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시(田園詩)

田家謠 (전가요) - 徐居正 (서거정)

-수헌- 2025. 2. 21. 12:15

田家謠   전가요     徐居正   서거정

 

田家二月啼布穀 전가이월제포곡

농가에 이월이 되니 뻐꾸기는 울어대고

南村北村雨新足 남촌북촌우신족

남촌 북촌에 비가 처음 충분히 내려니

泥融無塊田可耕 이융무괴전가경

흙이 덩이 없이 풀려서 밭을 갈 만하여

原頭叱叱驅犢聲 원두질질구독성

언덕 머리에는 소 모는 소리가 들리네

老翁秉耒筋力强 노옹병뢰근력강

근력이 강건한 늙은이가 쟁기를 잡고

大兒小兒行踉蹡 대아소아행량장

큰아이 작은아이는 비틀거리며 다니네

家婦布衫無完裳 가부포삼무완상

베적삼에 성한 치마도 못 입은 아낙이

日午野餉芹蕨香 일오야향근궐향

한낮에 내온 들밥 나물이 향기롭구나

麥穗漸黃稻新綠 맥수점황도신록

보리 이삭 누렇고 벼잎은 점차 푸르고

滿眼新繰飛雪白 만안신조비설백

새 고치를 켜니 눈에 가득 백설이 나네

里閭相逢無異說 이려상봉무이설

마을에서 서로 만나 다른 말하지 않고

勗爾辛勤事稼穡 욱이신근사가색

이처럼 부지런히 농사일에 힘쓰라 하네

稼穡可樂還可憐 가색가락환가련

농사가 즐거워도 오히려 가련키도 하여

十年不見大有年 십년불견대유년

십 년 동안 큰 풍년을 보지 못하였으니

待得有年議婚姻 대득유년의혼인

풍년 들기를 기다려 혼인을 의논하자며

携壺挈肉相醉眠 휴호설육상취면

술과 안주 마련하여 서로 취하여 잠드네

田家田家風俗眞 전가전가풍속진

농가와 농가의 풍속은 참으로 진실하여

不比壟斷爭利人 불비롱단쟁이인

농단으로 이익 다투는 자와 비할 수없네

袖中已草歸田詩 수중이초귀전시

소매 속에 이미 귀전시를 초해 놓았는데

他時爭席知我誰 타시쟁석지아수

후일 자리 다툴 때 누가 나를 알아줄까

 

※爭席(쟁석) : 서로 좋은 자리를 다투어 뺏을 정도로 꾸밈없이 서로 어울리는 것을 의미한다. 춘추 시대 양자거(陽子居)란 사람이 여관(旅館)에 묵을 때 처음에는 그가 예모(禮貌)가 거만하여 모두 그를 두려워하였는데, 노자(老子)의 가르침으로 태도를 고친 이후로 다른 사람들이 그와 더불어 좋은 좌석을 서로 다툴〔爭席〕 정도로 친숙해졌다는 고사에서 유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