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完譯』蓬萊詩集(완역 봉래시집)-楊士彦/七言律詩(칠언율시)

五部契軸 (오부계축) 外

-수헌- 2025. 1. 27. 14:34

五部契軸   오부계축 

陳力當官部最勞 진력당관부최로

관부를 맡아 힘을 다해 다스리려 매우 애쓰며

手編丁版點人曹 수편정판점인조

관아의 낙점 받은 사람이 손수 정판을 엮었네

驅童擁帚身淸路 구동옹추신청로

아이에게 비로 길 쓸게 하고 몸을 맑게 하여

乞雨燒香戶曳袍 걸우소향호예포

지게문에 옷을 끌며 향을 태워 비를 비는구나

合禊喚僚偸暇日 합계환료투가일

한가한 틈을 내어 동료들을 불러 계사를 하며

挈樽乘興過江皐 설준승흥과강고

흥이 나서 술잔을 들고 강 언덕을 넘어다니네

留名不必愁無地 류명불필수무지

이름을 남기려 쓸데없는 걱정할 필요도 없이

已入龍眠顧兔毫 이입용면고토호

이미 용면의 경지에 들어 토호를 끌어당기네

 

※五部契(오부계) : 조선 시대의 한성부(漢城府)는 행정구역을 크게 동부(東部), 서부(西部), 남부(南部), 북부(北部), 중부(中部)의 오부(五部)로 나누고, 각 부(部) 아래로 방(防)과 계(契), 동(洞)을 두었으니, 오부계(五部契)는 한성부의 특정한 행사를 말하는 듯하다.

※契軸(계축) : 특별히 기념할 만한 일을 맞아 잔치를 베풀고 축하하기 위하여 시부(詩賦)를 지어 만든 권축(卷軸). 또는 계원들의 이름을 적은 두루마리.

※龍眠顧兔毫(용면고토호) : 용면(龍眠)은 송나라 때의 유명한 화가이자 서화 감정가인 이공린(李公麟)의 호(號)이다. 토호(兔毫)는 토끼털로 만든 붓을 말한다.

 

 

嘉靖三十六年丁巳歲秋八月十七日 冊封元子于景福宮之思政殿 爲世子 越七日 某甲 行會百官宴于勤政殿庭 敎曰 予以否德 叨承丕基 戰兢自守 十有三載 而獲譴于天 連歲凶荒 今因封世子之慶 乃設羣臣宴於勤政殿 此實君臣同德 魚水一堂之秋也 卿等 宜各醉飮 俾盡宴會之情 因命題 今日參宴宗宰文武百官曁五衛諸將 後日徐當製進 予將覽焉  

가정삼십륙년정사세추팔월십칠일 책봉원자우경복궁지사정전 위세자 월칠일 모갑 행회백관연우근정전정 교왈 여이부덕 도승비기 전긍자수 십유삼재 이획견우천 련세흉황 금인봉세자지경 내설군신연어근정전 차실군신동덕 어수일당지추야 경등 의각취음 비진연회지정 인명제 금일참연종재문무백관기오위제장 후일서당제진 여장람언

가정 삼십육 년 정사년(1557년) 가을 팔월 십칠일에 경복궁 사정전에서 원자를 책봉했다. 세자를 위하여 칠 일이 지나 어느 날 근정전 뜰에서 백관이 모여 연회를 열었다. 교서에 이르기를‘내가 부덕하여, 외람되이 막중한 기업을 이어서 전전긍긍하며 스스로 지키길 13년인데 하늘로부터 견책을 받아 해마다 흉년과 재해가 이어 들었다. 이제 세자 책봉의 경사를 맞아 근정전에서 신하들이 모여 연회를 베푸니 이는 실로 군신이 덕으로 고기와 물이 함께 하는 것 같다. 경들은 함께 마시고 취하여 연회의 뜻을 모두 따르라. 그래서 시제를 내리니 오늘 잔치에 참여한 종실 재상 문무백관 및 호위하는 모든 장수들이 후일 천천히 지어 바치면 내가 장차 살펴볼 것이다.’ 하였다.

