歸田漫賦 귀전만부 張維 장유
以爲農山澗曲 臥病海雲邊爲韻 이위농산간곡 와병해운변위운
시골로 돌아와 감흥에 겨워 지은 시. 위 농 산 간 곡 와 병 해 운 변으로 운을 삼다.
丈夫有詘信 장부유굴신
대장부 생애에 굴곡이 있으니
不遇無不爲 불우무불위
불우하게 되면 못 할 일 없네
沮溺與龐公 저닉여방공
장저 걸닉과 더불어 방덕공은
避世皆我師 피세개아사
모두 은거해 사는 내 스승이네
譴廢久家食 견폐구가식
견책으로 집에 오래 갇혀 살면
十口恒啼飢 십구항제기
많은 식구들 항상 굶주리겠네
歸田不可緩 귀전불가완
귀향길을 늦출 수가 없으니
須趁耕耘時 수진경운시
빨리 가서 때맞춰 밭 갈아야지
舊業海山間 구업해산간
산과 바다 사이에 물려받은 구업은
瘠土歲多凶 척토세다흉
토질도 척박하고 해마다 흉년 들어
終年勤四體 종년근사체
일 년 내내 부지런히 농사 지어도
未足還租庸 미족환조용
세금 바치기에도 충분하지 않구나
荒堰久不治 황언구불치
황폐한 방죽도 오래 수리하지 못해
苦被濤頭衝 고피도두충
바다 물결이 들이닥치니 괴롭구나
學稼術未精 학가술미정
미숙한 농사 기술을 배우기 위하여
便欲師老農 편욕사로농
나이 많은 농부에게 배우고 싶구나
下田多近海 하전다근해
낮은 지대 농토는 바닷가에 인접하고
高田多在山 고전다재산
높은 지대 농토는 산 위에 있는데
今年苦春旱 금년고춘한
금년에는 봄 가뭄이 아주 극심하여
耕種皆頗艱 경종개파간
밭 갈고 씨 뿌리기가 매우 힘들었네
朝出課僮僕 조출과동복
아침에 나가서 머슴에게 일을 시키고
日暮聊獨還 일모료독환
날이 저물면 혼자서 즐겁게 돌아오니
食力良已勞 식력양이로
내 힘만으로도 잘 먹고살 수 있으니
但喜無厚顔 단희무후안
낯 두꺼울 일 없는 게 마냥 기쁘구나
種稻苦無水 종도고무수
볍씨 뿌리려니 물이 없어 괴로워
鑿渠引山澗 착거인산간
도랑을 파서 산골 물을 끌어왔네
澗淺水易涸 간천수이학
산골 물이 얕아 쉬이 말라버리니
農夫最所患 농부최소환
농부들의 걱정 중에 가장 크구나
饑歲食糠籺 기세식강흘
흉년 든 해에는 싸라기 밥을 먹고
短褌不至骭 단곤부지한
짧은 잠방이는 정강이도 못 덮네
四民農最苦 사민농최고
사민 중에 농민이 가장 고달프니
不如學巧宦 불여학교환
기교를 배워서 벼슬함만 못하구나
耕田南山側 경전남산측
남쪽 산 모퉁이에 밭을 일구고
結廬北山曲 결여북산곡
북쪽 산굽이에 오두막을 엮어서
朝出到壠上 조출도롱상
아침에는 밭이랑에 나가 일하고
暮歸理書策 모귀이서책
저녁에 돌아와 책을 뒤적거리네
旁人笑我勤 방인소아근
주위 사람들 나를 두고 비웃어도
我自以爲樂 아자이위락
나 스스로 즐기려고 하는 일이네
始知請學稼 시지청학가
이제야 알겠네 농사일 배우는 게
猶勝問干祿 유승문간록
관직 찾기보다 오히려 나은 것을
煌煌靑瑣闥 황황청쇄달
휘황찬란한 대궐의 문을
賤迹昔曾涴 천적석증완
예전에 미천한 내가 드나들었지
踰分果招災 유분과초재
분수에 지나치면 재앙을 부르니
廢絀職此坐 폐출직차좌
이 벼슬자리에서 폐출되었구나
明農聖亦云 명농성역운
성인도 농사를 밝힌다 하셨으니
在我計非左 재아계비좌
나에게도 잘못된 계책이 아니네
力作纔足養 역작재족양
힘껏 일해 먹고 살 만큼만 되면
閉戶長高臥 폐호장고와
문 닫고 높이 길게 누워 지내리
人心如日月 인심여일월
사람의 마음은 해와 달과 같아서
本來皆淸淨 본래개청정
본래는 모두가 맑고 깨끗하지만
利欲多蔽晦 이욕다폐회
이익과 욕심에 가리고 어두워져
紛紛事趨競 분분사추경
어지러운 일에 다투어 치달리네
農夫雖作苦 농부수작고
농부의 일이 비록 고달프다지만
却不枉天性 각불왕천성
그래도 천성은 사특하지 않으니
君看脅肩子 군간협견자
어깨 옹크려 아첨하는 이를 보라
夏畦未爲病 하휴미위병
여름철 농사일이 고될 게 없네
權利互傾奪 권리호경탈
권세와 이권은 서로 뺏으려 다투고
富貴足吝悔 부귀족린회
부귀는 지나치게 인색하여 후회하네
鹿門傲諸侯 녹문오제후
녹문은 여러 임금에게 오만하였지만
遺後無危殆 유후무위태
후손에게 위태로움을 끼치지 않았네
