성천추사

성수(聖壽)를 천추(千秋)에 빌던 일 생각하니

雨過浣河春水深 우과완하춘수심

완하(浣河)에 비가 내려 봄비의 물이 깊구나

 

夜雨朝來作 斷頭語寫懷 야우조래작 단두어사회

밤비가 아침까지 오므로 두서없는 말로 회포를 쓰다

 

夜雨蠻城春水生 야우만성춘수생

만성(蠻城)의 밤비에 봄물이 불었는데

朝來頓覺陽候暖 조래돈각양후난

아침엔 벌써 따뜻한 기운이 드는구나

陪頭楊柳欲鵝黃 배두양류욕아황

언덕 위 버들가지 아황색으로 변해가니

却憶漢山花開滿 각억한산화개만

문득 생각하니 한산엔 꽃이 만발했으리라

洛中相識別經年 락중상식별경년

서울에 아는 벗 이별한 지 해를 넘기니

夢裏空驚音信斷 몽리공경음신단

꿈속에서도 소식 끊겨 공연히 놀라는구나

良辰頻向客中過 량진빈향객중과

좋은 시절을 자주 객지에서 보내니

白髮孤懷多患懣 백발고회다환만

백발에 근심도 많고 외로운 생각 드는구나

焚香終日苦思歸 분향종일고사귀

종일토록 향 사르고 돌아갈 생각만 몹시 하니

宿鳥栖林人亦稀 숙조서림인역희

수풀에 깃든 새도 잠들고 사람도 드물구나

計程想到楊州路 계정상도양주로

길을 헤아려보니 양주에 이를 때쯤 되면

應見黃梅雨濕衣 응견황매우습의

아마도 황매우가 옷을 적시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