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欲雨不雨 作何哉嘆 (욕우불우 작하재탄) - 李穡 (이색)

-수헌- 2023. 6. 1. 17:31

망종(芒種)은 24 절기 중 아홉 번째로 양력으로 6월 상순에 들게 된다. 망종(芒種)의 망(芒)은 까끄라기가 있는 벼 보리 등을 말하고, 종(種)은 곡식의 종자를 뿌려야 할 적당한 시기라는 뜻이니 보리 베기와 모내기에 알맞은 때이다. 요즘은 오전에 콤바인으로 보리 베고, 오후에 트랙터로 갈아 물 대고, 다음날 이앙기로 모를 심을 수 있지만, 옛날에는 이 시기에 비가 적기에 오지 않으면 농사에 엄청 고생을 하였다. 비가 너무 일찍 오면 보리타작을 못하여 걱정이요, 늦게까지 비가 오지 않으면 모를 심지 못하니 낭패였다. 그래서 망종(芒種) 시기의 한시(漢詩)는 비를 기다리는 마음과 비의 고마움을 노래한 시가 많다.

 

欲雨不雨 作何哉嘆 욕우불우 작하재탄     李穡 이색  

비가 내릴 듯하면서도 내리지 않기에 하재탄(何哉嘆)을 지었다.

 

君王慕湯牲 군왕모탕생

군왕은 탕왕의 희생을 사모하고

宰相思說霖 재상사열림

재상은 부열의 단비를 생각하며

願天降豐年 원천강풍년

하늘이 풍년 내리기를 기원하니

上下同一心 상하동일심

위아래가 한마음으로 똑같구나

 

心之所感如有通 심지소감여유통

느끼는 마음이 통하는 바가 있었던지

雲氣日日成濃陰 운기일일성농음

구름이 일어 날마다 짙게 드리우더니

雨師亦復試其手 우사역부시기수

우사도 다시 그 솜씨를 시험해 보려고

時將點滴來相侵 시장점적래상침

가끔씩 한두 방울만 떨어뜨려 주는구나

我初便疑卷海底 아초편의권해저

나는 처음엔 바닷물이라도 말아 올려서

瀉向太虛森如林 사향태허삼여림

하늘에서 수풀처럼 빽빽이 쏟아부어서

沃我焦萌與敗葉 옥아초맹여패엽

마른 싹과 시든 잎을 촉촉이 적셔주면

受用遠過皐陶金 수용원과고요금

고요의 가을보다 훨씬 많이 수확하리라

忽然相離不相合 홀연상리불상합

그런데 홀연히 서로 흩어져 모이지 않고

又不棄去如相尋 우불기거여상심

다시 서로 찾듯이 버리고 갈 수가 없네

今日瞻天稍缺望 금일첨천초결망

오늘 하늘 바라보니 너무도 실망스럽게

一碧萬里天沈沈 일벽만리천침침

만리 하늘이 하나같이 푸르기만 하구나

何哉何哉復何哉 하재하재부하재

무엇 때문인지 도대체 무슨 이유인지

時不可失須及今 시불가실수급금

지금 비가 와야지 때 놓치면 안 되는데

屈指芒種餘數日 굴지망종여수일

손 곱아 보니 망종이 겨우 며칠 남았네

誰知牧老焦胸襟 수지목로초흉금

목은 노인의 애타는 마음을 누가 알까

天工用意不可測 천공용의불가측

하늘이 하는 일 뜻을 헤아릴 수가 없어

我見自短空悲吟 아견자단공비음

식견이 짧은 나는 그저 슬프게 읊는구나

 

※君王慕湯牲(군왕모탕생) : 상(商) 나라의 탕왕(湯王)이 큰 가뭄을 만나 5년 동안 수확을 하지 못하여, 상림(桑林)에서 자신의 몸을 희생 대신으로 바쳐 하늘에 기도를 드리자, 큰비가 내렸다는 기록이 전한다.

 

※宰相思說霖(재상사열림) : 열(說)은 은나라 때의 재상 부열(傅說)을 말한다. 은 고종(殷高宗)이 부열(傅說)에게 큰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霖雨]처럼 국가를 운영해 달라고 부탁한 고사가 있다.

 

※雨師(우사) : 중국 신화에서 비를 관장하는 신.

 

※受用遠過皐陶金(수용원과고요금) : 고요(皐陶)는 고대 중국 삼황오제 시기 전설상의 법관이다. 하우(夏禹, 우임금)를 도와서 동으로는 장강(長江), 북으로는 제수(濟水), 서로는 황하(黃河), 남쪽은 회수(淮水)를 경계로 사방 물길[水路]을 다스려 백성들이 편안히 거주하며 온갖 곡식을 잘 경작할 수 있게 하였다. 금(金)은 오행(五行) 상으로 가을을 의미하니 고요(皐陶)가 기여한 가을의 수확보다 많은 수확을 얻는 의미로 해석된다.

 

※牧老(목로) : 호가 목은(牧隱)인 이색(李穡) 자신을 말한다.

 

※天工(천공) : 하늘이 하는 일, 하늘의 조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