 

秋宴當秋賀慶成 추연당추하경성

가을을 맞아 경사를 하례하는 연회에서

羣臣湛樂頌昇平 군신담악송승평

산하들이 풍류를 즐기며 승평을 기리네

風吹獸炭飄香篆 풍취수탄표향전

바람 부니 수탄에서 향연이 피어오르고

鳳舞虞韶奏鹿鳴 봉무우소주록명

우소 연주에 봉황 춤추고 사슴이 우네

夏啓謳歌天下意 하계구가천하의

하늘의 뜻에 따라서 하계구가를 부르고

漢高尊酒未央情 한고존주미앙정

미앙궁 한 고조의 정에 술잔 높이 드네

白頭共忝宮花賜 백두공첨궁화사

하사받은 꽃을 흰 머리들이 욕되게 하고

愧乏涓埃答聖明 괴핍연애답성명

성명에 미약한 답을 내려니 부끄럽구나

 

九五龍飛御海東 구오용비어해동

구오의 용이 해동 조선에서 날아오르니

相歡魚水一堂中 상환어수일당중

군신이 화합하는 가운데 서로 기뻐하네

倘非元首明哉力 당비원수명재력

만일 임금님의 밝은 노력이 아니었다면

誰贊雍熙大矣功 수찬옹희대의공

누가 큰 공으로 태평성대를 이끌었을까

殷棄三仁鴻柞短 은기삼인홍작단

은은 삼인을 버려서 큰 재목이 모자랐고

周親十亂泰時隆 주친십란태시륭

주는 십란이 있어 태평시대가 융성했네

如今君有君人語 여금군유군인어

지금 임금님과 임금님의 말씀을 따르니

堯舜臣隣庶見同 요순신린서견동

요순을 함께 모신 신하들이 많이 보이네

<右君臣同德 狎同 皆御題 우군신동덕 압동 개어제

위는 군신이 한 가지 덕이다. 같은 압운이고, 모두 어제이다.>

 

※昇平(승평) : 나라가 안정되어 아무 걱정이 없고 평안함.

※風吹獸炭飄香篆(풍취수탄표향전) : 수탄(獸炭)은 가루 숯을 짐승모양으로 뭉쳐 만든 것으로 도성의 호귀가(豪貴家)들이 이것으로 술을 데웠다 한다. 향전(香篆)은 향로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전서(篆書)처럼 꼬불꼬불 올라간다 하여 붙인 이름이다.

※鳳舞虞韶奏鹿鳴(봉무우소주록명) : 봉황은 태평성대에 나타나고, 우소(虞韶)는 순임금의 노래이고, 사슴은 먹이를 발견하면 다른 동료를 부르기 위해 우니[鹿鳴], 전반적으로 태평성대를 찬양하는 뜻이다.

※夏啓謳歌(하계구가) : 하(夏)나라의 우(禹)임금이 죽은 뒤에 우의 아들 계(啓)를 칭송하고 따랐다[謳歌]는 고사를 말한다. 즉 세자에게 대를 이어 충성하겠다는 의미이다.

※漢高尊酒未央情(한고존주미앙정) : 한 고조(漢高祖)가 미앙궁(未央宮)이 낙성되어 제후와 뭇 신하들로부터 조회(朝會)를 받고 주연(酒宴)을 베풀었을 때, 고조가 술잔을 들고 태상황(太上皇)의 장수를 기원한 고사를 인용하여 임금(명종)과 세자(순회세자)의 장수를 기원한 표현인 듯하다.

※愧乏涓埃答聖明(괴핍연애답성명) : 연애(涓埃)는 물방울과 티끌이라는 뜻으로, 아주 작고 사소한 것을 이르는 말이고, 성명(聖明)은 임금의 어질고 밝은 지혜를 말하니, 재주가 없어 임금의 뜻에 보답 못해 부끄럽다는 말이다.

※九五龍(구오룡) : 구오(九五)는 주역(周易)에서 건괘(乾卦)의 밑에서부터 다섯 번째 양효(陽爻)의 이름이다. 이 제 5괘(卦)의 괘사(卦辭)가 ‘비룡재천 이견대인(飛龍在天 利見大人)’인데, 비룡재천은 용이 하늘로 날아오름, 즉 왕이 되는 것이다.

※魚水一堂(어수일당) : 물고기와 물이 한집에 있다는 뜻으로, 전하여 임금과 신하가 서로 화합함을 의미한다.

※元首明哉(원수명재) : 임금이 밝고 현명하다는 의미이다. 서경(書經) 익직(益稷)에 ‘임금님이 밝으시면 신하들도 훌륭하여 만사가 안정되리라. [元首明哉 股肱良哉 庶事康哉]’ 라는 문구가 나온다.

