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完譯』蓬萊詩集(완역 봉래시집)-楊士彦/七言律詩(칠언율시)

白鷗洲 次應擧韻 效變體 (백구주 차응거운 효변체) 外

-수헌- 2025. 1. 27. 15:09

白鷗洲 次應擧韻 效變體 백구주 차응거운 효변체

백구주. 응거의 운을 차운하다. 변체를 본 떴다.

 

泉石膏盲疾已痼 천석고맹질이고  

산수를 좋아하는 병은 이미 고질이 되어

百年心事一滄洲 백년심사일창주

평생 동안 품은 마음 오직 창주에 있네

菟裘本是我鄕土 토구본시아향토

토구는 본래부터 내 고향의 땅이었으니

<洲上丘世業 주상구세업

섬 위에 대를 이어온 무덤이 있다.>

富貴孰任吾去留 부귀숙임오거류

내가 가서 머물면 누가 부귀하게 해줄까

春風原上苽堪種 춘풍원상고감종

봄바람 불면 들판에 오이를 심을만하고

細雨磯邊魚可求 세우기변어가구

가랑비 오면 물가에서 고기 잡을 수 있네

霜鬂蕭蕭老衰至 상빈소소로쇠지

귀밑머리 희어지고 쓸쓸히 늙어갈 때면

歸去來隨雙白鷗 귀거래수쌍백구

흰 갈매기 한 쌍을 따라서 돌아가야겠네

 

元韻 應擧 원운 응거

응거의 원운

 

狂道士來居士洞 광도사래거사동

미치광이 도사가 와서 사동에 머무르니

<洲上洞名 주상동명

주상의 동 이름이다>

白鷗翁引白鷗洲 백구옹인백구주

백구주가 백구옹을 끌어 들였구나

頷砑巨石欹還整 함아거석의환정

기울어진 거석을 갈아서 다시 정돈하니

盤倔長川去復留 반굴장천거부류

장천의 반석이 일어나 가서 다시 머무네

命駕合從吾土稅 명가합종오토세

토세를 모아서 길 떠날 준비를 시키니

采眞何逐異鄕求 채진하축이향구

어찌 타향에서 진리를 구하려고 하는가

風流二老酬恩日 풍류이로수은일

풍류의 두 노인이 은일에 보답하려해도

有不歸來有白鷗 유불귀래유백구

있던 흰 갈매기마저 돌아오지 않았구나

 

※應擧(응거) : 양사언(楊士彦)의 동생 양사준(楊士俊). 응거(應擧)는 그의 자아다.

※泉石膏盲(천석고맹) : 연하고질(煙霞痼疾)과 같은 뜻으로 자연의 아름다운 경치를 몹시 사랑하고 즐기는 성벽. 천석(泉石)은 자연을 뜻하고, 고맹(膏盲)은 불치의 병을 말한다.

※滄洲(창주) : 물가의 수려한 경치를 뜻하는 말인데, 남조 제(南朝齊)의 시인 사조(謝朓)가 선성 태수(宣城太守)로 나가서 창주의 정취를 마음껏 누렸던 고사가 유명하다.

※菟裘(토구) : 춘추시대 노나라 은공(隱公)이 은거했던 곳. 늙어 벼슬에서 물러나 사는 곳이나 노후에 여생을 보내는 곳을 말한다.

※白鷗翁(백구옹) : 백구처럼 시름을 잊고 노니는 한가로운 노인을 의미한다.

※命駕(명가) : 길을 떠나기 위해 하인에게 탈것을 준비시킴.

※采眞(채진) : 장자(莊子) 천운(天運)의 고자위시 채진지유(古者謂是 采眞之遊)에서 나온 말로 진실의 이치를 캔다는 뜻이다.

【頷砑巨石欹還整에서 은 원문에 <含+石>으로 되어 있으나 자전(字典)에서도 글과 뜻을 찾을 수 없어 으로 바꾸었다.】

 

 

白鷗洲韻 復次尹加平 백구주운 부차윤가평

백구주운. 다시 윤가평을 차운하다.  

