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落梅後又用前韻(낙매후우용전운) - 金訢 (김흔)

-수헌- 2023. 2. 21. 16:45

落梅後又用前韻 四首 낙매후우용전운 사수     金訢 김흔 

매화 진 뒤 또 앞의 운을 사용하여 4수

 

春事還隨畵角殘 춘사환수화각잔

봄날은 다시 뿔피리 소리를 따라 저물어가니

攀條不覺屢盤桓 반조불각루반환

가지 잡고 몇 번을 서성이는지 깨닫지 못하네

北枝容有餘芳在 북지용유여방재

북쪽 가지에는 모습과 향기가 남아 있어

爲報吟人洗眼看 위보음인세안간

시인에게 알리기 위해 눈을 씻고 바라본다

 

抵死淸香尙不衰 저사청향상불쇠

시들어도 맑은 향기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飄零猶守舊心期 표령유수구심기

떨어지며 나부껴도 옛 마음 지킬 기약하네

瘦於飯顆相逢日 수어반과상봉일

여위기는 반과산에서 서로 만날 때와 같고

淸似西山獨餓時 청사서산독아시

맑기는 서산에서 혼자 굶주릴 때와 같구나

 

落蘂催人鬢自殘 낙예최인빈자잔

떨어지는 꽃술이 귀밑머리 쇠길 재촉하니

杖藜搔頭爲盤桓 장려소두위반환

지팡이 짚고 머리 긁으며 서성이고 있네

一年芳信無多子 일년방신무다자

일 년 내내 꽃 소식은 그리 많지 않으니

火急相邀秉燭看 화급상요병촉간

화급하게 서로 불러 촛불 들고 구경하세

 

惆愴瓊姿乃爾衰 추창경자내이쇠

옥 같은 너의 자태가 이렇게 시들어 슬프니

可堪一別隔年期 가감일별격년기

한번 지면 일 년 넘는 기간을 견뎌야 하네

玉堂幸有和羹手 옥당행유화갱수

다행히 옥당에 국 맛 잘 맞추는 사람 있어

佇見枝頭着子時 저견지두착자시

가지 끝에 열매 맺는 때를 우두커니 바라보네

 

※瘦於飯顆相逢日(수어반과상봉일) : 반과산(飯顆山)은 중국 장안(長安)에 있는 산인데, 이백(李白)이 반과산에서 두보(杜甫)를 만나 지어준 시에, ‘반과산 위에서 두보를 만나니 머리에는 삿갓을 썼는데 해는 한낮이었다. 전에 이별한 뒤 너무 여위었기에 물었더니 모두가 시 짓는 괴로움 때문이라 한다. [飯顆山頭達社甫 頭戴若笠日卓年 借問別來太庾生 總爲從作詩若]’ 는 구절에서 인용하였다.

 

※玉堂幸有和羹手(옥당행유화갱수) : 예전에는 신 매화나무 열매[梅實]를 조미료로 썼기에 국 맛 잘 맞추는 사람으로 표현한 듯하다.

 

*김흔(金訢,1448~1492) : 조선 초기의 문신. 자는 군절(君節) 호는 안락당(顔樂堂). 성균관전적(成均館典籍) 병조좌랑 홍문관교리를 지냈으며, 점필재(佔畢齋)의 문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