※殷棄三仁鴻柞短(은기삼인홍작단) : 중국 은(殷)나라 말기에 있었던 세 명의 어진 사람. 곧 미자(微子), 기자(箕子), 비간(比干)을 이르는 말이다‘. 논어(論語) 미자편(微子編)에 의하면 이 세 사람은 은(殷)나라 주왕(紂王)의 폭정을 만류하다가, ’미자는 도망갔고, 기자는 종이 되었으며, 비간은 죽임을 당했다. [微子去之 箕子爲之奴 比干諫而死]‘고 한다.

※周親十亂(주친십란) : 십란(十亂)은 주 무왕(周武王)을 도와 은(殷)나라의 폭군 주왕(紂王)을 정벌한 주공 단(周公旦) 태공망(太公望)등 10명의 신하를 말한다. 무왕(武王)이 군사들을 모아 놓고 ‘주왕에게는 억조(億兆)의 군사가 있지만, 나에게는 마음과 덕이 하나로 통하는 10명의 유능한 신하가 있다. [有亂臣十人]’는 연설에서 유래한다. 난(亂)은 다스린다는 의미가 있고, 난신(亂臣)은 나라를 어지럽히는 신하라는 뜻이지만, 어려움을 잘 풀어가는 신하라는 뜻도 있다.

 

 

迎祥試詩 恭懿大妃殿   영상시시 공의대비전

灰飛葭菅氣初還 회비가관기초환  

관 속 갈대 재 날려 비로소 봄기운 돌아오니

祥慶隨春啓曉關 상경수춘계효관

상서로운 경사가 봄을 좇아 밝게 열리는구나

德合坤元資博厚 덕합곤원자박후

곤원의 넓고 두터운 덕과 자질이 합하여지니

聖齊文母倍幽閑 성제문모배유한

성덕을 갖추어 부덕이 문모의 배가 되는구나

和風泛柳舒金眼 화풍범류서금안

화풍이 불어와서 버들에 고운 눈이 피어나고

宮日含梅解玉顔 궁일함매해옥안

햇살에 궁의 매화가 맺히니 옥안이 풀어지네

白髮微臣供帖字 백발미신공첩자

흰 머리의 신하가 공손하게 춘첩자를 올리니

桂庭椒頌賀鵷班 계정초송하원반

계정의 백관들이 초화송으로 축하드리는구나

 

桂殿羲車趁早朝 계전희차진조조

계전에 희거를 좇아서 이른 아침이 돌아오니

玄冥歸馭已迢迢 현명귀어이초초

어두운 하늘빛은 말을 몰아 멀리 돌아갔구나

望齊文母徽音正 망제문모휘음정

문모의 바르고 아름다운 말씀을 모두 기다려

德配坤元令聞昭 덕배곤원령문소

곤원의 밝은 가르침을 받으니 덕이 함께하네

宮日暖隨紅線長 궁일난수홍선장

궁전의 해가 홍선만큼 길어지니 따뜻해지고

惠風吹占綺梅搖 혜풍취점기매요

혜풍이 불어와서 아름다운 매화가 흔들리네

微臣歌詠宜春曲 미신가영의춘곡

미천한 신하들이 의춘곡을 노래하고 읊으며

朝退天香滿袖飃 조퇴천향만수표

조회 물러나는 소매 가득 좋은 향 휘날리네

 

※恭懿大妃(공의대비) : 조선 제12대 인종(仁宗)의 정비(正妃)인 인성왕후(仁聖王后). 1524년(중종19)에 세자빈(世子嬪)에 책봉되고, 인종(仁宗)이 즉위하자 왕비가 되었다.

※灰飛葭菅(회비가관) : 옛날에는 가부(葭莩; 갈대 잎 속의 작은 막)를 태워 그 재를 율관(律管; 음악에서 율여를 측정하기 위한 관)에 넣어두고 그 날리는 모습[管灰飛]을 보고 절후를 점쳤다고 한다.

※聖齊文母倍幽閑(성제문모배유한) : 문모(文母)는 주 무왕(周武王)의 어머니이자 주 문왕(周文王)의 비(妃)인 태사(太姒)를 말하는데, 임금의 어머니나 할머니를 높여 부르는 말로서 황모(皇母)와 같은 의미이다. 여기서는 공의대비(恭懿大妃)를 말한다. 유한(幽閑)은 부녀의 태도나 마음씨가 얌전하고 그윽함을 말한다.

