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雨水(우수)

-수헌- 2023. 2. 17. 16:34

天官粘飯 천관점반      李穡 이색

천관이 찰밥을 보내오다.

 

雨水寅今半 우수인금반

우수인 오늘이 인월의 절반인데

天官子未遷 천관자미천

천관인 아들은 아직 옮기지 않았네

鍮盂封尙煖 유우봉상난

유기 사발에 담겨져 아직 따뜻하고

秫飯嚼生涎 출반작생연

찰밥을 씹으니 입에 침이 생겨나네

禮食隨時節 예식수시절

예식은 절기에 맞추어 따라야 하니

鄕風重歲年 향풍중세년

시골 풍속에는 나이를 중히 여기네

雙親幸無恙 쌍친행무양

두 어버이 다행히 근심 없이 지내니

爾輩愼周旋 이배신주선

너희들은 행동거지를 조심해야 하리

 

※雨水寅今半(우수인금반) : 인월(寅月)은 음력 정월을 가리키고, 절반은 15일인 대보름을 의미한다. 우수가 마침 정월 대보름에 들었기 때문인 듯하다.

※天官子未遷(천관자미천) : 천관(天官)은 육조 중에 으뜸이라는 뜻으로 이조(吏曹) 또는 이조 판서를 말한다. 목은(牧隱)의 아들이 이때 이부(吏部)의 관직에 그대로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표현한 듯하다.

※禮食(예식) : 임금이 신하에게 음식을 내리는 일종의 예우(禮遇)를 말한다.

※爾輩愼周旋(이배신주선) : 주선(周旋)은 주위를 돌아다니다는 뜻이니 매사에 행동을 삼가고 조심하라는 당부의 말이다.

 

*이색(李穡,1328~1396) : 고려후기 대사성, 정당문학, 판삼사사 등을 역임한 관리. 문신, 학자. 자는 영숙(穎叔), 호는 목은(牧隱).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 야은(冶隱) 길재(吉再)와 함께 고려(高麗) 삼은(三隱)의 한 사람이며, 가정(稼亭) 이곡(李穀)의 아들이다.

 

 

春日卽事 춘일즉사      鄭斗卿 정두경

봄날에 즉흥적으로 읊다

 

二月雨水桃始華 이월우수도시화

이월에 비가 내려서 복사꽃 막 피어나니

長安春色正堪誇 장안춘색정감과

장안의 봄빛이 정말 자랑할 만하구나

雨來却喜能濡物 우래각희능유물

비가 와서 만물을 적시는 게 기쁘지만

桃嫩飜愁更落花 도눈번수경락화

고운 복사꽃 떨어지니 시름에 겹구나

景物關心須縱酒 경물관심수종주

경물에 마음 두고 마음껏 술 마시다가

乾坤高枕卽爲家 건곤고침즉위가

베개 높이 베니 천지가 곧 집이구나

三萬六千還一日 삼만륙천환일일

삼만 육천 날이 도리어 하루와 같으니

玉壺長對送生涯 옥호장대송생애

길이 술병 마주하고 생애를 보내리라

 

※二月雨水桃始華(이월우수도시화) : 대부분의 시 해석에서 이월 우수를 우수절기로 해석하고 있는데, 이는 맞지 않다. 우수는 반드시 정월에만 드는 절기이며, 만약 정월에 들지 않으면 전 달인 섣달을 윤달로 하여 정월에 윤달이 들게해야 되는데 [無中置閏法], 이런 경우는 있을 수가 없다. 또한 우수 절기는 복사꽃도 필 시기가 아니니 이월에 내리는 비로 해석함이 맞다.

※景物(경물) :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경치. 여기서는 봄철의 좋은 경치로 이해된다.

 

*정두경(鄭斗卿,1597~1673) : 조선 후기 동명집을 저술한 문인. 학자. 자는 군평(君平), 호는 동명(東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