 

解紱歸來臥故丘 해불귀래와고구

인끈을 풀고 돌아와서 고향에 누웠으니

卜居相近杜蘅洲 복거상근두형주

복거와 두형주가 서로 가까이에 있구나

耦耕荒野開雲壠 우경황야개운롱

높은 언덕을 열어 함께 황야를 개간하고

共席垂楊聽栗留 공석수양청률류

같이 앉아 수양버들의 꾀꼬리 소리 듣네

寂寞琴書聊寄傲 적막금서료기오

조용히 책과 거문고로 호방하게 즐기는데

棲遑天地亦何求 서황천지역하구

천지에서 무엇을 구하려고 바쁘게 살까

永將身世追漁父 영장신세추어부

마땅히 내 몸이 영원토록 어부를 따르려고

日向滄洲狎海鷗 일향창주압해구

갈매기와 친해지려 날마다 창주로 향하네

 

※故丘(고구) : 태어나서 자란 곳. 고향.

※卜居相近杜蘅洲(복거상근두형주) : 복거(卜居)는 머물러 살기로 한 곳을 말하고, 두형(杜蘅)은 향초(香草)의 이름인데, 두형주(杜蘅洲)는 굴원(屈原)의 이소(離騷)에 ‘두형과 방초도 섞어 심었다.〔雜杜蘅與芳芷.〕’라고 한데서 유래하여 초야에 묻혀 사는 은거지(隱居地)를 말한다.

※栗留(율류) : 꾀꼬리의 이칭이다.

※漁父(어부) : 여기서는 성인(聖人)이라는 의미로 이해된다. 장자(莊子) 어부(漁父)에 69세인 공자(孔子)에게 여덟 가지 악습과 네 가지 병폐를 가르쳐준 어부를 공자가 성인(聖人)으로 생각하고, 스승으로 모시려 했으나 허락하지 않고 떠났다는 고사를 인용하였다.

 

 

次尹加平 四首之三  차윤가평 사수지삼

윤가평을 차운하다. 네 수중 세 수.  

 

萬古翩翩佳子長 만고편편가자장

만고의 훌륭한 아들이 풍채 좋게 자라나니

百年心迹海山鄕 백년심적해산향

오랜 세월 속마음은 자연과 시골에 있었네

風雲足亂山煙碧 풍운족란산연벽

푸른 산안개가 풍운의 발걸음을 어지럽혀도

月露身穿海橘黃 월로신천해귤황

달빛에 젖은 몸이 바다 건너 귤처럼 익었네

龍虎精英移鍊魄 룡호정영이련백

몸을 단련하러 떠나 용호 같은 정영이 되어

歸來金玉滿剛腸 귀래금옥만강장

굳센 마음 가득 채워 귀하게 되어 돌아왔네

文章不直靑楡葉 문장불직청유엽

문장들은 돈으로서 가치를 매길 수 없으니

依舊翺翔翰墨場 의구고상한묵장

옛날처럼 시문 짓는 자리에 높이 나는구나

 

骯髒身空七尺長 항장신공칠척장

성품은 강직하고 몸은 칠척장신인데도

纏綿病臥萬山鄕 전면병와만산향

병마에 얽히어서 만산 시골에 누웠구나

高飛碧落形難化 고비벽락형난화

푸른 하늘 높이 날던 모습도 어려워지고

獨草玄經鬂易黃 독초현경빈역황

홀로 현경을 짓다가 살쩍이 누레졌구나

太白何爲心是錦 태백하위심시금

태백의 마음은 얼마나 비단결 같았으며

廣平猶用鐵橫腸 광평유용철횡장

광평은 철 심장으로 가로막은 듯했네

賢愚千載吾誰作 현우천재오수작

누가 나를 천년의 현우로 만들었기에

終付神交寂寞場 종부신교적막장

결국 쓸쓸한 데서 정신으로 사귈 뿐이네

 