※桂庭椒頌賀鵷班(계정초송하원반) : 계정(桂庭)은 뜰의 미칭(美稱)이고, 초송(椒頌)은 초화송(椒花頌)으로 신년 축사(新年祝詞)를 말한다. 진(晉) 나라 유진(劉臻)의 아내 진 씨(陳氏)가 총명하고 글을 잘 지었는데, 정초에 초화송(椒花頌)을 지어 조정에 바친 데서 온 말이다. 원반(鵷班)은 조정 백관(百官)들의 행렬을 가리키는 말로, 봉황새의 일종인 원(鵷)은 차서가 엄격하게 날아다니는 새이므로 조정 관원의 반열(班列)을 원반이라 한다.

※羲車(희차) : 희화(羲和)가 모는 수레라는 뜻으로 태양을 의미한다.

※紅線長(홍선장) : 동지(冬至)가 지나면 날마다 일 선분(一線分)씩 해가 길어짐을 말함. 진(晉) 위(魏) 때에 궁중(宮中)에서 홍선(紅線)을 가지고 해의 그림자를 측정하였는데, 동지 이후로는 날마다 일 선분씩 길어졌다고 한 데서 온 말이다.

 

 

廢妃愼氏挽 中宗正妃坐父愼守勤 廢爲庶人 享年七十一 離宮在駝駱峯下許士牙家上 

폐비신씨만 중종정비좌부신수근 폐위서인 향년칠십일 이궁재타락봉하허사아가상

폐비 신씨를 애도하다. 중종의 정비이며 부친은 신수근이다. 폐위되어 서인이 되었고, 향년 71세이며 이궁은 타락봉 아래 허사아의 집 위에 있었다.

 

媲德早歸雙殿日 비덕조귀쌍전일

아내의 덕을 지켜 궁전에 들어오던 날

六宮鍾鼓一時開 육궁종고일시개

육궁의 종과 북이 한꺼번에 울렸는데

崑山倏忽生炎火 곤산숙홀생염화

갑자기 곤륜산에 불이 일어 타오르니

桂樹風霜薄草萊 계수풍상박초래

계수나무가 서리 맞아 풀밭에 쓰러졌네

春憶上林花泣露 춘억상림화읍로

봄에는 상림원의 꽃 생각하며 눈물짓고

夢回長信涙添哀 몽회장신루첨애

장신궁에서 꿈을 깨 슬피 눈물 흘리고

丹心化作瑤臺月 단심화작요대월

임을 향한 단심은 요대의 달로 변하여

應向西陵夜夜來 응향서릉야야래

응당 밤마다 서릉을 향하여 오는구나

 

※廢妃愼氏(폐비신씨) : 중종의 정비(正妃)였던 단경왕후(端敬王后). 중종반정 때 아버지 신수근이 연산군의 편에서 반정에 반대하여 처단되어, 왕비로 책봉되지 못하고 폐위되어 이궁이 타락봉(駝駱峯; 지금의 낙산) 아래에 있었다고 한다.

※媲德早歸雙殿日(비덕조귀쌍전일) : 비덕(媲德)은 아내가 지켜야 할 덕행을 말하고, 쌍전(雙殿)은 대전(大殿)과 중궁전(中宮殿)의 두 궁전을 의미하니, 아내의 덕을 잘 지켜 궁궐에 일찍 들어온 날을 의미한다.

※六宮(육궁) : 중국의 궁중에 있었던 황후의 궁전과 부인 이하의 다섯 궁실로, 중전의 거처를 의미한다.

※崑山(곤산) : 옥이 난다는 곤륜산(崑崙山)을 말한다. 옛글에 ‘곤강에 불이 나면 옥과 돌이 함께 탄다.’는 말이 있는데, 여기서는 죄 없는 신씨가 휩쓸려 화를 당하였다는 의미이다.

※長信宮(장신궁) : 장신궁(長信宮)은 한(漢)나라 때의 궁궐 이름으로, 성제(成帝) 때 총애를 받던 반첩여(班婕妤)가 조비연(趙飛燕)의 참소로 쫓겨나 외로이 거처한 곳이다

※瑤臺月(요대월) : 이백의 청평조사(淸平調詞)에 ‘만약 군옥산 꼭대기에서 보지 못한다면 요대 달빛 아래에서 만나리라. [若非群玉山頭見 會向瑤臺月下逢]’라고 한 것을 인용하여, 신비가 중종을 몹시 그리워하며 만나고 싶어 하였다는 뜻이다.

※西陵(서릉) : 서릉(西陵)은 원래 위(魏) 나라 무제(武帝)인 조조(曹操)의 무덤인데, 여기서는 중종의 능을 의미한다.