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玉堂賞梅 (옥당상매) - 金訢 (김흔)

-수헌- 2023. 2. 6. 15:18

玉堂賞梅 次佔畢齋韻八首    옥당상매차점필재운팔수    金訢   김흔  

옥당에서 매화를 감상하며 점필재의 운을 차운하다. 8수

 

疎影橫斜夜向殘 소영횡사야향잔

밤이 다 해 비스듬히 기운 성근 그림자가

孤高唯共月盤桓 고고유공월반환

오직 달과 함께 서성이니 자태가 고고하네

巡簷索笑人如玉 순첨색소인여옥

처마 끝을 돌아 옥처럼 핀 꽃을 찾아서

相對成三冷談看 상대성삼냉담간

마주하고 맑게 얘기하며 보니 셋이 되었네

 

弄晩幽姿看未衰 농만유자간미쇠

저녁을 희롱하는 고운 자태 보아도 시들지 않고

東風難浼雪襟期 동풍난매설금기

봄바람도 마음속 회포를 눈처럼 녹이지 못하네

臘前春後誰能擇 납전춘후수능택

섣달 전과 봄 지난 뒤를 누가 가릴 수 있으랴만

正好色春如許時 정호색춘여허시

진정 풍광 좋은 봄날은 바로 이 때로구나

 

三嗅臨風香未殘 삼후임풍향미잔

바람 불어도 세 번 맡은 향기는 사라지지 않고

參橫月落獨盤桓 참횡월락독반환

참성이 기울고 달이 넘어가도 홀로 서성거리네

直將命僕桃和李 직장명복도화이

복숭아꽃 자두 꽃은 종처럼 부리고자 하니

莫作春花一樣看 막작춘화일양간

봄꽃이라고 다 같은 모양으로 보지 말게나

 

氷蘗騷人鬢欲衰 빙벽소인빈욕쇠

빙벽을 먹는 시인들의 귀밑털이 쇠하려 하나

惟應疎淡愜心期 유응소담협심기

오직 성글고 담백함이 마음을 상쾌하게 하리

從敎桃李成蹊徑 종교도리성혜경

비록 복숭아 오얏나무 아래 지름길이 생겨도

質素寧嫵不入時 질소녕무불입시

소박하고 편안함이 때에 맞지 않아 불만이네

 

玉色輕明照夜殘 옥색경명조야잔

옥색처럼 가볍고 밝은 빛이 저문 밤을 비추어

行吟醉𪖗且盤桓 행음취전차반환

걸으며 읊고 취하여 냄새 맡으며 또 서성인다

風流自是今何遜 풍류자시금하손

풍류는 하손으로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

直作凌風却月看 직작능풍각월간

곧 바람을 업신여겨 물리치고 달을 바라보네

 

山澤風標詎肯衰 산택풍표거긍쇠

산과 못의 겉모습이 어찌 쇠잔해질까만

淸癯要是歲寒期 청구요시세한기

만일 추운 날씨라면 맑게 파리해지겠네

托根玉署飜嫵晩 탁근옥서번무만

옥당에 뿌리내려 뒤늦게 고운 빛 넘치니

應位馮郞晧首時 응위풍랑호수시

응당 머리 흴 때의 풍랑의 품위와 같으리

<暗說佔畢齋(암설점필재) : 넌지시 점필재를 말한 것이다>

 

羌笛凄凉曲未殘 강적처량곡미잔

오랑캐의 처량한 피리소리는 그치지 않아

夜深三弄似聞桓 야심삼롱사문환

깊은 밤 환이의 피리소리 세 번 듣는 듯

明年更發知誰在 명년갱발지수재

명년에 다시 필 때 그 누가 남아있을까

更挽疏枝好細看 갱만소지호세간

성근 가지 다시 당겨 자세히 보고 싶구나

 

氷葩正盛恐將衰 빙파정성공장쇠

얼음 같은 꽃이 만발하여 시들까 두려우니

携酒來看莫後期 휴주래간막후기

술 가져와 바라보며 뒷날을 기약하지 않네

自是玉堂淸到骨 자시옥당청도골

당연히 옥당의 맑은 기운 뼛속까지 스미고

絶勝踏雪探春時 절승답설탐춘시

눈 밟으며 봄 찾는 때의 경치가 뛰어나네

 

※盤桓(반환) : 머뭇거리며 그 자리를 멀리 떠나지 못하고 서성이는 일.

※參星(참성) : 이십팔 수의 스물한 번째 별자리의 별들.

※氷蘗(빙벽) : 얼음물을 마시고 황벽(黃蘗)을 먹는다는 뜻으로,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청렴결백한 지조를 지키는 것을 말한다. 백거이(白居易)의 ‘삼 년 세월 동안 자사로 있으면서, 얼음물을 마시고 황벽을 먹었노라.〔三年爲刺史 飮氷復食蘗〕’라는 시구에서 유래한 것이다.

※騷人(소인) : 시인과 문사.

※何遜(하손) : 하손(何遜)은 남북조(南北朝) 시대 양(梁) 나라 때의 시인으로 특히 매화를 좋아하였다. 하손이 양주에서 근무할 때 날마다 관사에 핀 매화 아래에서 시를 읊었다고 한다. 이때 영조매(咏早梅), 양주법조매화성개(揚州法曹梅花盛開)라는 유명한 시를 지었는데 후대에 동각관매(東閣官梅), 관매시흥(官梅詩興) 등의 전고로 널리 쓰였다 한다. 그 후 낙양으로 돌아갔다가 매화가 그리워 다시 양주로 발령받아 갔을 때 매화가 한창 피어 종일 그 밑에서 서성거렸다 한다. 두보(杜甫)도 이 고사를 인용하여 ‘동각의 관매에서 시흥이 일어나니 마치 양주에 있던 하손과 같구나. [東閣官梅動詩興 還如何遜在揚州]’라는 시를 지었다.

※風標(풍표) :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사람의 모양새.

※要是(요시) : 만약 ~ 라면, 만약 ~ 하면.

※夜深三弄似聞桓(야심삼롱사문환) : 桓(환)은 진(晉) 나라 사람 환이(桓伊)를 말하는데 피리 잘 불기로 유명하였다. 그가 작곡한 '낙매화곡(落梅花曲)'이 유명했다. 이백(李白)은 ‘황학루 위에 올라 옥피리를 불자, 5월인데도 강성에서 매화꽃이 떨어지네 [黃鶴樓上吹玉笛, 江城五月落梅花]’라 노래하여 매화가 다 떨어진 5월에 피리소리를 듣고 환이의 낙매화곡을 떠올렸다 한다. 하루는 왕휘지(王徽之)가 냇가에 배를 대고 있는데 환이가 수레를 타고 언덕 위를 지나가자 왕휘지가 사람을 보내 피리 연주를 청했다. 환이는 두말없이 수레에서 내려 세 곡을 연주하고 말없이 그 자리를 떠났다는 환이삼롱(桓伊三弄)의 고사가 있다. 당시 환이는 꽤 높은 지위에 있었고, 왕휘지는 재야의 인사에 불과했으며 두 사람은 초면식도 없었다 한다.

 

*김흔(金訢,1448~1492) : 조선 초기의 문신. 자는 군절(君節) 호는 안락당(顔樂堂). 성균관전적(成均館典籍) 병조좌랑 홍문관교리를 지냈으며, 점필재(佔畢齋)의 문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