折柳韶韺誰短長 절류소영수단장

절류와 소영은 어느 것이 길고 짧은가

瓊瑤燕石不同鄕 경요연석불동향

경요와 연석은 같은 고향이 아니라네

直從節奏分高下 직종절주분고하

곧장 음률을 따라 높고 낮음을 구분하고

須把晶光卞白黃 수파정광변백황

밝은 빛을 잡아서 희고 누름을 분별했네

風馬首回千佛塔 풍마수회천불탑

바람 불어 말머리를 천불 탑으로 돌리니

雲鵬翅折九羊腸 운붕시절구양장

구름 위 붕새 날개가 꺾여 양장이 되었네

降幡未豎詩城下 강번미수시성하

시 짓는 마당에서는 항복을 하지 않는데

決勝何時借一場 결승하시차일장

어느 때 한 마당 빌어서 승부를 내 볼까

 

※翩翩(편편) : 가볍게 나부끼거나 훨훨 나는 모양(模樣), 풍채(風采)가 풍류(風流)스럽고 좋은 모양(模樣).

※佳子(가자) : 훌륭한 아들이라는 뜻으로, 남을 높여서 그의 아들을 이르는 말.

※心迹(심적) : 마음과 자취. 속마음.

※風雲,月露(풍운,월로) : 풍운월로(風雲月露)는 세상을 살아가는 데 조금도 유익하지 않은 화조 월석만을 읊은, 실속이 없고 겉만 화려한 시문을 말한다. 여기서 풍운과 월로를 대구(對句)로 사용한 것은 훌륭해진 인품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精英(정영) : 걸출한 사람, 또는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요즘 말로 엘리트라는 의미.

※靑楡葉(청유엽) : 돈[錢]이라는 뜻이다. 느릅나무의 열매가 엽전과 비슷하여 유전(楡錢)이라고 했다. 한유(韓愈)의 시에도 ‘담장너머 느릅나무 잎이 푸른 돈을 뿌리네. [隔牆楡葉散靑錢]’라는 구절이 있다.

※翺翔(고상) : 새가 하늘을 높이 날아오르다. 비상하다. 자신 있게 행동하다는 의미로, 여기서는 실력을 한껏 뽐내다는 의미이다.

※骯髒(항장) : 이우항장(伊優骯髒)에서 온 말로, 이우는 윗사람에게 영합하는 아첨꾼이었고, 항장은 고결한 지조를 지키며 강직하게 맞선 사람이었다. 후한(後漢) 조일(趙壹)의 시에 ‘아첨꾼 이우는 북당에 올랐는데, 강직한 항장은 문간에 기대섰네. [伊優北堂上 骯髒倚門邊]’라는 문구가 있다.

※玄經(현경) : 한(漢)나라 양웅(揚雄)이 지은 태현경(太玄經)을 말하는데, 양웅은 가난하게 은거하면서 태현경을 지었다 한다. 여기서는 양웅의 고난에 비유하였다.

※廣平腸(광평장) : 광평장(廣平腸)은 당나라 재상이었던 광평공 송경(宋璟)이 굳센 기질로 철석같은 심장을 지녔다 하여 광평장(廣平腸)이라 불렸는데, 뜻밖에 감성이 풍부한 매화부(梅花賦)를 지어 세상을 놀라게 한 일화가 있다.

※賢愚(현우) : 어진 이와 어리석은 사람을 말하나, 여기서는 반어(反語)로 어질지도 어리석지도 않은 사람으로 표현한 듯하다.

※折柳韶韺(절류소영) : 절류(折柳)는 석별을 뜻하는 말로, 한(漢)나라 사람들이 송별할 때 장안 동쪽에 있던 파교(灞橋)에서 버들가지를 꺾어 주었던 데서 유래하였다. 이 고사로 말미암아 석별의 마음을 노래한 절양류(折楊柳)라는 고대의 악곡이 있다. 소영(韶韺)은 중국 고대의 음악으로, 소는 순(舜)의 음악, 영은 제곡(帝嚳)의 음악이다. 일반적으로 옛날의 음악을 말한다.

※瓊瑤燕石(경요연석) : 경요(瓊瑤)는 아름다운 옥구슬을 말하고, 연석(燕石)은 옥과 비슷하지만 옥과 같은 가치는 없는 돌 또는 모조품을 말한다.

※節奏(절주) : 일정한 박자나 규칙에 의해서 음의 장단이나 세기 등이 반복될 때 그 규칙적인 음의 흐름, 음률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