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奉和畸翁喜雨 (봉화기옹희우) - 張維 (장유)

-수헌- 2023. 6. 2. 14:34

奉和畸翁喜雨 是日芒種   봉화기옹희우 시일망종      張維 장유  

기옹의 희우시에 받들어 화답하다. 이날은 망종이었다.

 

一雨期芒種 일우기망종

망종에 비가 한 번 오시려는지

空池曉滴懸 공지효적현

새벽 빈 못에 물방울이 맺혔네

雲陰渾已合 운음혼이합

하늘에는 이미 먹구름 모여들고

風信早相傳 풍신조상전

바람이 벌써 비 소식 전해 오네

禱久慙無驗 도구참무험

오랜 기도 효험 없어 부끄러운데

詩成喜欲顚 시성희욕전

희우시 짓게 되니 무척 기쁘구나

不妨留上客 불방류상객

거리낌 없이 상객으로 머물면서

滿意寫佳篇 만의사가편

좋은 시편 쓰니 마음에 드는구나

 

※畸翁(기옹) : 조선시대 기옹집, 기옹만필 등을 저술한 학자 정홍명(鄭弘溟,1582~1650). 자는 자용(子容), 호는 기암(畸庵) 또는 삼치(三癡)이며, 우의정을 지낸 송강(松江) 정철(鄭澈)의 아들이다.

 

 

悶旱 민한     張維 장유

가뭄 걱정

 

滌滌山川仰赫曦 척척산천앙혁희

붉게 타는 햇볕에 산천이 씻어낸 듯하니

農夫輟耒只嗟咨 농부철뢰지차자

농부들은 쟁기 내던지고 한숨만 쉬는구나

朝廷豈乏爲霖雨 조정기핍위림우

조정에 임우를 내릴 이가 어찌 없을까만

雲漢何人解賦詩 운한하인해부시

시경의 운한을 이해할 사람 누가 있을까

潭底老龍難自保 담저로룡난자보

못 속의 용도 스스로를 지키기 어려운데

轍中枯鮒有誰悲 철중고부유수비

바퀴자국의 붕어는 누가 있어 슬퍼하랴

峽雲江霧渾無賴 협운강무혼무뢰

골짜기 구름과 강 안개는 도움 되지 않고

奈此凄風盡日吹 내차처풍진일취

어찌 서늘한 바람만 온종일 불어오는가

 

※滌滌山川(척척산천) : 시경(詩經) 대아(大雅)에 ‘가뭄이 이미 너무도 심한지라. 산천을 씻어내는 듯하다. [旱旣大甚 滌滌山川]’에서 온 말로 너무 가물어서 초목도 마르고 냇물도 말라 대지가 씻은 듯 황폐함을 말한다.

 

※霖雨(임우) : 오래 내리는 비, 장맛비라는 뜻이나 적절한 때 내리는 ‘時雨(시우)’, 또는 단비인 ‘甘雨(감우)’를 의미한다. 또 임금을 도와 세상을 구제하고 백성을 안정시킬 인재를 말하기도 한다. 서경(書經) 열명(說命)에 상(商) 나라 고종(高宗)이 재상 부열(傅說)에게 ‘큰 가뭄이 들면 내가 그대를 단비로 삼으리라. [若歲大旱 用汝作霖雨]’라고 하였다.

 

※雲漢(운한) : 시경(詩經) 대아(大雅)의 편명으로, 주(周) 나라 대부(大夫) 잉숙(仍叔)이 가뭄을 당해 노심초사하는 주 선왕(周宣王)을 찬미하여 지은 시이다. 운한(雲漢)은 원래 은하수(銀河水)라는 뜻이나 은하수가 밝게 빛나면 날씨가 맑아 비가 오지 않는다고 한다.

 

※轍中枯鮒(철중고부) : 학철고어(涸轍枯魚)의 고사를 인용한 말로 곤경에 처한 상황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장자(莊子) 외물(外物)에 수레바퀴로 패인 야트막한 웅덩이의 물고기가 도움을 청하다 못해 ‘건어물 가게에서 나를 찾는 것이 좋을 것이다. [曾不如早索我於枯魚之肆]’라고 한탄한 고사에서 나온 것이다.

 

 

喜雨用悶旱韻   희우용민한운    張維 장유  

비가 온 기쁨을 가뭄 걱정 시의 운을 사용하다

 

誰潑玄雲蔽赤曦 수발현운폐적희

검은 구름으로 해를 가리고 비를 뿌리니

上天應念下民咨 상천응념하민자

백성들의 탄식소리 하늘이 들어주셨네

明時剩得豐年慶 명시잉득풍년경

풍년의 경사가 밝은 시대에 넘칠 테니

悶旱翻成喜雨詩 민한번성희우시

가뭄 걱정이 도리어 희우시로 바뀌었네

野外漸看枯麥潤 야외점간고맥윤

말라 가던 보리가 점점 윤택해 보이고

陌頭無復老農悲 맥두무부로농비

논두렁에서 농부의 시름이 사라졌구나

高軒徙倚微凉入 고헌사의미량입

서늘함이 배어드는 높은 마루에 기대니

任逐斜風拂面吹 임축사풍불면취

비껴 부는 바람이 얼굴을 스쳐 떨치네

 

*장유(張維,1587~1638) : 조선시대 좌부빈객, 예조판서, 이조판서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지국(持國), 호는 계곡(谿谷) 묵소(默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