我有數頃田 아유수경전
나에게는 몇 이랑의 밭이 있으니
力耕可無餒 역경가무뇌
열심히 일하면 굶주리진 않으리라
爲農以沒世 위농이몰세
평생 죽을 때까지 농사를 지을 텐데
何必浮于海 하필부우해
뗏목 타고 바다로 나갈 필요 있을까
今朝天欲雨 금조천욕우
오늘 아침엔 비가 올 것 같아서
起視西北雲 기시서북운
일어나 서북쪽 구름을 바라보네
田家悶久旱 전가민구한
농가에선 오랜 가뭄이 안타까워
瞻卬徒自勤 첨앙도자근
모두 근심하며 하늘만 쳐다보네
汚邪已生塵 오사이생진
낮은 밭에도 벌써 먼지가 이니
況復原與墳 황부원여분
하물며 들판과 언덕은 어떠할까
閟澤瘁下民 비택췌하민
못이 말라 백성들이 고달프기에
欲訴天肯聞 욕소천긍문
하소연하려 하나 하늘이 들어줄까
作官欲行道 작관욕행도
관리가 되어서 도를 행하려 하다가
失意因歸田 실의인귀전
뜻을 잃어버리고 시골에 내려왔네
始計良已謬 시계양이류
처음의 계책은 이미 잘못되었지만
晚途聊自全 만도료자전
늦게나마 절로 온전하게 되었구나
勤勞畎畝間 근로견무간
밭이랑 사이에서 부지런히 일하고
游戱桑麻邊 유희상마변
뽕밭 삼밭 부근에서 즐기면서 노니
豈敢求贏餘 기감구영여
어찌 감히 풍족함을 구하려 할까
願給粥與饘 원급죽여전
죽이라도 넉넉하게 먹기를 바라네
※沮溺與龐公(저닉여방공) : 저닉(沮溺)은 춘추말기 초(楚) 나라의 은사(隱士)인 장저(長沮)와 걸닉(桀溺)을 말하고, 방덕공(龐德公)은 한(後漢)의 은자(隱者)로 한 번도 도회지에 발을 들여놓지 않고 처자를 데리고 녹문산(鹿門山)에 들어가 약초를 캐며 살다 생을 마쳤다. 모두 벼슬과 명예에는 관심 없이 은거(隱居)하며 농사를 짓고 살았다.
※廢錮(폐고) : 종신토록 관리가 될 수 없음.
※舊業(구업) : 오래전부터 모은 재산. 여기서는 예부터 물려받은 농토를 의미한 듯하다.
※食力(식력) : 자신의 힘으로 생활하다. 백성의 조세에 의존하다. 양식과 인력.
※四民(사민) : 사농공상(士農工商)의 백성. 즉 모든 백성.
※靑瑣闥(청쇄달) : 청쇄문(靑瑣門). 한(漢) 나라 때의 궁문 이름으로 궁문에 쇠사슬 모양의 문양을 새기고 푸른 칠을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明農聖亦云(명농성역운) : 여기서 성인(聖人)은 주공(周公)을 말하고, 명농(明農)은 농업에 힘을 다하거나 농사일을 권면한다는 의미이다. 서경(書經) 낙고(洛誥)에 주공(周公)이 성왕(成王)에게 ‘나는 물러가 농사를 밝힐 것입니다. [玆予其明農哉]’라고 한 것을 말한다.
※閉戶長高臥(폐호장고와) : 벼슬에 나가지 않고 은거(隱居)하겠다는 의미이다. 진(晉) 나라 사안(謝安)이 동산에 높이 누워 [高臥東山] 임금의 분부에도 응하지 않았던 고사와, 도잠(陶潛)이 북창 아래에 드러누워 [高臥北窓之下] 스스로 희황상인이라 일컫네. [自謂是羲皇上人]라고 했던 고사에서 유래한다.
※脅肩子(협견자) : 협견첨소(脅肩諂笑)에서 온 말로 협견(脅肩)은 몸을 움츠리는 것이고, 첨소(諂笑)는 억지로 웃는 것으로, 모두 소인이(小人) 몸을 기울여 아첨하는 태도이다. 맹자(孟子) 등문공 하(滕文公下)에 ‘어깨를 옹크리고 아첨하며 웃는 것은, 여름에 밭에서 일하는 것보다 더 괴로운 일이다. [脅肩諂笑 病于夏畦]’라고 한 증자(曾子)의 말이 소개되어 있다.
※鹿門(녹문) : 앞의 주 저닉여방공(沮溺與龐公)에서 설명한 방덕공(龐德公)을 말한다.
※何必浮于海(하필부우해) : 논어(論語) 공야장(公冶長)의 ‘도가 행해지지 않으니 내가 뗏목을 타고 바다로 나가려 한다. [道不行 乘桴浮于海]’라고 한 공자의 이른바 부해지탄(浮海之歎)에서 인용하였다.
※汚邪(오사) : 오사(汚邪)는 낮은 곳의 토질이 나쁜 논밭이란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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